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하면 대화가 됩니다. 설명을 하면 지시가 되기 십상이지만, 질문은 상대에게서 잠재된 것을 끌어내 춤추게 합니다. 질문은 처음이요 마지막입니다. 질문은 관계이며 동기 부여의 원천이고 인격입니다. 창의성의 시작이요 종결입니다."
안성우 목사(일산 로고스교회)가 최근 성경 속 하나님과 예수님, 그리고 선지자와 예언자, 사도가 했던 중요한 '질문'들에 대해 파헤친 <최고의 질문(피플스북스)>을 펴냈다. 성경 속 질문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오늘날 우리가 질문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최고의 질문자'이신 하나님과 예수님처럼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이끈다.
그는 아담이 범죄한 후 '네가 어디 있느냐', 살인한 가인에게 '네 아우 아벨이 어디 있느냐' 하셨던 하나님의 질문부터, 예수님께서 38년 된 병자에게 하셨던 '네가 낫고자 하느냐' 등 성경 속 12가지 질문들을 '본질을 파악하는 질문', '관계를 묻는 질문', '관점을 바꾸는 질문' 등으로 나눠 분석하고 있다.
안 목사는 개척 후 7년 만인 지난 2005년 안식년을 가진 후, 외부 활동을 자제한 채 성도들에게 '풍성한 설교'를 공급하기 위해 1천여 권의 책을 탐독하고 '사고의 전환'을 경험했다고 한다. 이번 책은 그 결과물 중 하나이다. 다음은 안 목사와의 일문일답.
-첫 질문입니다. 책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자녀들을 양육하면서 '질문식 교육법'을 선택했습니다. 책 에필로그에도 나오는데, 큰아이는 성적 우수자로 외고에 진학했지만 고교 첫 시험 수학 성적이 430명 중 308등이었습니다. 녀석은 '수학이 발목을 잡는다'며 울었지요. 그래서 물었습니다. '수학을 못한 거니? 수학 공부를 안 한 거니?' 결론은 안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해 여름방학에 하루 8시간씩 수학을 공부했고, 1년 만에 전교 1등을 차지했습니다.
아이를 변화시킨 것은 바로 '질문'의 힘이었습니다. 저는 아이보다 뒤에서, 친구처럼 질문하는 사람으로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을 토대로, 성경에 나오는 여러 질문들을 성도가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글을 썼습니다. 성경의 질문을 통해 성경적 가치관을 조명하고 싶었습니다."
-어떤 분들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신가요.
"가정에서는 어머니부터 교회에서는 목회자, 기업에서는 CEO 등이 일방적인 명령으로 사람들을 끌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하나님을 질문하시는 분으로 만났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목회자나 CEO들 뿐 아니라 자녀나 부모, 모든 기독교인들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책에 여러 질문들이 나오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이셨나요.
"요한복음 21장에 주님께서 베드로에게 하셨던,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라는 질문입니다. 제가 이 질문을 통해 주님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원래 신학을 하지 않으려 했는데, 고교 3학년 때 365일간 영성일기를 쓰면서 예배당에 가서 기도하고 말씀을 읽기로 했습니다. 이를 지켜 오던 중 요한복음 21장을 읽는데 이 질문이 다가왔습니다.
제 목회의 질문은 거기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왜 나를 배반했었느냐?'가 아니라 '(그럼에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였기 때문입니다. 헬라어를 그때는 몰랐는데, 예수님은 베드로가 다가올 명분을 제공하신 것이었습니다. 주님은 세 번째 질문에서 '사랑'이라는 단어를 베드로에게 맞춰 주셨습니다.
저도 목회자도 성도의 수준에 맞춰 질문해야 함을 알게 됐습니다. 각 사람들에게 맞는 질문을 해야 하는 것이지요. 사랑의 단계와 기둥, 균형과 범위까지 이야기하는 이 부분을 사랑합니다. 사랑의 보상은 사랑 그 자체입니다. 사랑에 보상이 따르는 게 아니라, 사랑 그 자체가 보상입니다."
-좋은 질문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는 사물과 사람, 사건에 대한 '관찰'입니다. 올바른 관찰 없이 올바른 질문이 나올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답이 틀렸다고 하지만, 실은 질문이 틀린 것입니다. 잘못된 질문을 하니, 답을 쓰는 사람이 백날 말해도 답을 맞출 수 없는 것입니다.
책에 영화 <올드보이>를 언급했는데, '대수'도 질문을 잘못 했기에 그 결과가 참담했습니다. '왜 15년 만인 지금 나를 풀어줬는가?'를 물었어야 했는데, '누가, 무슨 이유로 나를 감금했을까?'만 끊임없이 되뇌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최고의 질문자이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정체성과 관계, 사랑의 문제 등에 대해 최고의 질문을 하셨습니다. 관찰 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사랑, 이 세 가지만이 최고의 질문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피조물인 우리에게 '질문'하셨다는 것이 바로 우리를 '인격적'으로 대하셨다는 뜻입니다.
'최고의 질문'을 하지 못하면, '최악의 질문'을 하게 됩니다. 상사는 부하에게, 부모는 자녀에게 '최악의 질문'을 하면서 최악의 질문인지 모른 채 '최악의 공동체'를 만들고 있습니다. 각 장 마지막에 '질문의 중요성'에 대한 부연설명을 해 놓았습니다."
-그렇다면, 질문을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그런 법은 없습니다. 본질에 대한 이해 없이는 올바른 질문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질문을 들어 보면 그 사람의 수준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도 질문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시고 다가오십니다. 우리도 그 질문을 배워 사람들에게 '질문하는 자'로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질문을 통해 스스로 깨닫도록 해야 합니다. 저는 설교하면서도 성도에게 질문을 많이 합니다. 생각할 수 있는 만큼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도 소통이나 자녀교육 등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책을 한번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매 장마다 제가 삶에서 경험하고 은혜받은 이야기들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야 힘이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안성우 목사는 만리현교회에서 청소년부 시절을 보낸 후 서울신학대학교와 신학대학원(M.Div.), 신학전문대학원(Th.D.)에서 수학했다. 1990년 당진 상개중앙교회를 개척한 후 1997년 로고스교회를 개척해 지금까지 섬기고 있다. 국민일보에서 칼럼니스트로, 극동방송에서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다. 명동 CBMC를 3년간 섬겼으며, 일산 CBMC 지도목사로 9년간 사역 중이다. 현재 서울신대 외래교수와 로고스교회 목사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