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제자들이 토요일에 모여서 예배드리던 안식일을 주일로 변경한 것은 예수님의 부활이 역사적 사실이었음을 증거한다. 본래 유대인들이 모세 이후부터 지켜왔던 율법의 안식일은 6일동안 땀흘려 수고하고 일한 뒤에, 제7일째 되는 날, 토요일을 안식일로 지키며 쉬는 것이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안식후 첫날, 즉 일요일에 부활하신 뒤부터 그리스도인들은 일요일을 "주일" 즉 "Lord's Day 주님의 날"이라고 부르면서, 이날 모여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며 예배드리고, 안식일로 지키기 시작했다.
수천년 동안 안식일을 철저히 지켜온 유대인들이 토요일에 지키던 안식일을 일요일로 변경시킨다는 것은 상상이 불가능한 일이다. 안식일에 침략자들과 맞서 무기를 들고 싸우느니, 차라리 무기를 집어들지 않고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면서 장엄하게 죽임당하는 순교를 택했던 사례가 있었을 정도로 유대인들에게는 안식일 성수가 신앙의 본질이었다.
그래서 1948년 5월 나라를 잃어버린지 2천년만에 전세계에 흩어져 살면서 갖은 핍박과 차별을 견디어내던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으로 돌아와 이스라엘이 다시 독립을 되찾게 되었을 때, 저들은 "우리가 안식일을 지킨 것이 아니라, 안식일이 우리를 지켜왔다"고 고백했다.
그런데 나사렛 예수를 따르던 제자들이 모두 유대인이었는데 저들이 함께 모여 예배드리는 안식일을 토요일에서 일요일, 주일로 옮긴 것은 이들에게 첫번째 안식일을 한주간의 제7일째로 제정하셨던 천지창조에 버금가는 새로운 창조와도 같은 엄청난 사건이 안식후 첫날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즉 그리스도의 부활이 역사적 사실이며, 예수님의 부활 승리가 그를 믿는 자에게 주시는 놀라운 은혜와 축복의 문을 열었다고 믿어졌기 때문에 주일을 안식일로 지키게 되었다. 이것을 은혜라는 렌즈로 보면 이렇게 이해할 수 있다.
<율법>은 6일간 먼저 땀흘려 일하고 수고한 뒤에 안식일을 지키라고 하지만 예수님의 부활을 통해 나타난 <하나님의 은혜>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먼저 한 주간을 시작하는 첫날 안식일을 가지라."
"어떤 일을 하기도 전에,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도 전에, 먼저 안식하라."
"그리스도 안에서 쉼을 얻으라. 하나님께서 이루어 놓으신 구원의 역사, 은혜의 승리 안에서 안식하라. 그리고 그 안식을 힘입어, 그 안식일에 하나님을 예배하며 얻은 힘과 능력과 소망과 위로를 힘입어, 한주간의 남은 6일의 삶을, 하나님께 바쳐 일하라."
"율법"은 수고한 뒤에 하나님께 나오라고 하지만 "은혜"는 어떤 일을 하기 전에 먼저, 있는 모습 그대로 나아와 그리스도 안에서 안식을 얻고, 그 안식을 힘입어 수고하고 일하라고 초청하신다.
이번 부활절에 서북미지역의 모든 동포들과 우리의 이웃들이 이런 안식의 기쁨과 은혜를 풍성하게 누리길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