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한 이성'을 강조한 이재훈 목사는 책에서도 "물이 언제나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하나님의 은혜는 언제나 낮은 곳으로 흐른다"며 "하나님의 은혜 안에 사는 성도들은 은혜의 물줄기가 되어 머무름 없이 낮은 곳, 더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사람들"이라고 말하고 있다. 전편에 이어 이재훈 목사의 책 이야기와 선교 이야기, 그리고 설교 이야기를 모았다.
-책 2부 첫 콘텐츠는 '정통과 전통'입니다. 우리나라는 대대로 내려온 유교적 전통을 기독교의 정통 의식처럼 여기는 경우가 있는데요.
"지도자들로부터 개혁이 일어나야 합니다. 권위주의적 생각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목회자들이 성도들로부터 배울 점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없어져야 할 단어 중 하나가 '평신도'입니다. '평(平)'이라는 건 '특(特)'이 있다는 것 아닙니까. 목회자와 평신도를 구분하는 것은 반(反)종교개혁적 용어 사용입니다. 가톨릭적 용어이지요.
옥한흠 목사님이 성도들을 제자화하는 데 큰 기여를 하셨지만, 제자훈련 세미나에서 '평신도를 깨운다'는 용어를 사용하시면서 오히려 이 단어가 고착화돼 버린 점은 아쉽습니다.
저희 교회에서는 '평신도'라는 말을 못 쓰게 합니다. 목사도, 장로도, 집사도, 모두 '성도'입니다. 성경에도 '모두 성도로 부르심을 받았다'고 하지 않습니까. 목회자도 성도로서 하나의 직임을 받은, 수평적 은사입니다. 그 중에 목양이 중요한 것이지만, 관료주의적이고 유교적인 위계질서는 아닙니다. 이런 시각을 갖는 것이 종교개혁의 출발점 아닐까요."
-책 추천사를 쓰신 분들 중 '목회자'가 없었는데, 이런 소신 때문일까요.
"가까운 분들 중 선택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목회자들만 시각을 바꿔선 안 되고, 세상 속에서 일하는 성도들의 시각도 함께 바뀌어야 하기에, 저변 확대를 위해 그렇게 했습니다."
▲이재훈 목사가 추천한 책 3권. <고백록>, <순전한 기독교>, <돈 소유 영원>. |
◈오래된 영적 고전들 읽는 훈련을
-책 제목대로 '생각을 생각'하려면 결국 사유가 깊어져야 하고, 사유가 깊어지려면 독서가 뒷받침돼야 할텐데요.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책 읽기를 어려워하고 관심도 적습니다.
"그리스도인의 독서가 편향돼 있습니다. 세상 베스트셀러는 열심히 읽으면서, 영적 고전들은 어렵다는 이유로 읽지 않습니다. 기독교 서적은 오래 될수록 좋습니다. 힘들더라도 오래된 영적 고전들을 읽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큐티도 필요합니다. 매일 말씀과 동행하는 생활이 중요합니다. 큐티를 매일 실천하는 분과 그렇지 않은 분은 사고의 깊이가 다르다는 걸 느낍니다."
-저자 인터뷰인 만큼 독서 이야기를 좀 더 하겠습니다. 감명깊게 읽은 책 3권을 말씀해 주신다면. 요즘 주목하는 저자가 있으신지요.
"고전을 보면 어거스틴의 <고백록>과 C. S.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가 있습니다. 잘 알려진 책이지만 막상 읽으려 하면 잘 안 읽게 되는 책입니다. 가르치기 위해 읽는 게 아니라, 저 자신을 위해 읽습니다.
현대 저자들 중에서는 랜디 알콘(Randy Alcorn)이라는 분이 있는데, 굉장히 깊습니다. 특히 <돈 소유 영원>이라는 책입니다.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데, 아주 좋은 책입니다. 이 분의 책이 주로 토기장이에서 나오는데, <인간의 선택인가 하나님의 선택인가?>라는 책도 있습니다. 인간의 자유의지와 하나님의 주권을 다루는 내용입니다. 어려운 부분인데도, 여러 입장을 굉장히 잘 정리해 주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책 귀퉁이에 '인세 전액은 산마루교회 노숙인 사역에 헌금된다'고 써 있었습니다. 하마터면 못 볼 뻔 했네요(웃음).
"이주연 목사님은 좋은 영적 멘토이시고, 온누리교회가 대형교회로서 보지 못하는 부분들을 많이 보게 해 주시면서 균형을 잡아주는 분이십니다. 저희 교회 목회자들의 영성 훈련은 목사님이 다 하고 계십니다. 사역과 방향이 상당히 건강하기 때문에, 본받아야 할 모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재훈 목사의 서재와 사무실. 하용조 목사가 쓰던 곳이다. ⓒ김진영 기자 |
◈이주민 사역, 저비용 고효율 전략
-최근 로잔위원회 의장이 되셨고, 온누리교회는 '선교'를 중요시해 왔습니다. 하지만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선교 전략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저희 교회가 바꾸고 있는 선교 전략 중 하나가 개인 중심에서 팀 단위로, 지역별 전략 중심으로 가는 것입니다. 혼자 하는 프로젝트는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팀과 지역 단위로 전략 책임자가 있어서 계획 선교를 하도록 했습니다.
