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19』라는 책에서 올 해의 가족 형태는 밀레니얼 가족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밥을 해주는 엄마에서 밥을 사 주는 엄마로 변하고, 엄마는 남는 시간에 자기계발에 투자한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 며느리 또는 시부모 역할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전통적인 고부갈등은 이제 사위와 장모의 장서 갈등으로 그 모습이 바뀐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가족을 밀레니얼 가족이라고 부릅니다. 어릴 때부터 물질적인 안정과 디지털 기술의 수혜를 받고 자란 밀레니얼 세대가 어느덧 성장하여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기 시작하면서 나타나는 모습입니다. 이들은 집안 일을 가성비 있게 처리하고, 부부 사이엔 동반자적 의식을 지니면서도, 개인의 취미와 성취를 중시해 자기계발에 열심입니다. 밀레니얼 시대에는 가정이 더 이상 희생을 해야 하는 곳이 아니라, 대충 만족할 수 있는 <적정 행복>의 장소입니다.
즉석밥은 전자레인지에 3분, 마트에서 산 냉동 돈가스는 에어프라이어에 10분 돌립니다. 온라인으로 주문한 호텔 주방장표 특제 소스를 바삭하게 익은 돈가스 위에 뿌리고, 야쿠르트 아줌마가 배달해준 따끈따끈한 미역국을 곁들입니다. 후식으로 먹을 달콤한 케이크와 신선한 포도는 어젯밤 잠들기 전에 주문해 오늘 아침 7시 새벽배송으로 받은 것입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우스갯소리로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닙니다. 실제로 조금만 검색해보면 단돈 30불 정도로 마트에서 판매하는 반조리 식품인 국물 떡볶이, 칠리 치킨, 콤비네이션 피자, 함박 스테이크, 미트볼, 그라탕 등으로 근사하게 자녀의 생일상을 차렸다는 포스팅이 넘쳐납니다. 명절 차례상도 이제 간편 제품만 있으면 문제없이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한 신문기자가 한국 추석 명절에 마트에서 판매하는 간편식만으로 차례상을 차려보니, 소고기 뭇국, 갈비찜, 호박전, 꼬치전, 동그랑땡 등이 올라간 제법 그럴듯한 차례상을 단돈 14만 540원(미화 약 130불), 그것도 40분 만에 뚝딱 완성했다고 합니다.
1996년 CJ 제일제당에서 <햇반>을 처음 출시했을 때만 해도 가장 큰 과제는 '즉석밥을 자녀에게 내주는 부모의 심리적 죄책감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였다고 합니다. 당시 사회적 분위기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요리 대신 조립>이 대세인 최근의 변화가 다소 생경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불과 20년 만에 한국 식산업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상품을 소비하는 가족들의 가치관이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가족을 '21세기형 밀레니얼 가족'이라고 합니다. 밀레니얼 세대란 1980년에서 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말합니다. 스마트폰, SNS등 모바일에 익숙하고, 평등하며 민주적이지만, 이기적이고 실리를 추구하는 면도 있습니다. 자기애가 강합니다. <타임>지는 밀레니얼 세대의 다른 이름을 '나 나 나 세대 me me me generation'이라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Trend Korea 2019, 미래의 창, pp. 367~392)
예수님은 혈연관계의 가족만이 가족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는 사람들이 진정한 가족이라고 말씀했습니다(막3:33~35). 권력이나 돈이나 능력보다 사랑이 지배하는 곳, 어리고 약한 자가 큰 사람이고, 못나고 병들고 연약할수록 소중하게 섬김을 받는 곳이 천국같은 가정입니다. 예수님께 받은 은혜와 사랑을 느끼는 사람들은 모두가 한 가족이요 영원한 가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