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학대학교(총장 유석성 박사)와 종교사회학회(회장 송재룡 박사)가 공동으로 28일 오후 부천 서울신대에서 공동학술대회 '메가시티와 기독교'를 개최했다.
이날 학술대회는 총 3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제1주제 '메가시티의 종교성'은 사회 이원규 박사(실천신대), 발표 전성표 박사(울산대), 토론 박수호 박사(덕성여대), 제2주제 '메가시티와 메가처치'는 사회 김성원 박사(서울신대), 발표 김성건 박사(서원대), 토론 최동규 박사(서울신대), 3부 '메가시티와 공동체 교회'는 사회 송재룡 박사(경희대), 발표 정재영 박사(실천신대), 토론 오성현 박사(서울신대) 등이 각각 순서를 맡았다.
학술대회에 앞서 유석성 총장은 인사말을 통해 "저희 학교가 독일 튀빙겐대학교와 교류하기로 하고 매년 교차 학술대회를 여는데, 올해 튀빙겐에서 열릴 학술대회 주제가 '메가시티와 기독교'이고 한국에서 한 분 가기로 하셨다"며 "한국에서 지적 역량을 총결집하여 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으로 종교사회학회에 이 일을 맡기고 학술대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전했다.
유 총장은 "종교사회학회는 한국교회의 현실을 진단할 뿐 아니라, 미래에 바른 교회가 되게 하는 일을 위해 처방과 대책까지 마련해 주시면 좋겠다"며 "한국 사회나 교회, 학계에 크게 기여하는 학회가 되길 바라고, 지원할 일이 있으면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기독교학회 회장으로서, 5월쯤 한국교회에 대해 진단하고 새로운 진로를 제시하려 하는데, 종교사회학회에서도 함께해 달라"고도 했다.
송재룡 종교사회학회 회장은 "학술대회를 열면서, 종교사회학계 밖에 계신 유 총장님께서 학회에 힘을 주셔서 오히려 감사드린다"며 "힘을 받아서 열심히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메가처치(1만명 이상)는 19곳, 그 중 서울에만 12곳
학술대회에서는 제2발표 '메가시티와 메가처치: 한국의 사례'가 눈길을 끌었다. 발표에 나선 김성건 박사는 "20세기 말 지구촌에서 일어난 가장 중요한 세계적 변동은 거주인구 1천만명 이상의 '메가시티(megacity)'가 빠르게 증가한 점"이라며 "1975년만 해도 뉴욕과 도쿄, 멕시코시티 등 뿐이었지만, 40여년 만인 2013년에는 대한민국 서울을 포함해 24곳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에 따르면 메가시티는 글로벌 세계의 정치 중심이자 새로운 시장지향적 글로벌 경제의 거점, 점차 심화되는 도시간 글로벌 경쟁의 핵심 주체로 그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메가시티들은 새로운 글로벌 정보·지식경제의 모든 과정들을 주어진 특정 지역 속에 집중시켜, 최고의 것(강력한 힘과 사람들)과 최악의 것(구조적으로 부적합한 사람들)을 집중시킨다. 이러한 문제들에도 메가시티들은 △경제·기술·사회적 역동성의 중심이고 △각 나라의 실제적 발전 엔진이며 △새로운 경제 속 모든 사람이 의존하는 글로벌 네트워크와 연결해 주는 접점 등의 이유로 매력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메가시티의 출현과 함께 생겨난 가장 중요한 종교적 변동이 '메가처치(megachurch·초대형교회)'이다. 이는 피터 드러커가 일찍이 주목하여, 비영리조직으로서 메가처치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연구 대상이 되기도 했다. 메가처치는 그 기원지인 미국에서 통상 주일예배 출석 성도 수가 2천명 이상인 개신교회를 일컫는데, 한국에서는 1만명 이상의 초대형교회를 지칭하고 있다.
