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축! 비행기 추락 바뀐애 즉사"
어느 분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종이 피켓 사진에 적힌 글이다. 인도·스위스 순방에 나선 박 대통령의 추락사를 바란다는 내용을 암시하는 글이다. "우와. 바뀐애가 꼭 봐야 할 대박 손 피켓. 무한 알티(RT)해서 청와대까지 보내요." 사람들이 이 글귀를 무한 리트윗하기를 갈망하고 있다. 그래서 청와대까지 공략하기를 바랐다.
그런데 이 말이 일파만파 번져가고 있다. 사람들이 왜 이 말에 이토록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가? 이 사건을 보면서 몇 가지 아쉬운 마음이 든다.
첫째, 입에 담기에 부적절한 막말이다. 입에서 나온다고 다 말은 아니다. 말 같은 말이어야 한다. 막말은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사람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김정은 신년사에 대해 우리 정부가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북한은 더 심한 비난을 쏟아냈다. "괴뢰 륙해공군과 해병대까지 내몰아 총포탄을 쏘아대며 화약내풍기는 북침전쟁연습이 미친 듯이 강행되고 있다."
얼마 전 조선중앙TV에서 흘러나온 말이다. 평소에도 늘 그래서 새삼 놀랄 것도 없지만, 그들 입에서 나오는 말은 이해하기 힘들 때가 많다.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서슴지 않고 내뿜는다. 저질스럽고 거친 표현들을 가리지 않는다. 그들의 입은 막말 생산 공장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인들이야 다 그런 거야'라고 위안을 삼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 아닌가? 민도를 보여주는 사람들이 아닌가? 그런데 그들이 한국사회의 이미지를 추락시켜서야 되겠는가?
둘째,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을 향한 말이어서 더욱 더 심각하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이름을 '바뀐애'라고 비웃고 있다. 요즘 학생들이 선생님을 향해 이런 유의 표현을 일삼는다고 한다. 가슴 아픈 일이다. 우리가 뽑은 대통령을 그렇게 비하해서 뭘 얻겠다는 것인가? 이건 누워서 침 뱉기다. 창피한 일이다. 백성들을 이끌어가는 지도자를 이토록 무시하면서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하라는 것인가? 권위를 무시하고 리더십을 발휘하라고 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자신도 사회 지도급 인사로 활동하지 않는가? 더 높은 권위에 있는 사람을 인정하고 존중하지 않는다면, 과연 자신의 리더십은 먹혀들어갈 수 있을까? '그래도 저 사람은 달라'라고 말할지는 모른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어느 누가 '나는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어쩌면 내 눈에는 들보가 있는데도, 너그럽게 눈 감아 주고 있는 건 아닌가? 어쩌면 입장 차이, 정치적 소신의 차이가 아닐까? 소속이 다르기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닐까? 내가 걷고 있는 길과 다르기 때문에 하는 말은 아닐까? 그럴지라도 권위자를 인정해 주는 바른 태도가 그립다.
셋째, 이건 단순한 비난 정도가 아니라 '즉사'하라는 저주이다. 아무리 속상하다 할지라도 극단적인 말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 말은 가려서 해야 맛이지 않은가? 어떤 이는 말할 것이다. '속상하다 보면 무슨 말인들 못해!' 맞다. 어떤 때는 그렇게 하고 싶다. 감정이 치밀어 오를 때는 정말 참기가 힘들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이 혀를 더럽히지 않게 해야 한다. 입술이 분노에 짓밟히지 않도록 통제해야 한다. 지성인이라면, 교양인이라고 한다면, 반드시 한번쯤 필터로 걸러주어야 한다. 그런 이성을 가졌기에 인간이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그런 능력을 주셨다. 물론 그리스도인이라면 더 그렇다. 성령의 다스림을 받아야 한다. 내 안에 계신 그리스도께서 탄식하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는 말이라면 입 밖으로 내뱉어서는 안 된다.
넷째, 이 말을 한 사람이 누구인가? 그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보도교양방송특위 위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발끈하고 일어난다. 교양을 가진 사람은 교양 있는 말을 해야 한다. 사람들이 하는 말을 보면 그 사람의 인격, 신분, 영성을 엿볼 수 있다. 한 사람이 하는 말을 통해 그 사람을 평가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렇기에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된다.
어떤 사람이 막말을 한 그를 향해 한 말을 들어보라. "이런 비정상적인 심성을 가진 사람이 대한민국의 방송을 평가하고 심사해 옳고 그름을 가린다는 것이 말이 되나?" "대통령에게 막말하는 비정상적인 심성을 가진 사람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에서 방송 콘텐츠의 공정성을 심의·감독하는 것은 통탄할 일이다."
졸지에 '비정상적인 심성을 가진 사람'으로 간주되고 있지 않은가? 얼마나 서글픈 일인가? 얼마나 속상한 일인가?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그러나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본인이 그런 열매를 거두도록 '말의 씨'를 뿌렸기 때문이다.
나는 그가 한 말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이것이 지금 민심이네요." 과연 민심인가?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다 그런 건 아니지 않은가? 자신의 생각을 온 국민의 마음이라고 부풀려서는 안 된다. 이건 국민들을 모독하는 처사이다. 자의적인 해석과 부풀리는 말이 건너고 건너 심각한 사회 질서를 파괴하는 걸 왜 모르는가?
누군가 말할 수 있다. '말은 자유이다'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통제되지 않는 말을 함부로 내뱉는 것은 심각한 방종이다. 아니 불의와 죄악은 아닐까? 하나님께서는 '내가 자유라고 내뱉은 말'을 반드시 심판하신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말을 할지라도, 은혜로운 말을 골라서 해야 한다. 남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말을 왜 하려는가? 공동체를 헤치는 말이라면 피해야 한다. 자신의 인격을 깎아내릴 말이라면 금하는 게 좋지 않은가? 더구나 말 같지 않은 말을 이곳저곳으로 흘려보내는 것은 악한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말이란 모름지기 덕스러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 때로는 침묵하는 게 이롭다. 말을 하려면 한 번 더 생각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물론 분별하는 지혜가 필요하고, 참음의 미덕도 요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