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위기관리」.
「교회위기관리」.

최근 교회 분쟁의 정도와 빈도가 날로 심각해져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에는 아직 이를 예방·관리하기 위한 '매뉴얼'이 부족한 형편이다. 대부분은 교회 분쟁을 남의 일처럼 생각하다가, 막상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나서야 우왕좌왕하며 주먹구구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이 같은 시점에 분당중앙교회 최종천 담임목사가 교회 분쟁 예방과 위기관리를 위한 지침서 「교회위기관리」(최종천 목사 외 저/이지프린팅/8,000원/165쪽)를 펴냈다. 분당중앙교회는 교회 분쟁을 가장 이상적으로 극복한 데서 더 나아가 모범적 정관을 제정하며 한국교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었다.

이 책에는 최종천 목사가 쓴 '한국교회 위기의 본질과 대응 -분당중앙교회 사례가 주는 시사점'과 사례로 이송배 장로(분당중앙교회)의 '분당중앙교회 사태의 시작에서 종결까지'가 담겨 있고, 송영호 변호사(前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의 '교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형사법 문제 고찰', 오세창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의 '교회 분쟁으로 인한 법적 소송의 유형', 소재열 목사(한국교회법연구소장, 법학박사)의 '교회법과 국가법의 조화와 균형을 위한 교회정관법'이 수록돼 있다.

또 부록으로 이억주 목사(한국교회언론회 대변인)의 '한국 기독교의 언론에 대한 대처'가 게재됐으며, 분당중앙교회의 교회운영정관과 재무회계 시행세칙, 규칙·규정지침 및 기준 등 각종 교회법규가 자료로 수록돼 있다. 각 분야별 집필진들은 대부분 분당중앙교회 분쟁 해결 당사자 혹은 직·간접적으로 기여한 각계 전문가들로, 생생한 현장 경험을 통한 교훈과 노하우를 책에 담았다.

책에 게재된 글들은 분당중앙교회가 국민일보와 기독신문과 공동주관 하에 2013년 9월 30일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위기의 한국교회, 어떻게 지켜갈 것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의 원고들을 정리한 것이다. 당시 세미나에서 분당중앙교회는 분쟁의 종결을 선언함과 동시에 한국교회 위기 극복을 위해 헌신할 것을 다짐했었다.

최종천 목사는 이 책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과, 그에 대한 입증, 그리고 그를 위한 자료들"이라며 "더하여 이 사실이 적법성, 절차의 정당성, 공지성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구비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교회들이 분당중앙교회와 유사한 어려움을 겪지 않기 위한 조언으로 시스템 구축, 법적 근거 확보, 제도적 보완, 보존자료 유지, 함께 가는 목회, 책임 분산 등을 꼽는다.

"상처 입은 교회의 회복에 작은 도움 됐으면"

최종천 목사.
 최종천 목사.

최 목사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의연히 대처할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시간이 지나 언젠가는 한 번 불어올 광풍 앞에 우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준비를 하면 준비한 것이 필요 없게 된다. 하지만 준비하지 않으면 준비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책에는 또 상세한 내용으로 이뤄져 있을 뿐 아니라 교회를 보호하는 데 있어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은 '분당중앙교회 정관'도 수록돼 있다. 총 27쪽에 달하는 이 정관은 교인의 의무, 당회의 권한, 재정관리와 외부 회계감사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최종천 목사는 이 책을 펴낸 이유에 대해 "20년 가까이 그저 혼자 생각으로는 열심히 달려왔던 목회가 한순간 혼란으로 흩어지는 현상을 보고, 스스로 붕괴에 빠지고 말았던 목회자로서 그 원인과 회복에 대한 길을 반추해 보았다"며 "길지는 않았지만 지난한 과정을 거쳐 겨우 회복이란 이름으로, 그리고 승화란 이름으로, 이루어진 모습에 대해 그 의미를 부여하고, 그간의 어려움과 은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최 목사는 이어 "혹시 그 누구라도 어떤 순간에라도 어떤 도움이라도 받을 수 없을까 이리저리 발걸음하는 이들에게 작은 아이디어라도 되게 하기 위해 책을 썼다"며 "필요치 않을 책이 필요하게 되었지만 이왕이면 이 부실한 내용이라도 작은 도움이 되어 상심한 성도들이 회복을 이루고, 상처 입은 교회가 종결과 회복에 이르는 길에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단축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이제 우리는 주님의 손이 놓인 공간이 아니라 그 손끝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며 가야 할 것"이라며 "한국교회가 속히 갈등과 분쟁과 위기라는 말에서 벗어나 그것을 거쳐 가야 할 진정한 영적 회복과 하나님 나라의 영광 선포, 그리고 복음의 흥왕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분당중앙교회는 지난 2010년 말 최종천 담임목사의 도덕성과 교회 재정관리에 대한 악의적 의혹 제기로 인해 분쟁에 휩싸였다. 하지만 6년치 재정장부 열람과 그에 따른 외부 회계감사 및 세부항목 수천 건에 달하는 사회법 소송 결과, 일체 무혐의 판결과 함께 역설적으로 그 건전성을 입증받으며 분쟁에 종지부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