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장마당이야말로, 북한선교의 중요한 기회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장마당으로 인해 시장경제의 영향력이 북한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이른바 자본주의 물결이 북한 사회를 덮치고 있다. 아무리 부정해도, 이젠 중동을 휩쓴 재스민 혁명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와 관련, 손과마음선교회 소식지(12호) 내용을 게재한다. -편집자 주

 

북한 평안남도의 한 장마당. ⓒ평화문제연구소
북한 평안남도의 한 장마당. ⓒ평화문제연구소

북한 정권이 주민의 탈북을 막으려 중국 국경과 가까운 두만강 일대 일부 마을을 없애거나 소개(疏開)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최근 두만강 일대 마을 주민들을 중국 국경에서 먼 지역으로 강제 이주시키고 있으며, 일부 마을은 인민군 부대가 나서 집까지 부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함경북도 온성군의 한 마을은 100여 가구를 한꺼번에 허물어 버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이 최근 북한 김정은 정권은 '탈북 가로막기'를 중요한 체제유지 방법으로 보고 국경 경비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엄중한 시기에도 북한 정권이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곳이 있다. 그곳은 바로 장마당이다.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장마당

북한 주민은 지금도 여전히 굶주리고 있지만, 고난의 대행군 시절에 일어난 대량아사와 같은 고통은 줄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북한 전역의 350여곳에 달하는 장마당 덕분이다. 없는 것이 없다는 장마당을 통해 북한 사람들은 저마다 먹고 입는 문제를 어느 정도 자율적으로 해결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장마당은 배급이 끊어진 북한 사회에서 주민들의 유일한 생명줄이다. 그래서 김정은 정권조차 장마당이라면 어쩔 수 없어 한다.

공산주의식 배급사회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시장형태인 장마당은 한 마디로 자본주의 시장체제의 한 모습이다. 이 장마당이 북한에 처음 등장하게 될 때, 공식명칭은 농민시장이었다. 농민 스스로 재배한 농산물들을 물물교환 방식으로 내다 파는 소시장 형태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굶어 죽어가는 고통을 당한 끝에 북한 사람들은 스스로 먹고 살기 위해 자연발생적 시장형태인 장마당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0년대 중반에 가서 현재 형태의 합법적인 상설시장으로 공식화된 것이다.

장마당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북한의 시장경제 활동은 아주 다양하다. 북한주민들이 자율적으로 가능한 경제활동은 장마당이 유일하여, 모든 경제의 실핏줄이 이곳에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북한의 모든 경제와 사회활동이 장마당과 깊이 연계돼 있는 것이다. 일종의 암시장 거래처럼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다양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장마당은 북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활동이 포괄되는 곳이다. 일상적으로 물건을 팔고 사는 기본적 상행위는 물론, 무역거래, 화폐교환, 구인구직, 인력시장, 정보교환, 사설금융, 부동산 거래 등이 이뤄지고 있고 심지어 병원이 해야 할 의약품 거래도 이루어지고 있다.

장마당과 공존하는 북한 정권

이처럼 다양한 경제 활동들은 사실상 북한 지하경제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 방대한 경제활동을 북한의 계획경제 시스템으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다. 김정은 정권이 장마당을 단속하고 제한하고 통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2009년 12월 단행한 북한의 화폐개혁이나 최근 북한 2인자인 장성택 일파의 숙청 등은, 결국 건드리기 어려운 장마당의 영향력을 직접적으로 줄여보려는 정치적 의도를 담았다는 견해도 있다. 다시 말해 장마당은 이제 북한 정권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심각하고 예민한 사회현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정권이 장마당을 사실상 허용하고 공식화한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어 보인다. 배급을 받지 못하는 북한 주민에게 장마당이 스스로 먹고 살게 하는 공간이 된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또 폐쇄된 북한 내부에서 발생하는 다양하고 급격한 사회적 충격들, 즉 서방세계나 자본주의의 영향을 미리 경험하게 함으로써 그 충격을 서서히 완화하는 효과와 기능을 안겨준다.

장마당에서는 갖가지 경제나 문화 활동이 지극히 사적인 수준에서 수용되고 전파된다. 그 과정에서 당연히 비법적 수단들이 동원되지만, 감시·감독을 맡은 자들조차 이를 눈감고 한통속으로 살아가고 있다. 악어와 악어새 같은 공존이 이루어지고 있다. 북한 정권은 어느새 눈치를 보며 적당한 수준에서 공존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장마당의 전면 폐쇄라는 강력한 제동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개장 시간을 제한하거나 질서를 지키게 하는 정도에서 적당하게 단속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장마당이라는 사적 경제 공간이 북한 내부의 제도적 변화를 촉진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긍정적 신호들도 나타난다. 장마당의 영향력이 정부와 사회 곳곳에서 은밀히 확대되는 양상이다. 최상류층이나 서민층이나 서방세계가 전하는 자유를 향유하려는 욕구로 가득하다. 아직은 속단하기 어렵지만, 자본주의 시장경제 개념을 북한 당국도 부정하지 못하는 단계에 왔다는 생각마저 든다.

