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한국신학회(회장 정상운 박사) 학술대회가 '2013 WCC 부산총회 이후 전망과 대안'을 주제로 6일 오후 안양 은혜와진리교회(담임 조용목 목사) 카이노스성전에서 개최됐다.
2부 학술대회에서는 이상규 박사(고신대)가 'WCC와 종교혼합주의', 이동주 박사(아신대)가 'WCC와 종교다원주의', 김태연 박사(GPI)가 'WCC와 세속주의'를 각각 발표했다. 좌장은 박창영 박사(성결대), 전체 논평은 이광희 박사(평택대)가 각각 맡았다.
종교혼합주의, 교파간 신조적 절충 넘어 사상적 조화 시도
이상규 박사는 "모든 WCC 회원교회나 구성원들이 다 신학적 자유·진보주의 혹은 종교다원주의·혼합주의자들이라 말할 수는 없겠지만, 이것들이 WCC 신학의 한 조류인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며 "WCC가 신앙고백적 일치보다는 포괄적 연합을 추구하는 사실 자체가 바로 이런 혼합적 성격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혼합주의(syncretism)란 일반적으로 기독교를 다른 종교나 종교사상과 절충하여 기독교의 고유성이나 특수성을 배제한 형태를 의미한다. 이 박사는 "종교혼합주의는 타종교에 대한 태도 변화에서 시작돼 점진적 발전 과정을 겪어왔는데, 이미 1910년 에든버러 대회에서부터 그 변화가 나타났다"며 "타종교와의 대화가 거듭 강조되면서, 특히 1968년 웁살라 제4차 총회와 1983년 밴쿠버 제6차 총회에서 그 입장이 일보 전진해 혼합주의로 변질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1991년 캔버라 제7차 총회에서 일어난 한국인 정현경 씨의 초혼제에 대해서도 "이를 옹호하는 이들은 한 개인의 견해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정현경은 총회 개최 1년 전 에밀리오 카스트로 총무에게서 공식 강연 요청을 받았고, 현장에서 강연 전 예행연습까지 했는데도 막지 않았던 것"이라며 "그래서 당시 참석한 정교회 대표 등에게서 비판을 받은 것 아니겠느냐"고 반박했다.
이상규 박사는 "오늘날의 종교혼합주의는 교파 간의 신조적 절충 단계를 넘어, 타종교 혹은 비기독교와의 사상적 조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종교다원주의와 혼합주의로 기울게 돼 있다"고 우려했다. 이 박사는 "혼합주의자들의 사상적 기초는 상대주의인데, 이는 역사 속 어떤 요소도 절대적일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이들은 기독교를 완전히 상대화하여 기독교나 불교나 이슬람이나 힌두교나 다른 어떤 종교들도 동일하게 구원에 이르는 길을 제시한다고 주장하는 '다다익선'의 논리를 갖는다고 하는데, 구약성경에서 솔로몬의 혼합주의(왕상 11장)는 이스라엘의 분열과 패망을 촉진했다"고 전했다.
한국 복음주의자들, WCC 총회 복음적으로 바꿔 놓았나?
두 번째로 발표한 이동주 박사는 "WCC는 힌두교와 불교, 이슬람교를 '살아 있는 종교들'이라 칭하면서 끌어안고 기독교와 동등한 위치로 대우했다"며 "그러면서 종교다원주의의 전초작업으로 성경의 중심 개념들인 기독론·성령론·구원론·교회론 등을 타종교들과 온 세계를 포괄할 수 있는 개념들로 확대시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박사는 "WCC의 선교신학에는 종교다원주의와 복음주의라는 두 얼굴이 있고, 이러한 이중적·혼합적 태도는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며 "2013년 부산총회 선교선언문에서도 복음적이고 성경적인 진술과 함께 종교다원적 진술을 발견할 수 있는데, 8항과 57항, 80항 등에서는 복음주의적 진술이 등장하나 27항과 93항, 110항 등에서는 성령론을 중심으로 보편주의적 종교다원주의를 고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주 박사는 "WCC 한국 대표들은 이러한 혼합주의적 선언문이 나타난 이유를 광범위한 영역에서 온 사람들의 의견 수렴 때문으로 주장하나, WCC는 신학적 입장도, 목적도 없는 인류 연합체가 아니라 초기에는 온 세상에 복음을 전파하려는 목표로 시작된 에큐메니칼 운동이었다"며 "그러나 1952년 선교대회부터 선교관이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로 바뀌면서 급속도로 반(反)선교적·종교다원주의적 입장으로 바뀌었고, 오늘날까지 계속 강화된 WCC의 종교다원주의는 복음주의를 품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구원론에 대한 샌 안토니오 선교대회(CWME) 선언문 제26항을 예로 들어 "WCC는 상반된 주장을 동시에 고백하는, 이중적이고 혼합적인 거짓에 익숙해지고 있다"고도 했다. 제26항에는 '때로는 구원에 대한 논쟁은 내세에 한 개인 영혼의 운명에 대해 집중한다. 하나님의 뜻은 지금 이곳에서의 완전한 삶인데도 말이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 외에 어떤 다른 구원의 길도 제시할 수 없다. 그러나 동시에 하나님의 구원의 능력에 한계를 둘 수 없다' 등의 문장이 나온다.
