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민호 교수는 이날 "마치 가나안 땅을 정탐하기 위해 먼저 파송된 이스라엘 족장들처럼, 오늘날 선교 현장에 나가 있는 2만7천 한국선교사에게 ‘리서치 선교사’(연구와 사역의 통합), ‘지역 전문가’(지역 사령관), ‘전략적 선교 퍼실리테이터’(사역 촉진자)로서의 정체성이 더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지희 기자

한국교회가 21세기 지식정보시대에 적합한 선교 전략을 개발하려면, 먼저 선교 현장의 지역·종족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종족 리서치와 정보 및 첩보 수집은 필수다. 선교사와 선교단체 리더부터 지역·종족 리서치의 개념과 방법을 이해하는 것과, 선교 정보의 지식 경영·공유를 위한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가운데,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훈련분과위원회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선교지 리서치 세미나'를 개최했다.

마민호 한동대 교수(국제지역연구소·CIAS 소장 이날 "선교의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전략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 그 시대에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전략을 나열한 것이 바로 선교 역사"라며 "맡겨진 일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던 19세기 산업사회를 지나 문제 해결 능력이 중요한 21세기를 살면서, 선교사들이 이 시대 선교 전략의 변화를 알고 연합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아브라함이 본토·친척·아비를 떠난 사건과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 등에서 알 수 있듯, 복음의 진보는 죽음을 각오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있을 때 일어난다"며 "몇 가지 전략에 붙잡혀 이를 넘어서는 전략을 고민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선교사부터 죽음을 각오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묵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사역에 실패할 수도 있지만, 한 번 정도의 실패는 이후 사역에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하나님께 맡기고 앞서나가지 않는 여유와 믿음을 갖게 한다고 설명했다.

마민호 교수는 이와 함께 "선교가 영적 전쟁이라면 전략이 있어야 승리한다"며 "전략을 세우려면 정보와 첩보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연구와 리서치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우리 민족의 눈과 정서로 정보와 첩보를 생산해 공유·배달하여, 선교사들이 필요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마치 가나안 땅을 정탐하기 위해 먼저 파송됐던 이스라엘 족장들처럼, 오늘날 선교 현장에 나가 있는 2만 7천 한국인 선교사들에게 '리서치 선교사'(연구와 사역의 통합), '지역 전문가'(지역 사령관), '전략적 선교 퍼실리테이터'(사역 촉진자)로서의 정체성이 더 요구된다고 말했다.

선교지 리서치를 위해 현장의 유학생 자원을 한인교회와 연합하여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언어는 잘하지만 그 나라의 자연환경·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 등은 모르는 유학생들에게, 이를 알려 주고 조금만 훈련시키면 그 나라에서 단순히 여행만 다니지 않고 정탐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보고서는 표준안을 사용하여 작성해야 다음 단계에서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후 필드 리서치의 3단계로 1단계 조사 준비(조사 설계 및 사전 조사), 2단계 현지 조사 활동(리서치, 기록, 전략회의), 3단계 결과 보고(보고서 작성 및 보고, 환류) 등 구체적 방법을 소개했다.

마민호 교수는 마지막으로 "한국 선교의 최대 과제인 전략·협력·조정자 부재를 해결하기 위해, 거시적 관점에서 선교를 바라보고 조정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며 "한국 선교 네트워크를 위해 사역을 조정하고 촉진할 전략적 선교 코디네이터, 전략적 선교 퍼실리테이터가 늘어나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또 "각자 속한 공동체와 단체 안에서 선교 정책과 사역 방향을 정할 때 선교 지역 연구와 필드 리서치 사역이 얼마나 중요한지 선교단체 리더십과 선교사들이 공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 교단 선교부 관계자는 "선교부 역사가 20년이 넘었지만, 본부에 신임 선교사가 요청하는 선교 현장 정보와 연구 자료가 충분치 않아 늘 어려움이 있었다"며 "또 최근 은퇴 선교사들도 크게 늘고 있는데, 이들의 노하우와 정보가 문서화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연말이 되면 파송 선교사들에게서 한 해의 사역과 내년 계획 등을 보고받는데, 그 양식에 선교 리서치 관련 형식을 추가하는 등 선교 행정 차원에서 다루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동서선교연구개발원 한국본부(EWC KOREA) 대표 이대학 목사는 "한국 선교사들이 사역은 열심히 하는데 기록이나 리서치가 서구 선교사보다 많이 부족해 자료가 축적되지 않고 있다"며 "이로 인해 새로운 선교사들은 선교 현장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약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한국선교가 좀 더 전략적이 되려면 가장 기본적인 리서치부터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서구에서처럼 기록하고 보고하는 책무를 부여하고 이를 전문가들이 수집·정리·가공하는 시스템을 시급히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WMA 훈련분과위원회 위원장 이용웅 선교사도 "이번 선교지 리서치 세미나를 통해 한국 선교에 전략이 없는 이유는 리서치가 없기 때문임을 확인했다"며 "리서치에 있어서 꼭 필요한 지역 연구와 정보 수집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배우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이어 "뜻을 같이하는 한국 선교단체들이 선교 정보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힘을 모을 수 있다면, 지금보다 전략적이고 효과적인 선교를 수행할 수 있다"며 "한국교회가 이제는 선교의 성숙을 위해 현장 선교를 위한 지원과 함께 선교지 리서치를 위한 지원에도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