미국 글로벌 메가처치 전문가인 워렌 버드에 따르면 2014년 현재 국내 메가처치는 총 19곳이며 서울에 12곳이 소재하고 있다고 한다(이단 포함). 이처럼 메가처치 현상은 세계 종교들 중 개신교에만 존재하며, 메가시티에서 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국내 메가처치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온누리교회, 평강제일교회, 광림교회, 사랑의교회, 만민중앙교회, 금란교회, 명성교회, 성락교회, 소망교회, 영락교회, 충현교회 등 12곳이 서울에 있고, 수원중앙교회, 은혜와진리교회, 숭의교회, 주안교회, 지구촌교회, 순복음인천교회 등 6곳이 수도권에 소재한다. 비수도권은 서울에 이어 제2의 도시인 부산의 수영로교회가 유일하다. 이들 중 오순절 성령운동 또는 카리스마적 교회에 속하는 곳은 9곳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보수 교회, '산업화 세력의 대표자'로서 대중과 종교적 의사소통에 성공
이후 김성건 교수는 한국 사회 내에서 메가처치 현상이 갖는 종교사회학적 함의를 살폈다. 이와 관련, 먼저 세계기독교역사학자인 필립 젠킨스의 최근 '아시아의 호랑이들과 메가처치들(Asian Tigers and Megachurches)'이라는 글을 소개했다. 그는 아시아의 경제 발전 지역들에서 메가처치 현상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데 주목하고, 중국의 경우도 개신교가 개인과 사회의 발전, 그리고 근대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는 것. 김 교수는 "최근 아시아의 대도시들(싱가포르·홍콩·서울 등)에서 이뤄진 근대화와 도시화는 높은 수준의 종교적 의식과 실천의 존재와 모순되지 않는다고 나타났다"며 "이는 이른바 '종교적 도시화(Religious Urbanization)' 현상으로, 사회가 근대화될수록 종교가 소멸할 것이라고 본 '세속화(secularization)' 이론과는 상충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후 '개신교와 경제발전 에토스(ethos)' 사이의 역사적 친화성을 중심으로 논지를 전개했다. 그는 "전형적인 다종교 상황의 한국 사회에서, 미국의 종교문화와 결합된 개신교(특히 메가처치)가 여러 종교들 중 가장 논란의 대상이 되면서도 기묘하게 나름의 존재 이유를 계속 재생산 또는 정당화하는 데 성공하는 점에 주목하게 됐다"고 취지를 전했다.
그는 "한국에서 종교다원주의적 상황은 개별 종교들의 공신력을 떨어뜨리기보다, 전체적인 종교 인구의 수적 증가를 가져다 주고 있다"며 "한국에서 선교와 전도를 위해 어떤 종교보다 능동적으로 경쟁하고 있는 보수 개신교가 극심한 분열 속에서도 바로 그 분열로 인해 한층 강화된 경쟁심리로 인해 역설적으로 1970-80년대에 급속히 성장했다"고 진단했다. 그런데 이 1970-80년대는 한국의 고도 경제성장기였고, 둘은 동시에 성장했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한국의 압축적 근대화 기간 중 보수 교회는 미국이 대표하는 자본주의를 돕고 지지했다"며 "보수 교회는 진보 교회와 달리 계급투쟁과 민주화운동 등 세속적 측면에 존재 이유나 중요성을 확립하기보다, 스스로 '산업화 세력의 대표자'로서 대중과 순수한 종교적 의사소통에 성공해 급속도 성장이 일어났다"고 풀이했다.
이후 1990년대를 기점으로 한국교회는 일부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세습과 스캔들로 사회적 공신력이 계속 저하되고 양적 감소가 찾아왔으나, 메가처치만은 양적 성장을 지속해 왔다. 미국 개신교계도 이와 마찬가지로, 전반적으로는 위축되고 있지만 메가처치들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중산층화된 한국교회 주류는 바로 이 같은 '보수적' 친자본주의 입장 때문에 노동자 계급과는 사회적 거리가 점점 멀어진 것은 물론, 진보 진영으로부터 줄곧 비판과 공격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했다.
