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모독 논란에 휘말려 투옥된 인도네시아 바수키 차하야 푸르나마(일명 아혹) 자카르타 주지사가 남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연합뉴스가 자카르타포스트 등 현지 언론을 인용해 26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계 기독교인인 아혹 주지사는 지난해 9월 이슬람 경전인 코란이 유대인과 기독교도를 지도자로 삼지 말라고 가르친다는 말에 "해당 구절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이들에게 속았다면 내게 투표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다가 논란에 휘말렸다.
무슬림 강경파는 그가 코란 자체를 부정했다고 주장하며 거듭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지지율이 급락한 아혹 주지사는 지난달 19일 열린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 결선투표에서 무슬림 후보에게 큰 차이로 패배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실제 지난해 11월 자카르타에서 무슬림 강경파가 주도하는 대규모 도심 시위가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시위대 1명이 숨지고 10여 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현지 전문가들은 시위의 배후에, 무슬림이 대다수인 인도네시아에서 경제권을 장악한 소수 화교들이 정치권력까지 손에 쥐는 것에 대한 반감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아혹 주지사는 오는 10월까지 남은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해 시정을 챙기겠다고 밝혔으나, 자카르타 지방법원은 이달 초 그에게 신성모독죄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현재 그는 암살 등 신변위협 가능성 때문에 인도네시아 경찰기동타격대(BRIMOB) 본부 유치장에 수감돼 있다고도 전했다.
또 재판부가 무슬림 과격파의 주장에 편승해 과도한 판결을 내렸다는 논란이 일면서 인도네시아 각지에선 항의시위가 이어지고 있다고도 보도했다. 하지만, 아혹 주지사 측은 국론분열이 더는 확대돼선 안된다면서 지난 22일 항소를 포기한다고 밝혔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약 2억6천만 명 중 87%가 무슬림인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이며, 기독교인은 8~9% 정도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