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회신학대학교(총장 임성빈 교수)에서 18일 "최근 본교 홈페이지 일반게시판의 게시글과 관련하여, 본 대학교는 현 상황의 엄중함을 고려하여 본 대학교의 정관과 관련 규정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행정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신대 홈페이지 메인 공지사항에 '장신대 교원인사위원장' 명의로 올라온 이 게시글은 장신대 김철홍 교수의 글들과 이에 대한 일부 학생·교수들의 반발에 따른 것이다.
교원인사위원장인 박상진 교수(기독교교육)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교원인사 규정에 교원(교수)을 징계할 수 있는 10가지 사항이 있다"며 "(김철홍 교수의 글이) 여기에 해당하는 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원인사 규정에 명시된 10가지 징계 사유는 ① 2년 이상의 금고형의 언도를 받았을 때 ② 대한예수교장로회 신조와 헌법에 위배된 언동을 하는 행위 ③ 본 대학교에 불리한 언동을 외부에서 행하였을 때 ④ 학생을 선동하여 학교질서를 문란케 하였을 때 ⑤ 직무를 태만하여 직책을 완수치 아니하였을 때 ⑥ 이력 및 경력을 기만하였을 때 ⑦ 고의 또는 과실로 학교에 중대한 피해를 입혔을 때 ⑧ 신분을 망각한 행위로서 학교에 불명예와 영향을 주었을 때 ⑨ 파당을 조성키 위하여 분규를 야기하였을 때 ⑩ 기타 부정한 행위를 하거나 또는 부정당하다고 인정되었을 때다.
박 교수에 따르면 교원인사위원회는 장신대 보직교수 11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만약 이들이 김 교수의 행위가 징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 이사회에 이를 건의하게 되고 이사회는 징계위원회를 구성해 징계할 수 있다.
그러나 당사자인 김철홍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처음 이 사실을 알았다. 그는 "학교에 저 혼자 있는 게 아니고 다른 교수들도, 학생들도 있으니 그들 나름대로 생각을 갖고 이런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며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김 교수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 게시판에 대한 규정도 확실하지 않다"며 "저는 제 양심에 따라 이야기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철홍 교수는 최근 '최순실 게이트' 시국과 관련해 지난 6일 본지에도 소개된 '박근혜 대통령이 악한 영에 사로잡혀 있다는 주장에 대한 비판'을 비롯, 10일 '어느 학부모의 항의', '주술에 빠져 악령에 빙의된 사람은 누구인가? 박근혜 대통령인가 아니면 누구인가?', 11일 '끝장 토론 제안'과 '내가 백남기교 미신을 믿지 않는 이유', 14일 '중간 평가와 제언' 등의 글을 연이어 올렸다.
특히 김 교수는 '내가 백남기교 미신을 믿지 않는 이유'라는 글에서 "불법 폭력시위를 하다가 사망한 백남기 씨가 물대포를 맞고 순교했다는 것을 믿는 미신(迷信)을 지금 나에게 믿을 것을 강요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나더러 백남기에게 경배라도 하란 말인가? 너희들이 경배하니 나도 경배해야 하는가? 언제부터 이 학교가 사고가 멈춘 홍위병들이 하라는 대로 교수가 순종해야 하는 학교가 되었나"라고 개탄했다.
또 "나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사람들은 자유민주주의의 적(敵)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집단주의, 전체주의적 신념에 가득 차 있기 때문"이라며 "더구나 신학교 안에 있는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앞으로 좀비 목사, 좀비 전도사들이 교회에 출현하게 될 것을 예고한다. 지옥의 묵시록의 기독교 판이 시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일부 학생들은 김 교수의 글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광화문 집회와 백남기 씨 사건을 관련지은 내용에 거세게 반발하면서 "협박"이라고 주장하고 나섰으며, '김철홍 교수 징계에 관한 공동청원', '김철홍 교수 공개사과 요구를 위한 침묵시위' 등 실력 행사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침묵시위를 공지한 글에서 "복음을 가르쳐야 할 김철홍 교수는, 불법시위자는 범법자이니 죽어 마땅하다며 고인의 죽음을 능멸하였고, 심지어 사랑으로 가르쳐야 할 학생들을 목숨을 담보로 하여 협박하였다"고 밝혔다. 또 장신대 학생 81명은 '김철홍 교수님의 공개사과를 요구합니다'라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임희국·서원모·박경수·안교성·이치만·김석주·손은실 등 역사신학 교수 7인도 10일 '사랑하는 학생들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김철홍 교수를 향해 "이 자리를 빌려 간곡히 그리고 엄중히 요구합니다. 장신공동체의 구성원들에게 정중하게 진심을 담아 사과하십시오. 그리고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십시오"라교 요구했다.
이들은 "우리 교수들은 장신대의 균형 잡힌 신학과 신앙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며 "우리가 추구하는 '경건'은 자신을 세속에 물들지 않게 지키는 개인적 경건을 넘어 사회적 약자들을 품는 사회적 경건이기도 하다. 우리가 지향하는 '학문'은 단지 메마른 추상적 이론이 아니라, 하나님의 눈길과 마음으로 사람과 세상과 자연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해석하고 구원해 내는 실천이기도 하다. 이것이 우리가 지향해 온 신학적 방향성"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