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박사

"한국인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사회에 살고 있다. 하루 평균 43.6명, 33분에 한 명이 목숨을 버리고 있다.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을 보며 '나도 힘들면 자살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나라, 우리는 그런 나라에 살고 있다."(김영한 박사)

'샬롬을 꿈꾸는 나비행동'(샬롬나비)은 지난 9월 26일 과천소망교회에서 '생명사랑 자살예방'을 주제로 제23회 월례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김영한 박사(샬롬나비 회장,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자)가 '자살에 대한 신학적 입장: 생명, 죽음, 구원-하나님의 주권'을 제목으로 발표했다.

김 박사는 이 발표에서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경제 성장을 이룩한 한국 사회가 이렇게 정신적으로 황폐화되고 있는 것은 한국교회와 신학계의 책임"이라며 "한국교회는 성장병에 걸려 쉴새없는 경쟁 속에서 정신적 안정을 누리지 못하고 있고, 이로 인해 영혼의 귀함을 제대로 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교회 지도자들이 '자살하면 지옥 간다'는 대명제를 명분으로 사랑없는 도덕적 훈계와 율법주의적 정죄를 일삼아 왔다"면서 "자살이라는 끔찍한 행위로 죽음에 이르렀을지라도 하나님의 은혜는 거기서 거두어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스스로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었던 사람을 이해하기는 커녕, 너무나 쉽게 불신자로 단정하고 정죄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살이 성경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행위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그렇기에 자살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막아야 한다"며 "우리는 그들을 이해해야 한다. 정죄의 눈이 아닌 눈물로 그들을 바라보아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김 박사는 자살과 구원의 관계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구원의 근거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이지 우리의 행위(자살 여부)가 아니"라며 "구원은 믿음으로 얻는 것이기에 자살이 구원과 저주를 결정하는 조건이 될 수는 없다. 스스로 생명을 끊었다는 것이 그가 선택받지 못했음을 드러내는 증거라고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자범죄의 회개가 구원에 필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 행위가 구원의 필수조건은 아니다. 구원은 오직 하나님의 주권에 속해 있다"고 말한 김 박사는 "따라서 교회는 자살한 자의 유족들에게 더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통설을 바로잡고 그것이 근거 없는 것임을 교육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김 박사는 "그러나 목회자들이 교인들을 향해 자살과 구원이 관계없다는 것을 부각할 필요는 없다. 사탄으로 인한 충동적 자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지혜로울 필요가 있다. 교회는 자살한 사람의 장례 문제와 유족 및 남은 성도들을 위한 목회적 돌봄에 더욱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박사는 자살에 대한 경고도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는 죽음 이후에도 그 영이 살아있는 자로서 하나님을 또 만나야 한다. 이 땅에서 살았던 그 날보다 더 많은 날을 하나님과 대면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죄 지은 모습으로 하나님을 만날 수는 없다. 자살은 큰 죄다. 하나님이 지어주신 생명을 죽이는 것이고 성령의 거룩한 일들을 방해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김 박사는 "생명은 하나님의 것이다. 생명은 죽음보다 가치 있다. 자살은 궁극적인 구원에 연계하기보다는 하나님의 주권에 맡겨야 하는 것"이라며 "자살을 생각하는 자들은 외로움과 절망감에 사로잡혀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다. 이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교회와 성도는 이들을 위해 부름을 받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