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목사) 주요 회원교단 총회장 및 관계자들이 고난주간을 맞아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로에 있는 일본군 성노예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를 찾아 위로와 연대의 뜻을 전했다.

쉼터에 머물고 있는 김복동(91)·길원옥(89) 할머니가 이날 NCCK 방문단을 맞았다. 이 자리에서 김복동 할머니는 "오랜 세월 일본과 싸워 왔다. 그런데 정부는 우리에게 한 마디 말도 없이 일본 정부와 위안부 문제를 타결해 버렸다"며 "그러면서 일본은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하라고까지 한다. 하지만 우리는 백억, 아니 천억을 줘도 소녀상과는 바꿀 수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김 할머니는 "소녀상은 자라나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과거의 역사를 바로 알리려 세운 것"이라며 "교회가 우리들을 좀 도와 줬으면 좋겠다. 특별히 우리들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과거를 기억하고 정의와 평화를 위한 정의기억재단 설립에 앞장서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NCCK 회장인 이동춘 목사는 "아픈 역사를 교회가 기억하고 있다. 할머니들 편에 서서 기도하며 열심으로 협력하고 또한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최부옥 총회장(기장)은 "정의기억재단 설립에 동참하고자 교단 차원에서 헌금운동에 나서고 있다"며 "할머니들께서 겪으신 아픔이 결코 의미 없고 헛된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들에게 민족의 수난과 아픔을 일깨우는 것이 될 것이다. 비록 불의한 세력들이 역사를 지우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지워지지 않고 더욱 분명히 전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동춘 NCCK 회장(오른쪽 가운데)이 할머니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이동춘 NCCK 회장(오른쪽 가운데)이 할머니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전용재 감독회장(기감)은 "우리 사회 여기저기에 아직도 정의롭지 못한 일들과 억압당하는 이들이 있다. 그래도 하나님은 이 모든 것을 기억하신다"며 "할머니들께서 우선 마음에 평안을 찾으셨으면 좋겠다. 한국교회도 이를 기억할 것이며 함께 기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근상 주교(대한성공회)는 "우리도 기억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일본인들이 기억해야 한다"면서 "일본인들이 이 역사를 바로 알고 기억해 가슴을 치게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홍정 사무총장(예장 통합)은 "할머니들이 그 누구보다 정의와 평화를 갈망하고 계신다고 생각한다. 고통의 여정 속에 하나님도 함께하신다는 것을 고백한다"며 "정의기억재단을 세우는 데 1백만 성도의 이름이 올랐으면 좋겠다. 기도하면서 열심히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NCCK는 이날 쉼터 방문 후 오후 4시 30분부터 서울극장 8관에서 '전쟁과 여성, 그리고 역사'를 주제로 토크콘서트를 개최했다. 안지성 목사(새터교회)가 사회자로, 양현혜 교수(이화여대), 이상성 목사(고양시), 장현곤 박사(창비 편집위원)가 패널로 참여했다. 토크콘서트 후에는 같은 장소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귀향>을 관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