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 경영자의 삶은 참으로 힘들다. 돈을 벌어야 하는 세속적 세계에서 순결한 신앙을 지키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삶을 사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정말 '비둘기같이 순결하고, 뱀같이 지혜로운' 경영을 하고 싶지만, 실상은 '비둘기같이 우둔하고, 뱀같이 교활한' 경영에 빠지기도 한다. 정말 신앙과 사업의 세계는 결코 같이 가지 못하는 것인가?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고, 하나님께도 칭찬받는 기업경영을 할 수 없을까? 기독경영연구원은 1996년부터 2016년까지 지난 20년간 기업세계 위에 하나님 나라가 임하기를 기도하면서 경영현장에서 적용되어야 하는 기독경영의 원리를 탐구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2017년에 창조, 책임, 배려, 공의, 신뢰, 그리고 안식이라는 원리를 제시하게 되었다. 이 원리를 논하기 전에 먼저 기업의 본질과 기독경영에 대해서 간략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기업이란
현대의 많은 사람은 기업에서 일하고 기업을 통해 돈을 번다. 사람들은 가정, 교회, 혹은 각종 친목 모임 등에서보다도 기업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사람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돈을 벌기 위해 기업에서 일한다. 기업에서 일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인정받으려고 한다. 어떤 이들은 자신이 가진 신념, 이상, 그리고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기업에서 일하기도 한다. 도대체 기업은 무엇인가? 사람들은 왜 기업을 만들고 거기서 일하게 되었을까? 특히 크리스천에게 기업은 어떤 의미일까?
기업의 정의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모인 조직이라고 쉽게 정의되곤 했다. 과연 기업은 돈만 잘 벌면 되는 것일까? 경제적 주체로서 기업은 생존을 위해 이윤을 남겨야 하겠지만, 지나친 이윤 추구는 기업 조직의 구성원을 힘들게 하고, 고객, 공중, 더 나아가 이 사회를 해칠 수 있다. 기업 구성원과 이 사회를 병들게 하는 기업 조직은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우리는 어떤 기업을 추구해야 할까? 하나님의 문화명령을 수행하는 자녀로서 그리스도인들은 기업에 대한 시각이 달라야 한다. 기업은 하나님께서 특별한 목적을 위해 허락하신 유업이며, 우리는 최선을 다해 기업을 운영해야 한다. 기업을 통해 나타나는 성과물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이 사회를 더 아름답게 하기 위해, 우리의 이웃을 섬기기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다음과 같은 기업에 대한 정의를 따르고자 한다. 기업이란 하나님의 주권 하에 사람들이 역량과 자원을 청지기적으로 활용하여 가치 창출을 통해 하나님과 사람을 섬기는 사회적 공동체이다.
기업의 주권
기업의 주권은 하나님이 가지고 있다. 즉, 기업의 운영은 사람이 할지라도 기업은 전적으로 하나님이 주인이시며 통치하시는 영역이다. 기업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게 해야 한다. 이는 기업세계 위에 하나님의 주권이 온전히 존재하게 하는 것이다. 기업의 주권이 하나님께 있다는 생각은 더 책임 있고, 겸손하게 기업을 경영하게 한다. 왜냐하면 기업의 진정한 주인이 경영자가 아니라 하나님이라고 생각한다면 오만하거나 무책임하거나 대충하는 경영을 하지 못할 것이다. 기업에서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한다면, 경영자는 내 마음대로가 아니라 청지기로서 기업을 운영하게 된다.
기업의 주체
기업은 개인들이 모인 공동체이다. 기업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 협력하는 시스템이다. 사회적 공동체로서 기업은 단순한 이윤 창출이나 주주 이익의 극대화를 위한 조직이 아니라, 사람들 간의 관계와 협력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조직이다. 사회적 공동체이기에 기업에서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비인격적인 수익이나 시스템에 몰입될 때, 기업은 본연의 모습을 잃게 된다. 너무 쉽게 사람을 해고하고, 억압하고, 상처 주고, 소외시키는 기업은 왜곡된 모습이다. 기업은 사회적 기관으로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조직 내부에서 서로 헌신하고 배려하는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공동체이다. 따라서 직원 간에 서로를 존중하고, 격려하고, 성장시키며, 공동체로서 아름다운 모습을 일구어가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
기업의 목적
기업의 목적이란 기업을 시작하고 운영하는 동기이자 추구하는 결과와 관련되어 있다. 과연 기업을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하는 것일까? 기업의 주권이 하나님께 있고, 기업의 주체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기업의 목적도 여기에 상응해야 한다. 기업을 경영하는 근본적인 목적과 동기는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실천이다. 기업의 가치창출 활동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이 땅 위에서 이루고, 이웃과 인류를 섬기는 것이다. 기업의 목적은 사람들의 역량이 최대로 발휘되도록 자원을 선용하여 창출된 가치를 이웃들이 누리게 함으로써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 위에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기독교인이 경영하면 기독경영일까? 기독교적 사명과 비전을 가지고 있으면 기독경영일까? 기업에서 예배를 드리고 큐티를 하는 것이 기독경영일까? 기업의 불신자들을 전도해서 크리스천으로 만드는 것이 기독경영일까? 기업에서 번 돈의 일부를 선교비나 헌금으로 사용하는 것이 기독경영일까? 본 글에서는 기독경영이란 '하나님의 주권이 있는 사회적 공동체로서 기업이 하나님과 사람을 탁월하게 섬기기 위한 가치 창출 활동에 성경적 원리를 적용해가는 과정'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
기업과 창조질서의 회복
하나님께서 이 모든 세상을 창조하셨기에, 기업도 분명히 하나님의 주권이 미치는 영역이다. 기업도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좋게' 창조된 영역이었다. 따라서 기업 경영에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고, 기업 세계가 하나님 나라가 되고 하나님의 이름을 영화롭게 하는 것이 그리스도인들의 소명이다(요 17:4). 기업과 기업인을 바라보는 시각에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이 있다. 이 양면성은 기독교적 세계관의 관점인 창조-타락-구속이라는 틀로 볼 수 있다. 선하게 창조된 인간은 타락으로 변질되고 하나님의 형상을 잃고 원래와 왜곡된 모습을 지니게 되었다. 태초에 선하게 창조되었던 기업 조직도 타락의 모습을 많이 보이고 있다. 기업의 창조질서는 회복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과 조직이 모두 성경의 가르침으로 돌아와야 한다.
