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면 헤어지기 싫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와 정반대인 사람들도 있지만, 만나면 계속 얘기하고 싶고, 또 딱히 뭔가를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그냥 계속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헤어지는 것이 너무 아쉬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지난 주, 그런 사람들과 두 번의 이별을 해야만 했습니다. 이번 부흥사경회 강사로 오셨던 김순원 목사님, 그리고 지난15년간 우리와 같은 마음으로 멕시코 오와하까를 섬겼던 바비 선교사님과의 이별이 그것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두 분과의 만남은 처음부터 특별한 것이었습니다. 평소 나서는 성격이 아닌 제가 스스로 나서서 만난 케이스였기 때문입니다. 2년 반 전, 어떤 한인 유학생 하나가 버스 사고로 생명이 경각에 달리게 되었고, 또 그 부모님들이 시애틀로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을 때, 무심코 그 분들을 돕겠다고 자원을 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그냥 뒤에서 기도로 돕거나, 혹 정말 도울 사람이 없을 때나 자원을 하곤 했었는데... 그런 제 자신을 생각해볼 때, 그것은 제 마음이 아니었습니다. 절망 속에 던져진 당신의 사람들을 위로하길 원하셨던 하나님의 마음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바비 선교사님과의 만남 또한 그랬습니다. 15년 전 제가 영어 목사로 본 교회를 섬기던 시절, 우리 교회는 여름방학 동안 학생들과 함께 봉사하며 섬길 선교지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태국엘 한두 번 방문했었지만 학생들이 단체로 방문하기에는 지리적으로나 상황적으로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기도했던 것 같습니다. "하나님, 정말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보내주십시오..." 그리고 이런 저런 인도하심 가운데 우리는 2003년 여름 오와하까에서 바비 선교사님을 만났습니다.
사실, 제가 함께 동역하길 원했던 분은 이주택 선교사님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선교지에 도착해보니, 선교사님은 치료 차 뉴저지에 나가 계셨고, 사위인 바비 목사님이 선교지를 돌보고 계셨습니다. 참 독특한 사람이었습니다. 나이가 저보다 적으면서도 저보다 훨씬 더 무게를 잡았고, 2세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에게는 더 까다롭고 권위적이었습니다. 선교지에 가보면, 교회들로부터 지원을 받기 위해 되도록이면 잘 보이려고 애를 쓰는 것이 보통인데, 그런 것에는 별 관심이 없이 자기 일만 열심히 하는 융통성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우리 선교 팀을 대하는 것이 하도 엄격해서 처음에는 오해도 하고 화도 났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본인도 처음 받은 팀이라 어찌할 줄 몰랐던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이제 막 풀타임 선교를 시작하는 바비 선교사님에게 하나님께서 우리를 신실한 동역자로 붙여주신 것입니다. 그렇게 15년이 흘렀고, 그는 이제 무게를 잡지도 않고 권위적이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자기 일만 열심히 하는 융통성이 없는(?) 선교사입니다.
월요일 아침엔 김순원 목사님과, 또 목요일 새벽엔 바비 선교사님과 이별을 고해야 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이별하는 일은 참 어렵습니다. 하지만 슬프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것이 마지막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주님이 허락하시는 날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욱 그리스도를 닮은 모습으로 만날 것입니다. 혹 이 땅에서 다시 만나지 못하면, 저 영원한 나라에게 반드시 만날 것입니다. 먼저 가신 아버님도 그렇게 만날 것을 소망합니다. 여러분들을 영원히 만날 것을 소망합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