'기업가형 목회자'와 '번영 복음의 상품화'
메가시티와 메가처치와의 관련성에 대해, 김 교수는 미국의 영향에 의한 '기업가형 목회자'와 '번영의 복음'에 주목했다. 김성건 교수는 "1960년대 초부터 30여년간 진행된 한국교회의 고속 성장과 확장은 부분적으로 미국의 강력한 개신교 문화로부터 방출된 산물"이라며 "미국에서 기원한 이른바 '메가처치 현상'은 종교사회학의 합리적 선택 이론에서 말하는 '종교시장(religious market)'에서의 '신자유주의'와 '소비자(고객) 중심주의(consumerism)'가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합리적 선택 이론'은 근대화가 진행될수록 인간 사회에서 종교가 탄생·성장·발전·쇠퇴하는 일련의 변화 과정을 인간 사고의 경제적 합리성에 근거해 설명하려는 새로운 시도이다.
'종교경제(religious economy)'는 종교를 하나의 상품(commodity)으로 간주하는 것으로, 여기서 나타나는 것이 '기업가형 목회자(pastopreneurs)'이다. 이는 교회와 공동체가 선교를 확장시키려 할 때 필요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 비즈니스의 위험과 비슷한 위험을 불사하려는 '혁신적' 목회자 또는 기독교 지도자를 말하며, 이들은 정통 지도자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는 테크닉을 사용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기업가형 목회자'들은 더 큰 교회당을 짓고, 실내 체육관이나 카페, 심지어 운동장 등 온갖 위험한 일들을 불사하며, 성도들의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종교와 비즈니스 관행을 결합한 개념이다.
메가처치들이 '번영의 복음(the Prosperity Gospel)'을 상품화했다고도 했다. 이는 다음 문장으로 잘 표현된다. "메가처치의 거대하고 화려하며 거룩한 공간 내에서 한 번에 무려 수천 명씩 한 자리에 모여 거대한 군중을 이룬 상태로, 한 목소리로 찬송을 부르고 때때로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들고 소리를 내어 합심기도를 드리고, 일종의 '슈퍼스타' 같은 유명한 담임목회자의 잘 준비된 설교를 듣는 등, 예배를 드릴 때 참여자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들이 소규모 예배 현장에 참여했을 때와는 질적으로 다른 경험을 한다."
돈에 대한 교회의 변화된 관점도 중요하다. 이에 대해 그는 "기존 자유시장 경제체제 내에서 번영을 획득한 한국 개신교 주류 집단인 중산층 신자들은 자신들의 상승적 사회이동(upward social mobility), 즉 사회경제적 지위 성취가 신(神)의 뜻이라는 일종의 '자기 정당화'를 하고 있다"며 "미국 메가처치 설교자로 긍정적 사고를 설파한 조엘 오스틴의 <긍정의 힘>이 한국어로 번역된 2005년 이후 오랫동안 인기 도서가 된 점만 봐도, '번영의 복음' 한국판이 담은 성공의 교리와 자본주의 양자 간에는 친화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한국 메가처치들은 미국과 비교해 무속신앙의 영향을 받아 한층 개인숭배(personality cult) 요소가 강하고 성공지향적인 중산층이 모여서 부르주아적 종교 조직이라는 동질성을 띠며 복음의 고난과 희생보다는 축복과 번영을 강조하지만, 주변 소규모 교회의 양들을 빼앗아 교회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키는 측면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김성건 교수는 마지막으로 "한국교회에 출현한 메가처치 현상의 원인은 이외에도 복합적이고 다양할 것"이라며 "한국 메가처치들이 미국식 번영 복음을 단순히 그대로 수용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이 외에도 북한에 있던 수많은 부르주아 크리스천들이 1945년 해방과 이어진 분단 이후 신앙의 자유를 찾아 대거 월남하여 그 대부분이 서울에 집단 정착한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한국교회 다수를 차지하는 보수 복음주의자들의 성격이 태생적으로 친미·친자본주의·우파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