최근 북한은 농장원들에게 국가의 땅을 1,000평씩 배급하기 시작했다. 이 땅에서 재배한 농작물을 장마당에 팔아 얻은 소득의 일정 부분을 국가에 내고 나머지는 개인 소득으로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 국가 기업소도 장마당에 팔 물건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대표적 상품이 의류와 신발이다. 물론 아직 중국 제품을 따라가지는 못하지만, '생산자율제'라는 새로운 제도를 통해 김정은 정권은 기업소에 돈벌이를 촉구하고 그 소득으로 월급을 올려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 사업가들의 활동 증가

청진에 사는 50대의 장마당 일꾼은 오랫동안 오징어잡이에 종사해온 사람이다. 그는 최근 탈북한 친척으로부터 장사 밑천을 받기로 하고 어떤 사업을 벌일까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남한에서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하는 한 탈북민은 이 친척이 장사 수완이 좋다는 것을 알고 그에게 투자하여 고향 친척들도 돕고 자신도 돈벌이하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이 친척은 말하자면, 사업가로서 첫 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아주 새로운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수 년에 걸쳐 이미 경험했고 잘 아는 수산물 유통업을 하기로 했다. 청진 바다에서 잡은 고기를 평양이나 중국으로 가져다 파는 일이다. 장마당에 해산물을 공급하는 중간도매상으로서 유통 사업을 하려는 것이다. 이미 판매로도 구상해 두었고 수송방법도 파악해 두었다. 중국 연변이나 평양은 바다와 떨어진 내륙 지역이므로 싱싱한 어류만 확보되면 좋은 이윤을 남길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평성에 사는 한 사업가는 양곡사업을 하여 수 년째 큰 돈을 벌고 있다고 한다. 집에 작은 창고까지 갖추어 중국 지역에서 쌀을 수매하여 평양 일대로 공급하여 상당한 수입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또 회령에서 공산품 무역을 하는 한 사업가는 최근 인조 고기를 제조하여 판매하는 식품업을 통해 제법 큰돈을 만지고 있다고 한다. 콩으로 만든 이 제품은 비교적 품질이 좋아 인기가 높다. 뿐만 아니라, 부직포를 만들어 파는 한 사업가는 다양한 용도의 원자재로 쓰이는 면직류 가공업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 이 제품은 포장지, 포대자루, 천막자재 등 용도가 다양하여 주문이 밀려온다.

이제 북한 경제는 새로운 이윤을 창출하는 일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마치 미국의 서부개척 시대를 연상할 만큼 북한주민들은 황금 시대를 향해 점차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 개인의 안정과 번영을 향해, 개인의 소득과 치부를 향해 달려가는 북한 주민들의 욕구는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단계에 왔다. 장마당이 욕망의 바람을 불어넣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이든 자유의 바람이든, 혹은 사회주의 붕괴든 북한 정권의 종말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그저 내 소유가 늘어나고 부자가 되는 길이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욕구에 불타고 있을 뿐이다.

장마당은 최선의 북한선교 기회

하나님은 북한 주민들의 욕구를 통해 새로운 길을 준비하고 계신다. 모든 욕구가 폭발하고 번져가고 해소되는 현장인 북한의 장마당을 북한선교의 중심으로 삼고 계신다. 이 사역은 오래 전부터 준비된 일이다. 어떤 정보도 쉽게 수용되고 소화되는 곳이 장마당이다. 그래서 장마당이야말로 복음 전파의 선도적 현장이 아닐 수 없다. 어떤 사회도 그렇듯, 폐쇄된 사회일수록 전해지는 말의 힘은 가히 폭발적이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말일수록 전파 속도가 빠르다. 그러나 생명을 주고 성공을 안겨주는 이야기는 더욱 강렬하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은 그 힘과 속도가 어떤 정보에 비해서도 빠르고 강하다.

중국 현장에서 탈북자들과 밀도강자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한 선교사는 북한주민들의 복음에 대한 욕구를 마치 스펀지 같다고 비유한다. 전하는 즉시 깊이 빨아들이는 그 영적 욕구에 선교사 자신도 열광한다고 한다. 그 강력한 복음 흡인력을 가진 북한 주민들이 다시 북한에 들어가 다른 주민에게 경험한 것을 전할 때, 성령의 역사는 어떠하겠는가를 상상해 보라고 한다. 그 결과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고 설명한다.

이는 곧 복음의 장마당이 펼쳐지고 있음을 증언하는 것이다. "예수 이름으로 명하노니 악한 질병은 떠날지어다"라고 기도할 적마다 복음의 장마당에서는 기적이 일어나고 있으며, 그 놀라운 간증들이 북한 전역으로 전달되고 있다. 예수 선생이 누구신가? 그 은혜와 기적을 나도 알 수 있는가? 이러한 복음의 증언이 장마당 곳곳에서 소개되는 것이다.

그래서 장마당 선교가 긴급하게 요구된다. 말하자면 비즈니스 선교(BaM)이다. 장사도 성공하고 복음전파도 성공하는 놀라운 기회를 만들어내자는 것이다. 장마당 일꾼이나 새로운 사업을 꿈꾸는 북한 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하며 장사에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장마당 선교의 큰 틀이다. 성공한 장마당 일꾼을 통해 여러 가정들이 굶주림에서 벗어나고 복음의 좋은 소식을 통해 영원한 생명을 갖게 된다면, 이보다 좋은 사업이 있겠는가?

손과마음선교회가 올해부터 추진하려는 사역의 중심이 바로 여기에 있다. 장마당에서 성공하는 기독교인 사업가를 양성하는 길이다. 이미 북한 각지의 장마당과 연결하는 발판을 만들기 시작했고, 이 귀한 사역에 참여할 후원 일꾼을 찾고 있다. 북한 경제를 살리고 복음으로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일에 동참하기를 기대한다. 통일대박은 바로 장마당의 기독교인 사업가들을 통해 현실화될 것이다. 구 소련연방을 붕괴했듯,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는 힘은 바로 장마당에서 시작됨을 주목하기 바란다.

/김창범 목사(손과마음선교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