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정부와 연방의회 일각에서 추진 중인 낙태 비범죄화 움직임을 두고 복음주의 교계 지도자가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독일복음주의연합(Evangelische Allianz in Deutschland, 이하 EAD)의 라인하르트 신크(Reinhard Schink) 사무총장은 최근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과의 인터뷰에서 "독일 형법에서 낙태 관련 조항을 삭제하려는 현재의 정치적 시도는, 산모와 태아 모두를 보호해 온 기존의 안전장치를 위태롭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독일 형법 제218조는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다만 임신 12주 이내에 국가 승인 상담을 받고 3일의 의무 대기 기간을 준수할 경우 예외적으로 처벌을 면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주도하는 위원회가 낙태의 전면적 비범죄화를 권고하면서 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타자, 신크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태아 생명 보호를 상대화하는 법적 접근은 헌법 질서의 근간인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며, 오히려 여성들에게 사회적·심리적 압박을 가중시킬 뿐"이라며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신크 사무총장은 최근 마르부르거 분트(Marburger Bund)가 발표한 연구 결과를 인용해, 독일 병원 의사의 절반 가까이가 권력 남용을 경험했고, 의료진의 상당수가 성희롱에 노출돼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이를 낙태법 논쟁과 연결 지으며 "인권을 중시한다는 현대 사회에서조차 여성과 취약계층의 존엄성이 반복적으로 침해되는 시스템적 실패가 드러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성 혁명 이후 피임의 책임이 암묵적으로 여성에게만 전가돼 온 왜곡된 구조를 비판하며 "지속 가능하고 공정한 사회를 위해서는 피임과 임신의 책임을 남녀 파트너가 동등하게 나눠야 하며, 상호 책임이 인정될 때 비로소 진정한 여성 보호가 이뤄진다"고 역설했다.
특히 공론장에서 태아를 단순히 '세포들의 집합체'로 치부하는 경향에 대해 신크 사무총장은 "인간의 존엄성은 출생 순간이 아니라 삶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존재하며, 발달 단계나 건강 상태와 관계없이 본질적이고 불가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태아의 건강 상태나 장애 유무에 따라 낙태를 선택하는 사고방식은 '유엔 장애인 권리 협약'의 원칙에 위배되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진정한 포용 사회라면 태어나기도 전인 가장 취약한 존재를 배제하는 일부터 시작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동시에 신크 사무총장은 처벌 위주의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는 "낙태 결정은 대개 경제적·사회적 압박 속에서 이뤄지므로, 실질적인 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모성과 아이의 가치를 인정하는 연대의 문화가 선행돼야 한다"며, 태아 생명 보호와 여성의 권리 강화는 상반된 가치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동료 복음주의자들을 향해 "불의에 침묵하는 것은 결코 중립이 아니며, 더 강한 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뿐"이라며 "가장 약하고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태아와 위기에 처한 산모의 복지를 위해, 우리 사회가 분명하면서도 따뜻한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라고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