기독경영이란
기독교인이 경영하면 기독경영일까? 기독교적 사명과 비전을 가지고 있으면 기독경영일까? 기업에서 예배를 드리고 큐티를 하는 것이 기독경영일까? 기업의 불신자들을 전도해서 크리스천으로 만드는 것이 기독경영일까? 기업에서 번 돈의 일부를 선교비나 헌금으로 사용하는 것이 기독경영일까? 우리는 여기서 성경적 원리와 종교적 활동의 제도화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성경적 원리대로 경영하지 않으면서 직원예배를 드리고 QT를 하며, 신우회를 장려하는 것은 종교적 활동이 조직에 제도화되어 있을 뿐이다. 또한 조직의 목적, 과정, 그리고 결과가 모두 성경적이어야 한다. 기업에서 번 돈의 일부를 선교비나 헌금으로 사용하는 것은 결과에만 한정된 것이고, 성경적인 사명과 비전만 가지고 있는 것은 목적에만 한정된 것이다. 기독경영은 개인뿐 아니라, 조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본 글에서는 기독경영이란 '하나님의 주권이 있는 사회적 공동체로서 기업이 하나님과 사람을 탁월하게 섬기기 위한 가치 창출 활동에 성경적 원리를 적용해가는 과정'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즉, 기독경영은 어떤 종교적 모습을 띠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모든 활동을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하여 기독교적 가치에 따라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님의 통치는 종교적 영역뿐 아니라 비종교적 영역에서도 온전히 임해야 한다. 교회와 예배뿐 아니라, 언론, 교육, 경영, 정치, 연구 등의 영역에서도 하나님의 주권이 회복되어야 한다.
기독교적 세계관의 틀인 구조와 방향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경영의 여러 영역('구조')이 성경적 원리(올바른 '방향')에 따라 실행된다면, 그때 우리는 기독경영이 이루어진다고 말할 수 있다. 즉, 하나님께서 선하게 창조하신 경영의 영역(생산운용, 마케팅, 회계, 재무관리, 인사조직관리 등)이 하나님의 말씀에 기초하여 나온 원리에 따라 실천된다면 기독경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영의 영역, 즉 가치 창출을 위해 수행되는 제반 활동을 '구조'로 보고, 이것이 하나님께 뜻대로 가는지의 측면을 '방향'으로 설정할 수 있다. 구조는 영역의 고유성을 반영하는데, 제품과 서비스의 창출을 통한 가치창출 활동은 다른 영역, 예를 들어 정치, 교육, 언론 등의 활동과 구별된다.
방향은 이러한 구조(제반 경영활동)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지향점과 관련되어 있다. 우리는 '구조'를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방향으로 이끌 것인지, 인간의 본능과 탐욕을 지향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즉, 이 방향은 타락의 길과 회복의 길로의 지향으로 나눌 수 있다. 맘몬(물신)에 이끌려 끝없는 탐욕과 상대방을 짓밟고 상호파멸의 타락을 추구할 것인지, 하나님의 선한 창조질서에 합당한 기업과 경영으로의 회복을 추구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비록 타락의 영향 아래 있지만 전혀 다른 방향, 즉 하나님께 돌아와 그리스도께 순종하는 방향이 있다. 그리스도로 인해 구원받은 우리의 사명은 기업의 회복이다. 이 회복은 창조질서로의 회복을 의미한다. 이 회복은 타락의 영향으로 왜곡된 것을 창조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재창조의 과정이다. 원래 선하게 창조되었던 기업과 경영의 영역을 회복하여, 하나님께서 사랑하신 이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다. 타락으로 왜곡된 사람과 조직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기업의 본질적 의미인 하나님을 향한, 사람을 향한 그리고 자연을 향한 목적을 다시 회복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회복이 가능한가? 그것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돌아가는 것, 즉 성경에 따라 기업을 이해하고,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기업을 경영할 때에만 가능하다. 성경 말씀은 우리 삶에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서 기업 경영에 직접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뭔가 성경을 통괄하는 가치를 추출하고 이를 정리하여 기업경영에 적용 가능한 원리로 변환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계속)
박철(기독경영연구원장, 고려대학교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