안양중앙시장의 명물, '호이호떡'은 17년째 그 자리를 지키며 최고의 맛과 착한 가격으로 손님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호이호떡을 운영하는 부부에게 호떡은 그간의 피, 땀, 눈물이 담긴 소중한 자산이다.
시작은 너무나 미약했지만 지금 이룬 것들을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전수해 청년실업 문제 해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이영상(51), 안지선(47) 사장 부부를 만났다.
사장 부부가 호떡 장사를 시작한 때는 2003년으로 그들의 나이 34살, 30살이었다. 화장품 장사를 하던 이 사장이 장사를 접게 되면서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부부가 함께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점포에 들어갈 자본이 없어 노점으로 장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안양중앙시장 초입에 자리를 잡고 처음에는 오징어를 구워서 팔았어요. 장사가 잘 안돼서 와이셔츠도 팔아보고 와플, 아이스크림, 과일주스 장사까지 안 해본 게 없었죠."
여러 가지 사업을 해봤지만, 수익이 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누군가 사장 부부에게 호떡이나 붕어빵 장사를 하면 어떻겠냐고 말했다. 마침 이 사장에게 제과제빵기술이 있었고 부부는 가진 기술을 살려 호떡 장사를 시작했다.
"둘이서 장사를 하니 물 마시는 것, 화장실 가는 것조차 자유롭지 못했어요. 마감한 후에는 다음 날 장사 준비를 위해 새벽 4~5시에 집에 들어가니 피로 해소가 안되고 너무 힘들었어요. 둘 중 한 명이라도 아프면 장사를 못 하니까 직원이 필요했어요. 그런데 노점 장사는 춥고 더운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고, 온종일 서서 일하니 체력적인 부담도 심하거든요. 그래서 건장한 청년도 일주일이면 그만두고 아주머니들도 추워지기 시작하면 다 그만두시더라고요. 하나님께 제발 직원 좀 보내 달라고 몇 년간 기도했는지 몰라요. 2년 전 하나님께서 기도에 응답해주셔서 지금은 두 명의 직원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주일은 쉽니다
사장 부부는 모태신앙이다. 그런데도 장사를 하다 보니 주일에 쉬는 것이 쉽지 않았다. 매출의 대부분이 주말에 높아졌기 때문이다. 장사 초기에는 돈을 벌어야겠다는 욕심에 주일까지 쉬는 날 없이 장사했다. 그러다 보니 주일에 낮 예배를 드릴 때도 장사를 하러 갈 생각에 맘이 복잡해지고 급해져 예배에 집중하지 못했다. 결단이 필요했다.
"장사 시작 후 2년째 되던 해부터 주일에 쉬기 시작했어요.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마이너스였고, 주변에 호떡집이 여러 곳에 있어서 손님을 뺏기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도 되었습니다. 그런데 결단하니 하나님께서 다 채워주시더라고요. 손님들이 주일에 쉬는 걸 알고 평일에 오셔서 매출이 더 늘어나는 체험을 했습니다. 십일조도 마찬가지예요. 하면 하는 대로 매출이 점점 늘어나게 하셨어요. 장사하면서 직접 체험하는 부분이 많아요. 하나님은 저희의 믿음을 보시고, 과정을 보시는 분이세요."
사장 부부는 교회에서 장로, 권사로 섬기고 있다. 온전히 주일을 지키면서 예배드리고 봉사하며 채워지는 충만한 은혜는 17년 간 장사를 할 수 있던 원동력이 되었다고 말한다.
호떡의 달인이 되다
모든 달인에게는 특별함이 있듯 사장 부부가 만드는 호떡도 특별함이 있다. 호떡 반죽은 이 사장의 노하우로 밀가루, 옥수수가루, 숙성시킨 찹쌀가루, 마 등을 섞어 저온 숙성해 직접 만든다. 더욱 쫄깃한 맛을 내고 시간이 지나도 덜 딱딱해지도록 하기 위한 비법이다. 반죽뿐 아니라 호떡 소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최고의 호떡을 만들기 위해 부부가 쏟은 노력은 맛을 통해 증명되었다. 장사 시작 후 12년째, 단골이 많이 생겼지만 잠시 정체기도 찾아왔다. 하나님은 그 시기를 극복할 기회를 주셨다. 방송 섭외 연락이 온 것이다.
