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한인장로교회 김호환 목사
(Photo : ) 시애틀 한인장로교회 김호환 목사

한국을 방문하는 비행기 안에서, 안면 있는 두 목회자들과 함께 비행기에 올라 담소를 이어 갔다. 한 사람은 중국을 선교방문하기 위해, 다른 목회자는 일본 선교를 위해 한국에서 환승을 할 예정이었다. 중국선교를 나서는 목사님은 지난 25년을 일 년에 두 달씩 중국을 방문했다는 것이다. 지난 25년간의 목사님의 중국행을 허락한 교회도 훌륭하지만, 그 교회를 지난 25년 동안 지켜주신 하나님 아버지의 은혜도 참으로 특이하다. 또 다른 일본을 방문하는 목사님은 만 5년 만에 일본선교를 떠난다고 한다. 그 동안 목회에 여유가 없어서 일본교회들의 초청에도 응하지 못하다가 비로소 일본 선교여행을 떠난다는 것이다.

 

미국 이민교회의 선교여행이란 목회자이던, 평신도이던, 먼 해외로 선교여행을 떠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경비도 경비지만 꽉 짜여있는 일 년의 스케줄에서 한 주 이상 시간을 낸다는 것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일 목회자가 교회를 떠나 한두 주간 교회를 떠나 있다는 것은 어지간히 큰 교회가 아니라면 힘든 일이라 할 수 있다. 때로는 주일을 담당할 부교역자들이 있다 손 치더라도, 이민교회들이 자기 교회 목회자들에게 그렇게 선교여행의 기회를 기꺼이 제공해주기란 까다로운 성도들의 입장에서 보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여행을 목사님이 간다는데 반대하고 싶지는 않더라도, 때론 못 마땅 일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난 25년을 중국선교를 일 년에 두 달씩 가고 있는 목사님이 말씀하신다. "나는 참 감사해요, 25년 동안 두 달씩 해외를 나가니 교회를 그렇게도 비워두었는데도 하나님이 지켜주시고, 교인들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점차 이해하게 되고 삶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는 모습도 보여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의 말에는 힘이 들어 있었고, 자신을 그동안 지원해 주고 있는 자신의 교회에 대해 긍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과거, 교회를 맡기고 나간 동안 부교역자들이 교회의 지도자들과 문제를 일으켜서 교회가 갈라진 일들도 여러 번 있었지만, 여전히 하나님이 자신과 교회를 지켜주신 사실에 대해 깊이 감사하고 있다는 말 일게다.

문제는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른 목사님의 표정이 어그러진다. 실인즉, 자신의 일본 선교 여행은 일본교회와 일본 한인선교사들의 초빙을 받아 가는 것이고, 몇 년 만에 처음 가는 선교여행이지만, 그 과정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에 무거운 마음에 얼굴 표정이 어그러진 것이다. 자신을 보낸 교회에서는 오랜 만에 일본 선교를 간다니 그래도 감사하게도 선교여행을 위한 비행기 표의 일부를 처음으로 후원했다. 그래서 뿌듯했고, 교회가 감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어떤 외국의 선교여행도 자비로 가야만 했고, 애써 같이 갔던 아내의 여비도 언제나 자비량을 했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목사님은 잘 알고 있었다. 이미 일본으로 떠나기 전에 교회 지붕이 무너져 도움을 바라는 편지를 받고 있었고, 한국선교사들로부터 이런 저런 도움을 부탁받았음을 잊지 않고 있었다. 틀림없이 분명히 이번 여행에는 몇 천 달러가 가계계정에서 빚으로 불어날 예정이다. 그러나 주님이 가라하시고 일본교회가, 그리고 그 곳의 주의 종들이 불러주었다는 기쁨에 모든 시름을 뒤로 미루고 오늘 비행기에 오른 것이다.

나는 이 두 사람의 목사님들을 잘 알고 있다. 두 사람은 그래도 꿈은 있어도 선교여행을 갈 수 없는 대부분의 이민교회의 목회자들에 비하면 행복한 사람들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이 애써 자신들을 선교하도록 지원한 자신의 교회들을 한 것 자랑하고 있지만, 아마도 그들이 선교여행을 마치고 지친 몸으로 돌아 올 때에는, 또 다른 자신만의 시달림과 갈등의 고비를 거치거나 넘어서야 할 것이다. 혹이라도 못된 염소가 교회 안에 있다면, 무슨 돈으로 목사님이 선교여행을 갔는지, 목사가 혹시 돈 벌이를 위해 부흥회나 세미나를 통해 개인적으로 수익을 챙기는 것이 아닌지, 혹은 자신의 여가를 즐기는 것이 아닌지 확인하기까지 한다.

혹이, 무얼 그렇게 각박한 일이 있을까 생각하겠지만, 내가 한국의 병원에 입원을 하러 갔을 때 엇었는데, 병문 차 옆에 와 계시던 분이 미국의 가족으로부터 전화를 받게 되었다. 바로 병원에 누워 있는, 그 자신의 목사가 한국에 돈 벌이를 하기 위해 부흥회를 인도하러 갔다고 재잘거린 것이다. 바로 내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성정이 곧은 그가 자식에게 소리를 지르며 야단을 친다. 나는 그럴 때라면 목회가 슬퍼지는 것을 느낀다. 그래도 아이러니한 것은 그런 전화를 하고 있는 그이도 병석에 누워 있는 내가 목회하고 있는 교회의 장로가 되고 싶어 한다. 정말 누구를 위해 장로가 되겠다는 것일까? 그러나 그 정도는 감사하다. 어떤 이민 교회에서는 목사가 자주 여행을 하는 것을 보니 봉급을 삭감해야 한다고 문제를 일으키거나, 목사를 내 쫓기까지 한다는데 그 정도면 약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