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금 목사(72)가 지난 37년 동안 목회한 강남교회(서울 화곡동 소재)에서 다음 달 24일 은퇴한다. 강남교회는 지난 1월 17일 공동의회를 열고, 미국 시카고언약장로교회의 백용석 목사를 전 목사의 후임으로 결정했다. 은퇴를 앞두고 '아름다운 목회 계승'을 준비하고 있는 전 목사를, 강남교회 내에 있는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전병금 목사는
전병금 목사는 “은퇴 후 주변의 여러 목회자 및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구호활동에 나설 생각이다. 갑작스레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찾아가, 그들을 위로하며 작게나마 힘이 되어 주고 싶다”고 했다. ⓒ김진영 기자

-은퇴 소감을 듣고 싶다.

"아주 부족한 사람인데, 하나님께서 인도해 주셔서 무사히 강남교회를 목회할 수 있었다. 하나님께서 여기까지 이끄셨다. 다 하나님의 은혜다."

-지난 37년을 돌아보면 어떤가.

"나름대로 목사로서 최선을 다했다. 후회는 없다. 날마다 감격이었다. 부임 당시, 신앙생활에 대한 문제로 교인들 사이에 다소 이견이 있었지만, 그 역시 하나님의 은혜로 무사히 극복할 수 있었다."

-지난 목회에서 무엇을 중점으로 삼았었나.

"어릴 때부터 기장(한국기독교장로회) 측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했다. 진보적이었다기보다 그저 평범한 시골 교회였다. 그러다 한신대에 진학하면서 보다 진보적인 신학을 접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신앙인의 양심과 진실성이 무엇인지, 개인과 사회에 대한 시각은 어떠해야 하는지 등을 배울 수 있었다.

흔히 진보신학이라고 하면 자유주의를 떠올리는데, 그보다는 역사 참여적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예수님께서 성육신하신 것처럼, '교회도 세상으로 나아가 그곳을 하나님의 뜻으로 변화시키자'는 것이다. 나 역시 그런 것에 초점을 맞췄다.

여기에는 경험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지난 1985년 안식년을 얻어 영국에서 공부한 적이 있다. 한 번은 스코틀랜드에 들렀는데, 그곳에서 폐허가 된 가톨릭 주교좌성당을 목격했다. 1300년대에 농민들의 봉기로 쓰러졌던 것이다. 농민들이 힘겹게 바친 세금으로 향락을 누린 주교의 행동이 원인이었다. 큰 깨달음을 얻었다. 민중의 삶과 괴리된 교회, 그 최후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런 경험과 깨달음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목회에 적용했나.

"4가지였다. 우선, 북한과 세계선교다. 북한은 외면할 수 없는 우리의 형제다. 그래서 쌀과 밀가루를 보내는 등 여러 방법으로 그들을 도왔다. 그리고 교회의 가장 큰 사명은 세계 선교, 곧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지역사회를 위한 교회가 되는 것이었다. 이 역시 여러 모양으로 실천하고 있다. 주변의 가난한 이들에게 쌀을 나눠 주는가 하면, 지역 복지관을 위탁 관리하며 보다 직접적으로 지역의 필요를 찾고 그것을 공급하고자 노력해 왔다(인터뷰한 당일에도, 강남교회에서는 지역 노인대학이 진행되고 있었다. -편집자 주).

세 번째는 인재 양성이다. 안창호·이상재·문익환·장준하와 같은 인물을 키우는 것이 교회가 미래를 준비하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나눔비전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학생까지 약 20명 정도를 모아 기독교 신앙을 가르치고, 영어 예배 등을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능력을 길러 주고 있다. 방학이 되면 필리핀에 있는 선교선터에서 기도와 말씀으로 영성훈련을 실시하기도 한다.

끝으로 '모델 교회가 되자'는 것이다. 목사를 비롯한 교인 한 명 한 명이 진정한 기독교인이 되어, 타에 모범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앞서 세 가지는 그동안 그런대로 기반을 닦아 두었다. 이제 강남교회가 나를 이어 오시는 분과 함께 이 마지막 네 번째 비전을 향해 더욱더 달려가길 바란다."

-교계에서도 폭넓게 활동해 왔다. 그러면서 느낀 점이 있나.

"지금 한국교회의 위상이 떨어진 가장 큰 원인은 분열에 있다고 본다. 그리고 분열은 명예욕과 이기심, 학연과 지연 등에서 비롯됐다. 이런 것들은 예수님의 몸된 교회를 찢는다. 이런 생각에서 오래 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통합을 앞장서 추진하기도 했었다. 당시 NCCK 총회에서 그 필요성을 역설했고, 많은 분들이 공감해 상당할 정도로 일이 추진됐었지만 아쉽게도 성공하지 못했다. 여전히 안타깝다."

-은퇴 후에는 무슨 일을 할 생각인가.

"주변의 여러 목회자,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구호활동에 나설 생각이다. 갑작스레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찾아가 그들을 위로하며 작게나마 힘이 되어 주고 싶다."

전병금 목사는

한신대를 졸업하고 고려대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이후 미국 풀러신학교와 영국 셀리옥선교대학원을 이수했고, 지난 2012년 한신대 명예신학박사를 취득했다. 기장 총회장(2002.9~2003.9), 한장총 대표회장(2002.9~2003.9), 한목협 대표회장(2011.6~2013.6) 등을 역임했고, 현재 한복협 부회장, 사단법인 나눔선교회 이사장, 사회복지법인 한국생명의전화 이사장, 한국교회연구원 원장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