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국기독교학술원(원장 이종윤 박사)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한반도 자유·정의·평화와 통일을 바라보는 한국교회의 입장'을 주제로 제45회 공개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성경적·신학적 입장' '정치적·국제적 입장' '사회적·군사적 입장' 등 세 가지 소주제에서 각각 이종윤·김영한(기독교학술원 원장) 박사, 류우익(사단법인 통일생각 이사장)·이정훈(연세대 교수) 박사, 손봉호(고신대 석좌교수)·박용옥(고신대 석좌교수) 박사가 발표했다.
성경적·신학적 입장
먼저 이종윤 박사는 한반도 통일에 대한 성경적 교훈을 이스라엘 민족의 분단 역사에서 찾았다. 그는 "남유다와 북이스라엘이 분열될 때 아히야가 자신의 옷을 찢는 행위로 남북 분열을 상징적으로 계시했던 것처럼, 이스라엘 백성의 통일에 대한 계시 역시 상징적으로 주어진다"며 "바로 선지자 에스겔에게 주어진 환상(겔 37:16~22)이다. 이 예언 속에 나타난 '두 막대기'는 남유다와 북이스라엘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그런데 여호와 하나님은 '그 막대기들을 서로 합하여 하나게 되게 하라 네 손에서 둘이 하나가 되리라'고 말씀하셨다"며 "즉 여호와께서 두 나라를 한 나라로 만들어 주시겠다는 뜻이다. 남유다와 북이스라엘은 본래 한 분 여호와 하나님을 섬기는 '한 짝'으로서 동일한 막대기, 곧 한 족속이라는 것이다. 이 예언에 의하면 통일의 주체는 남유다도 북이스라엘도 아니고 여호와 하나님임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따라서 그리스도의 복음화된 통일조국을 건설해야 진정한 평화가 온다. 죄에서 우리를 자유케 하시는 분도 예수 그리스도 뿐이고 정의를 실천하려고 성육신하신 분도 예수 그리스도"라며 "그러므로 자유와 정의, 평화는 그리스도의 복음이 올 때 이뤄진다. 한반도 통일은 복음화된 통일조국이어야 한다는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김영한 박사도 "한국의 통일은 남한과 북한의 최고 지도자 사이의 협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에 있다"며 "한국교회의 신앙과 사랑, 나눔은 체제와 분단을 초월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서독교회가 분단된 동독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 같이 한국교회의 사명이다. 한국교회가 해야 할 일은 평양에 무너진 예배당이 재건되어 자유로운 예배와 찬양이 퍼지도록 하나님께 기도하며, 굶주린 북한동포들을 위해 식량과 동포애적 마음을 전달하는 일 등을 지속적으로 펼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박사는 특히 통일을 위해 북한주민들의 마음을 얻을 것을 강조했다. 그는 "통일의 지름길은 탈북자들, 그리고 북한을 오가는 11~13만여명의 조선족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며 "이들은 오늘날 한국의 경제적 성공과 번영을 북한주민들에게 알려줄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북한주민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북한 주민이야말로 한반도 통일의 주인이다. 아무리 한국이 통일을 원한다 하더라도 북한 주민이 원하지 않으면 통일은 무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적·국제적 입장
류우익 박사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스스로 그 위원장을 맡기로 함으로써, 통치 차원에서 통일 의지를 국내외에 확고히 천명했다"며 "통일 준비는 시작됐다. 이제는 이 시작을 큰 흐름으로 이어나가기 위해 실천적 대안을 구체화하고 국민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 박사는 "통일준비는 남북관계라는 일의 특수한 성경상 정부가 주도하지만 민간이 함께해야 효과가 난다. 온 국민이 합력해야 본의가 살아나고 성취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민관이 함께해야 할 일차적인 과제는 국민의 통일에 대한 의지를 강화하고 결집시키는 일이다. 통일기금을 모으는 일도 국민의 통일의지를 결집시켜 전반적 통일준비의 흐름을 이끌어내는 데 있다. 통일준비는 우리 국민에게 목표를 부여하고 국민을 단합시킬 것이다. 무엇보다 절망에 빠진 북한주민들에게 희망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훈 박사는 "결국 독일통일 사례만이 우리가 벤치마킹할 수 있는 유일한 모델이다. 그러나 동독과 같이 북한에서의 민주혁명을 기대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며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핵 협박에 의존하며 온갖 인권탄압을 일삼는 북한정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적극개입 가능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급변하는 국제사회의 대북인식 속에서 중국의 입장이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박사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G2 국가의 위상에 맞게 합리적이고 책임이 있는 대북정책을 펼친다면 북한의 상황 역시 상당히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우리도 북한의 민주화를 확고하게 촉구해야 한다. 그래야지만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인권 문제에 대한 유엔 및 국제사회의 움직임과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사회적·군사적 입장
손봉호 박사는 "한국사회는 한반도가 통일이 되어야 하며 통일이 필요하고 바람직하다는 사실에 의견이 일치되어 있지 않다. 특히 통일 시대 주역이 되어야 할 청소년층이 통일에 무관심한 것은 통일 추진에 큰 문제일 수 있다"며 "우리가 한 민족이기 때문에 통일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점점 설득력이 약해지고 있다. 세계화가 이뤄지고 우리 경제가 무역에 의존하게 되어 거의 모든 분야에서 국제화가 이뤄지고 있으며 다문화 사회가 형성되고 있으므로 민족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손 박사는 "그런데도 통일은 포기할 수 없다. 적어도 기독교적 관점에서 볼 때 지금의 북한 상황이 그대로 계속되도록 하는 것은 무책임의 정도를 넘어 범죄라 할 수 있다"며 "매우 심각한 인권유린과 굶주림을 중단시키기 위해서 반드시 통일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또 통일은 한국 개신교에게 개혁과 부흥의 기회가 되어야 하고 또한 될 수 있다. 통일 이후에 일어날 수많은 갈등은 교회가 나서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성질의 것들이므로 한국교회는 엄청난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끝으로 박용옥 박사는 "한반도 통일 문제는, 가령 북한이 갑자기 붕괴되어 무정부 상태가 된다 하더라도 결코 우리의 입맛에 맞게 전개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며 "한국 정부의 북한지역 관할권 문제, 국가승계 문제, 북한군 해제 및 통합 문제, 핵무기 등 북한 내 대량살상무기 처리 문제, 대규모 난민대책 문제 등 실로 엄청난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
박 박사는 "따라서 평상시부터 이런 문제들에 대한 대화를 전략적 측면에서 미국, 중국 등을 비롯한 주요 인접국들과 국제외교무대에서 부단히 전개해, 한국의 입장을 잘 인식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참석자들은 '한반도 통일에 대한 한국교회의 입장 -복음화된 통일조국 건설을 목표로 기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 성명에서 "한반도 통일은 인류보편적 가치인 자유, 정의, 평화에 입각한 통일이 되어야 한다"며 "통일을 이루시는 분은 오직 하나님이다. 남북통일이 되기 전 먼저 한국교회의 하나됨을 위해 힘써야 하며, 성경적 자유, 정의, 평화가 실현되는 북음화된 통일조국 건설을 위해 교회의 역량을 집중시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면서 "국민의 통일의지를 결집시키고 통일기금, 통일외교, 북한주민 포용력 등을 확장하는 것을 교회가 실천해야 한다. 통일국가의 법 제정 뿐 아니라 통일 후 비전도 교회가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