이 박사는 "결국 부산총회에서 종교다원주의와 복음주의의 동시에 고백한 사실은 이 둘 중 하나가 거짓이라는 점"이라며 "누구라도 이 둘의 입장을 동시에 취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WCC의 종교다원주의 전통은 부산총회에 와서 한국 복음주의자들의 참여로 인해 더욱 혼란스러운 연합운동이 되었을 뿐"이라고 진단했다.
이동주 박사는 "한국에서 복음주의자들이 대거 후원하면서, 부산총회를 계기로 WCC가 성경적 방향으로 돌이킬 수 있을지 지켜보았다"며 "그러나 그 결과는 WCC의 이중 진술과 가면에 모두 말려들었고, WCC의 힘만 키워 주고 말았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따지고 보면, WCC는 1960년 이래 한 번도 복음주의자들의 권면을 받아들여 방향을 바꾼 적이 없었다"며 "오직 이중·삼중적 모순을 다 끌어안고, 일원론·이원론·범신론·다신론을 다 끌어안은 힌두교의 종교철학자처럼 더욱 혼합적으로 거대해진 '가시적 일치'만을 보여줄 뿐"이라고 덧붙였다.
또 WCC의 △가톨릭 중심적 △타종교 이해와 제 문제 △교파 일치와 종교 통합 등 종교다원주의적 요소들을 지적한 후, 한국 성도들을 향해 "어떤 경우에도 한국과 세계의 복음화를 위해 온 힘을 다해 기도하고, 말씀대로 순종하는 윤리·도덕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며 "복음을 사랑하는 성도들은 성령의 하나되게 하심을 힘써 지키고, 마지막까지 진실하게 순교적 신앙으로 변질되지 않은 성경적 복음을 땅끝까지 전파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부산총회, 세속화와 이슬람 도전 앞 '기독교 변증학 정립' 도전
김태연 박사는 "교회의 영향력은 도덕적 정복의 힘"이라며 "유교적 기독교의 전통에 물든 한국교회는 전통 이전에 'Jesus+Nothing=Everything'이라는 비(非)세속주의 정신을 바로 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김 박사는 "이번 부산총회는 한국 기독교가 영적 도랑에 빠지는 분열을 가져왔고, 세속화의 문제와 이슬람의 한반도 전도라는 도전 앞에 기독교 변증학의 정립이 시급하다는 도전을 줬다"며 "종교다원주의자들은 계속 대화를 추구하지만, 저들의 세계관이 영적으로 죽어 있으므로 결실이 맺히지 않는 게 당연함을 알아야 한다"고 전했다.
또 "WCC는 포용주의라는 우상에 빠져 신앙무차별주의를 선포하고 있다"며 "이는 십자가로 율법을 완성하고 부활로 율법을 폐기하고, 은혜의 복음이 아닌 명백히 다른 복음과 연합하는 석의의 오류(Exegetical Fallacies)와 결합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를 범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양심을 저버린 교인들을 양산하는 것이 세속주의의 중간 목표인데, 이런 교인들이 대다수가 되면 교회는 맛을 잃은 소금이 되고 만다"며 "이렇듯 세속주의는 영적 우상숭배이고 WCC 대회에서 나타난 공통 주제도 세속주의인데, 그 내용은 인간화 중심의 종교인들이 행하는 영적 우상숭배를 용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학술대회는 조용목 목사의 고희를 기념해, 앞선 1부에서 논문집 헌정식이 진행되기도 했다. 헌정식에서는 목창균 박사(전 서울신대 총장) 사회로 이은규 박사(안양대 총장)의 기도, 김소엽 권사(대전대)의 축시, 임종달 목사(예하성 증경회장)의 축사, 정상운 회장(전 성결대 총장)의 헌정사 및 논문 헌정, 서정숙 박사(강릉영동대)의 꽃다발 증정, 송혜원 지휘자의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특송, 김용도 목사(한국기독교교단협의회 사무총장)의 축도 등이 마련됐다.
조용목 목사는 인사말을 통해 "하나님 은혜 없이는 제가 지내올 수 없었고, 모든 것이 하나님의 계획 안에서 그 뜻과 섭리를 따라 오늘까지 오게 됐다"며 "과분해서 원치 않은 일이었지만 고희 기념 논문집을 갖게 해 주셔서 감사드리고, 여생을 한결같이 더욱 열심으로 복음 전파에 신명을 다 바치겠다"고 말했다.
논문집에는 김재연 박사(칼빈대 총장), 도한호 박사(전 침신대 총장), 목창균 박사, 손봉호 박사(전 동덕여대 총장), 이은규 박사, 임성택 박사(그리스도대 총장), 정상운 회장, 정일웅 박사(전 총신대 총장), 최문자 박사(전 협성대 총장), 김태연 박사, 김동수 박사(평택대), 서정숙 박사, 정인교 박사(서울신대) 등 전·현직 신학대 총장들의 특별기고와, 지난해 한국신학회 학술대회 발표논문, 피터 바이어하우스 박사(독일 튀빙겐대) 강연 및 대담 등이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