이전에는 선교사가 '어디로 가겠다'고 떠났는데, 이제 선교지의 필요에 따라 선교사를 파송하는 시스템으로 가고자 합니다. 과거 우리나라에 오셨던 선교사님들도 다 이런 계획 선교를 하셨습니다. 의사나 간호사가 필요하다고 하면 본국에 돌아가서 데려오는 식이었지요. 한국 선교의 위기는 각자가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떠나면서, 너무 많이 벌려져 있고 책임은 감당하지 않는 것 때문입니다. 그 선교사가 사라지면 선교 자체가 사라져 버리게 됩니다.
또 하나는 선교 방향을 이주민 사역으로 크게 전환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미 와 있기 때문입니다. 선교지가 우리나라로 들어온 것입니다. 그래서 재작년에 안산에 M센터를 완공했고, 20여 개의 언어를 쓰는 700여 명이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내 이주자들을 대상으로 선교사를 파송하고 있습니다. 이주민들은 하나님께서 주신 선교의 기회이고, 그들을 훈련시켜서 역파송하는 것은 좋은 전략입니다. 그동안 30명 정도의 역파송이 이뤄졌는데, 아주 효과적입니다. 그야말로 '저비용 고효율'입니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이 가서 원 주민들을 전도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이주민들은 똑똑하고 한글도 알기 때문에, 여기서 공부해 본국으로 파송되면 일단 안전하고 문화도 곧바로 적응되면서 비용도 적게 듭니다. 현지화가 바로 되니 매우 효율적입니다. 그 분들을 선교사로 파송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러브 소나타' 등의 집회를 오래 하셨는데요.
"일본은 '러브 소나타'와 'CGN TV'라는 플랫폼을 갖고 선교합니다. 일본에 방송이 들어가면서 현지 교회들의 연합을 이끄는 선교 방송이 되고 있습니다. 러브 소나타를 통해서는 도시별로 교회가 하나 되어 연합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일본 교계가 연합할 때 새 힘과 용기를 얻게 되는데, 그런 불씨가 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존 파이퍼 5월, 크리스토퍼 라이트 11월 방한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교회나 목사님께서 준비하시는 사역이 있으신지요.
"중요한 행사가 있습니다. 여기서 처음 공개하는데, 5월 말에 존 파이퍼(John Piper) 목사님이 처음으로 한국에 오십니다. 28-30일,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갱신을 위한 집회를 준비 중입니다. 25-27일에는 젊은이들과 예배선교 콘퍼런스를 열 것입니다. 영성을 위한 집회입니다.
11월 6일에는 로잔위원회 이름으로 직전 신학위원장이자 2010년 케이프타운 서약을 입안했던 영국 신학자 크리스토퍼 라이트(Christopher J. H. Wright) 박사님을 초청해 한국교회의 신학 갱신 세미나를 계획 중입니다. 다음 날인 7일부터는 디아스포라를 주제로 글로벌 미션 리더십 포럼 '대형교회의 선교 책무 콘퍼런스'를 다시 열 계획입니다."
-대형교회이기 때문에 말씀을 전해야 할 대상이 너무 다양할텐데, 어떻게 준비하시는지요.
"중요한 대목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즉석 메시지'가 많습니다. 설교학자 중 유진 로리(Eugene L. Lowry)라는 분이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 <생명력 있는 설교(The Homiletical Beat, CLC)>라는 책이 나왔습니다. 그 분이 쓴 책 중 원서 제목에 상당히 공감 가는 것이 있었습니다. 'Dancing the Edge of Mystery'.
저자는 재즈 피아니스트이기도 하신데, 재즈가 즉흥성(improvisation)이 있지 않습니까? 설교에도 프레임이 있고 메시지가 있지만, 대상에 맞게 순간적으로 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요구된다고 봅니다. 어떤 경우 메인 메시지만 갖고 강단에 올라갈 때가 있는데, 회중이 설교를 만들어가는 영역이 있습니다. 우리는 목회자가 설교한다고 생각하지만, 성도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설교하러 가 보면 어떤 교회는 숨이 막혀서 잘 나오지 않는 곳이 있는 반면, 준비한 것보다 많은 것들이 나오는 곳도 있습니다. 성도들의 수준과 관심과 기도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메시지를 정해놓고 기계처럼 하는 게 아니라, 설교는 상호 작용입니다. 연말연시 새벽기도회를 가면 그렇습니다. 준비도 제대로 못 하고 올라갈 때도 있지만, 내용이 더 풍성한 적이 있습니다. 성령님의 역사도 있겠지만, 새벽에는 간절히 기도하고 나온 성도님들이 많기 때문에 확실히 다릅니다. 설교가 '재즈 연주와 같다'는 말에 아주 공감이 됩니다."
-얼마 전 '특새' 본문도 그렇고, 선지서들을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의 마음과 인간의 죄를 가장 잘 보여주는 본문입니다. 지난 40일 새벽기도회 때는 선지서로만 설교하면서 '회개와 회복'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하나님의 목표는 회복인데, 이를 위해 회개가 요청됩니다. 회개와 회복은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선지서를 사랑하는 성도 치고 신앙생활을 흐리게 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습니다. 편식을 해선 안 됩니다. 우리가 가장 읽지 않는 본문이 선지서인데, 선지서를 사랑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온누리교회 하면 하용조 목사님이 떠오르는데요. 부담이 되진 않으신지요.
"담임목사가 됐을 때도 전체 교역자들 중 나이가 딱 중간 정도였습니다. 저희 교회 리더십과 성도들이 상당히 성숙하십니다. 일체의 잡음도 없었습니다. 선배님들도 많이 계셨지만, 나이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리더로서 존중해 주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저는 목회자들을 같은 친구로 여기지, 위계질서를 따지진 않습니다. 온누리교회 문화 자체가 성숙하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