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이 가졌거나 더 많이 배웠거나 더 높은 지위에 있는 소위 지도자들에게 높고 신성한 도덕적 의무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 '노블리스 오블리주'다. 신사도, 기사도, 선비 정신, 양반 정신 같은 것이다.
1807년 독일은 프랑스의 나폴레옹 군대에게 크게 패했다. 국민들은 절망 속에서 날로 타락해갔고, 사회에는 이기심이 팽배해졌다. 도덕적 정의가 실종된 사회가 바로 당시의 독일사회였다.
이때 한 사람의 지성인이 나타나 '독일 국민에게 고함'이라는 제목으로 피를 토하는 설교를 했다. 그가 바로 철학자 피히테(Johann Fichte, 1762-1814)였다. "독일이 왜 패망했는가? 군대가 약해서가 아니다. 우리 독일인 모두가 도덕적으로 타락하고 이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교육을 통해 다시 국가론을 재정립해야 한다. 내일로 미루지 말로 지금 당장 실천하자."
그 후 64년이 지난 1871년, 독일 국민은 프랑스를 점령하고 돌아오는 영웅 몰트게(Helmuth Karl B, Von Moltke, 1800-1891) 원수를 열렬히 환영했다. 이때 과묵한 사상가로 알려진 몰트게는 이렇게 말했다. "독일의 승리는 나와 국민들의 공이 아니라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공로다. 이 모든 영광을 그들에게 돌린다."
국민 교육이 이렇게 중요한 것이다. 하얀 도화지 같은 인격의 밑바탕에 어떤 사상, 어떤 습관을 길러주는가가 국력의 결정요소이다. 국민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왜 교사들의 사상과 국가관, 인간관이 중요한지? 왜 교사양성기관이 중요한지를 재고해 봐야 한다.
어린이 교육은 호박 넝쿨 떼어놓기와 같다. 방향을 잡아주는 대로 뻗어나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회지도층들의 모범이 교육 모범 사례가 돼야 한다.
선진국 지도자들은 무임승차를 가장 부끄럽게 생각한다. 미국의 존경받는 대통령 J. F. 케네디(Kennedy)는 해군에 들어가 남태평양 전투에서 큰 부상을 입었고 그때 얻은 부상으로 인해 평생 진통제와 각성제를 복용하며 통증을 이겨냈다.
케네디는 척추부터 내장까지 성한 곳이 없었지만, 육군 장교후보생 시험과 해군 장교후보생 시험에 계속 도전했다. 그리고 계속 퇴짜를 당했다. 결국 억만장자인 아버지에게 애절한 편지를 썼고 드디어 아버지가 자기의 인맥을 통해 간청한 덕분에 해군에 입대할 수 있었다.
국민 모두가 2차 대전에 참전하고 있는데 참전 대열에 끼지 못한 무임승차자의 자격으로는 국가 지도자는커녕 어떤 공직에도 들어갈 수 없었던 것이, 당시 미국 사회의 도덕적 분위기였다.
트루먼 대통령은 안경이 없으면 장님이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시력이 약했다. 그런데 그는 신체검사에 합격하기 위해 시력검사표를 모조리 외워서 군에 입대했고, 1차 세계대전 포병대위로 프랑스에 가서 싸웠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과 왕실 내 아들과 손자들이 모두 군 복무를 마쳤고 해외 파병 경험에다 비행기를 몰고 최전방에서 국가를 위해 봉사를 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국은 전쟁을 치를 때마다 최전선에서 앞장서 싸우는 사람들이 왕실 가족과 귀족들이며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대학 출신들이다. 가장 무거운 군장을 짊어지고 적의 기관총을 향해 가장 앞서 달려가는 사람들이 바로 이들인 것이다.
1950년대에 차례로 영국 수상을 지낸 애트리, 이든, 맥밀란이 바로 이들이었다. 이들 학우들이 3분의 1이 전사했고 영국 귀족의 20%가 전사했다.
6·25 전쟁 당시 미 24사단장 딘 소장이 부상당한 부하에게 물을 떠다주려고 밤중에 벼랑을 내려가다 심한 부상을 입어 포로가 되고 말았다. 88kg의 체중이 두 달 만에 58kg이 되었다.
밴플리트 장군은 6·25 전쟁에 아들을 참전시켰다가 전사하고 말았다.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클라크 장군도 6·25 전쟁에 자기 아들을 보냈다. 워키 장군은 아들과 함께 참전했다가 자신의 목숨을 잃었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역대 대통령과 장·차관 등 고위공직자,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들 그리고 대기업의 사장들을 대상으로 군복무 여부를 조사해 보면 좋겠다.
참전용사와 무공훈장을 받은 이들을 어떻게 대우하고 있는가? 나라를 위해 생명을 바쳤지만 그 유해도 찾지 못한 무명용사들의 가정을 얼마나 돌보고 있는가?
우리 국민 모두는 수많은 호국영령들의 희생 위에 세워진 이 나라에서 편안히 살고 있음에 대해 한 번쯤 국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김형태 박사(한국교직원선교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