"처음 출연한 방송은 '생활의 달인'이었어요. 새벽 늦게까지 장사를 준비하느라 오전에는 전화를 잘 받지 않고 자는데 그날은 우연히 전화를 받게 됐어요. '생활의 달인' 작가가 PD와 함께 찾아뵙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 했는데, 그날 오셔서 호떡을 보고 공갈빵처럼 빵빵하게 부푸는 게 특별하다고 바로 촬영을 하자고 하시더라고요."
방송은 호떡 장사에 큰 힘이 되었다. 방송을 보고 먼 지역에서도 찾아왔고 줄이 도로까지 설 정도로 손님이 많아졌다. 방송의 효과는 두 달 정도 지속됐다. 사장 부부는 침체기에 방송을 통해 호떡이 알려지게 하신 것도 하나님의 예비하심이었다고, 모든 게 감사라고 고백한다.
변함없는 청결과 친절
사장 부부가 장사하는데 꼭 지키는 철칙이 있다. 맛은 기본이다. 그다음은 '청결'과 '친절'이다. 호떡 장사는 기름으로 하기 때문에 매일 깨끗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손님마다 어떻게 매일 기름이 깨끗하냐고, 기름이 이렇게 깨끗한 곳은 처음 본다고 말씀하세요. 가게 앞도 항상 청결하도록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사장 부부는 손님 한 사람이 정말 귀하고 소중하다고 말한다. 계속 서서 일하느라 힘들 법도 한데 손님을 대하는 그들의 얼굴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손님이 없는 장사를 해보았기 때문에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이 정말 소중해요. 그리고 사람은 영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저희의 컨디션이나 기분이 안 좋으면 호떡의 맛에도 영향이 갈 뿐만 아니라 손님들도 대번에 아세요. 그래서 한 분마다 다 인사를 하고 친절하게 최선을 다해 맞이해요. 직원들한테도 가장 강조하는 것이 인사하는 것입니다."
쓰는 것이 더 중요한 돈의 가치
사장 부부는 물질을 주신 하나님의 뜻대로 수입이 잘 사용되길 기도한다.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개척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시는 목사님과 개척교회, 학비가 부족한 신학생 등의 소식을 들으면 기꺼이 돕는다. 오히려 도울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말한다. 사장 부부가 섬기는 교회가 얼마 전 건축이전을 했는데, 이때도 힘닿는 대로 건축헌금을 드렸다.
한편, 경제적인 어려움을 당하는 분들을 도우면서 깨달은 부분도 많아 물질이 더욱 지혜롭게 쓰이도록 기도한다.
"저희도 어려워 봤기 때문에 좋은 마음으로 주변에 어려운 분들을 많이 도와드렸어요. 그런데 도와드린 후에 몸이 아픈 적도 있고 부부 사이에 갈등이 생겨 긴 고통의 시간을 겪은 뒤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물질의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어려움인데, 기도하지 않고 도와줘서 오히려 하나님의 일을 방해한 것이 아닌가라는 부분이에요. 이런 경험을 통해 구제하는 것도 분별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호떡 노점의 체인점화를 꿈꾸며
앞으로 사장 부부의 비전은 호이호떡의 체인점화다. 방송 직후에는 체인점 문의가 많았다. 당시엔 직원도 없고 하는 장사도 벅차서 다 거절했지만 안정된 지금, 하나님께서 주신 축복을 어려운 이들의 자립을 위해 도울 생각이다.
"그동안은 여력이 없어서 체인점 문의를 받지 않았어요. 하지만 점점 청년 실업이 많아지잖아요. 호떡은 보통 노점에서 하기 때문에 소자본으로도 창업을 할 수 있거든요. 우리 부부도 시작은 미약했지만 이렇게 자리 잡은 것처럼 창업과 자립을 꿈꾸는 젊은이, 신혼부부 등을 도와 이들에게 장소도 알아 봐주고 반죽도 대주고 비법도 알려주면서 체인점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의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