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가졌다고 생각하고 움직여봐 믿음은 바라는 것의 실상이고 안 뵈는 것의 증거니까 니 머리 아닌 영혼이 가는 대로 가 기대하고 기다리는 자에게 비가 내리는 법이야 축복은 내가 벌린 입만큼 들어오는 거니까'(<데이 데이>의 한 구절)
그야말로 '비와이 신드롬'이었다. 실력 있는 래퍼의 영향력이 이정도일 줄은 미처 몰랐다. 그것도 오디션 참가자의. 자신의 기독교 신앙을, 그것을 그리 반기지 않는 요즘 분위기에서, 대중 앞에 드러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인기를 바랐다면 더 조심스러웠을텐데, 오히려 그런 당당함이 진정성 있게 다가갔던 것 같다. 마치 인기따윈 필요없다는.
그렇게 비와이는 힙합의 또 다른 가능성을 열었다. 많은 이들이 그를 '착한 래퍼'라 부르는 것은, 바로 그가 보여준 이 가능성 때문이다. 누군가를 깎아 내리거나 욕설을 내뱉지 않아도 얼마든지 '스웨그' 넘치는 래퍼가 될 수 있음을 그는 증명했다.
그리고 이는 비단 힙합 자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비와이는 "랩으로는 찬양이 어렵다"는 막연한 인식에도 금을 냈다. 이것이 둑을 허물지는 좀 더 두고봐야겠으나 금이 간 것만은 확실하다. 그 옛날 교회에서 금기시 되던 피아노와 기타, 드럼과 같은 악기들이 그랬듯이. 실제 비와이가 '쇼미더머니5'에서 우승하자 많은 교회들이 그에게 손짓하고 있다.
예배인도자이자 CCM 듀오 '시와그림'의 김정석 목사는 "어떤 면에서 진짜 CCM을 부르는 이는 제가 아닌 비와이일지 모른다"며 "동시대의 음악으로 신앙을 고백하는 그의 노래는 부인할 수 없는 CCM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다. 비와이는 분명 랩으로 찬양을 했다.
그런데 그렇다고, "힙합의 모든 것을 교회가 다 수용할 수 있다"고 해도 되는걸까. 힙합은 대중 음악의 한 장르를 일컫지만, 그보다는 그 안에 있는 문화 전반을 가리키는 경우가 더 많다. 래퍼들의 독특한 의상과 행동은 틀림없이 그 고유한 힙합 문화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힙합을 교회 문화로 받아들이려면 우선 그것이 기독교 가치관과 통하는 것인지를 따져야 할 것이다.
기독 청년들을 대상으로 사역하는 라이즈업워십밴드의 리더 이동호 선교사는,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교회 안에 불고 있는 '비와이 바람'에 한 발짝 거리를 둔다. 자칫 이것이 교회, 특히 기독청년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다. 그 만큼 힙합 문화 안에는 교회가 경계해야 할 것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는 게 이 선교사의 말이다.
"저 역시 비와이에게 감동했습니다. 저 뿐 아니겠죠. 아마 많은 기독교인들이 그랬을 겁니다. 그러니 랩, 나아가 힙합에 대한 인식도 개선됐을 거에요. 그러나 랩과 같은 힙합의 외형을 빌리는 것과, 그 안에 있는 정신과 문화까지 받아들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랩으로 왜 찬양을 못하겠습니까. 전 예전부터 이런 것에 열린 시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랩이라는 형식 이면에는 주의해야 할 부분도 분명 있습니다."
그래서 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 선교사는 "'기독교인' 비와이가 인기를 얻었다고, 교회가 단순히 그를 '소비'하려고만 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먼저는 차분한 자세로 힙합이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고민해야 할 것이고, 그에게 부담을 주기보다 비와이라는 청년이 그 신앙을 잘 간직할 수 있도록 기도하며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비와이는 얼마전'쇼미더머니5' 파이널 무대에서 '자화상'이라는 곡으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내 죄들은 이미 사하여졌어 새로운 사랑과 축복으로 인해 내 아침엔 난 다시 나음을 입어 난 네가 말하는 것과 달리 내 가치를 알아 특별하고 고귀함을 가진 단 하나뿐인 자녀임을 말이야' 대중들이 열광하는 래퍼의 곡에서 이런 가사를 듣는 날이 오다니. 다시 생각해도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