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프로젝트는 남과 북이 동상이몽(同床異夢)속에서 서로에게 너무도 위험한 확률의 도박행위를 하고 있는 셈이다. 적(敵)과의 동침 바로 그것 일게다.
개성공단은 경제적 기근으로 허덕이는 북에게 있어서 그야말로 비쩍 마른 혓바닥을 잠시잠깐 적셔 줄 수 있는 돈 줄일 것이며, 남측은 예측불허의 북한정권을 달래가며 평화를 연명하려는 임시방편의 수단일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북측에게 있어서 개성공단은 자본주의 사상이 침투할 수 있는 체제붕괴의 쐐기가 될 수 있으며 남측에게 있어서는 자칫, 북한정권이 지향하는 이른바 '강성대국'의 건설에 벽돌을 제공하는 호구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반목과 불신을 내면 깊숙이 간직한 채 각자의 계산속에서 언제라도 깨지기 쉬운 적과의 동침, 바로 그러한 심리를 보여주고 있다.
얼마 전 개성공단 사태가 풀리면서 남북한이 또 다시 해빙무드를 조성하는가 싶더니 최근 또다시 한국 내 종북세력을 비호하기 위해서 위협하고 으름장 놓는 북한의 행태를 보면서 자고나면 좋아질 듯 했는데 또다시 으르렁 거리는 이미 희망이 보이지 않는 부부의 모습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북한의 도발을 어떻게 하든지 달래가며 하루하루 평화를 유지해 나가는 듯 한 한국사회의 모습에서 우리민족의 비애를 느끼게 된다.
진정으로 변하지 않는 가정 폭력자에게 두렵고 떨리지만 이상하리 만치 집착하며 관계를 청산하지 못하는 길들여진 배우자의 모습처럼 한국은 이미 스스로의 딜레마에 빠진 듯하다. 애당초, 우리민족의 철천지원수였던 김정일에게 손 내밀며 두 나라간의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 지게 되는 일반적 정상회담을 억지춘향으로 꽤 맞추려 했던 그 비현실적 공명심에 가득 찼던 두 명의 전직 대통령으로 인해서 오늘 한국 사회가 대혼란에 빠져 버렸다.
현재 한국사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김정일에 대한 지나친 저자세 외교행태와 NLL 포기발언에 대한 의혹이 증폭 되면서 여와 야, 그리고 좌와 우측의 남남갈등이 촉발되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회담록에서 그려지는 노무현의 사상은 한국전쟁이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남북 간의 적대적 관계 속에서 미국과 한국을 마치 분단의 책임 당사자인 것처럼 매도하는 그야말로 헌법적 가치와 역사적 정의를 무시하는 지극히 반국가적 행태였다.
더욱이 대다수의 국민들이 원하지도 않았고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자기들끼리 속전속결로 해 치워버린 남북 정상회담은 그 태생부터가 비밀스러웠던 밀실외교였으며 이미 그들의 행동은 국가에 대한 반역적 결과를 낳게 될 수 있는 위험한 시도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북한은 우리에게 있어서 여전히 주적(主敵)이었기 때문이다.
북한을 상대로 해서 섣부른 민주주의원칙이나 외교상 관례를 적용한다는 자체가 그들로 하여금 도발의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금,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한에서의 회의록과 음원파일의 공개에 대해서 외교 관례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핏대를 세우는 야당의 생각은 어이가 없다. 이미 나타난 주적에 대한 대통령의 반국가적 행위에 대한 정당한 수사를 방해하는 행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특수상황은 아무리 세대가 다르고 삶의 질이 바뀌고 사상이 달라진 다고해서 변할 것은 없다. 북한정권이 붕괴되고 통일이 되기 전까지는 우리 스스로가 우리를 방어하고 안보를 튼튼히 하는 데에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북한의 위협변수를 고려하지 않는 민주주의와 자유평화는 한국의 현실에 맞지 않다.
1975년 월남에서 월맹군은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의 오랜 희생과 원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혼란과 부패, 그리고 침투되어 있는 내부의 적으로 인해서 점점 붕괴되고 있었던 자유월남을 아주 수월하게 적화통일하고 만다.
그 당시 월맹에 비해서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월등이 앞섰던 자유월남이 패망하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그리고 자유월남을 접수한 월맹은 수많은 동족들을 학살하며 공산정권을 세우게 된다. 어쩌면 오늘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은 1970년대, 자유월남의 상황과 흡사하다. 우리는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는가? 지금 벌어지고 있는 백가쟁명의 못난 심리에서 벗어나서 우리가 처한 현실을 제대로 직시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