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사에서 평신도들이 신·구약 성경을 읽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서적들이 잇따라 나왔다. 오경준 목사(뉴저지좋은교회)의 성경탐구 시리즈 <신약에 더 있다>·<구약에 더 있다>와 이상명 목사(미주장신대 총장)의 <성서 인물에게서 듣다- 구약>·<성서 인물에게서 듣다- 신약> 등이 그것. 두 저자는 모두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행간 속에, 사연 속에 '더 있다'


신약에 더 있다
오경준 | 홍성사 | 280쪽 | 13,000원

구약에 더 있다
오경준 | 홍성사 | 272쪽 | 13,000원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 성경에는 없다(2004)>와 <우리가 잘 모르는 것들, 성경에는 있다(2005)>를 펴낸 바 있는 오경준 목사는 이번 '더 있다' 시리즈에서 익숙하게 읽고 접하면서 문자적으로만 대해왔던 구절을 문맥과 정황을 근거로 분석·파악하는 1부 '행간 속에 더 있다'와, 설교나 신앙도서에 예화로 곧잘 등장하는 신·구약 속 사연들이 실제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해석·적용하는 2부 '사연 속에 더 있다' 등 알찬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행간 속에 더 있다'의 경우, 최근 나온 <구약에 더 있다>를 보면,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선악과' 이야기가 '미스터리'로 등장한다. 미스터리는 총 세 가지로, '하나님이 놓으신 덫?', '하나님의 전지전능은 어디로?', '선악을 아는 것은 해로운가?' 등이다. 첫번째 문제에 대해 오 목사는 "마음을 가다듬고 성경을 꼼꼼히 살펴보면, 선악과는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맺어진 '규범'이자 복된 약속을 보증하는 일종의 '징표'임을 알 수 있다"며 "선악과에 내재된 처벌에만 집중하면 하나님이 인간에게 덫을 놓으신 것처럼 여겨지지만, 하나님께서 미리 허락하신 선물의 규모를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음을 알게 된다"고 했다.

두번째 문제에 대해서는 "인간에게 진짜 중요한 것,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이미 결정된 것을 뛰어넘는 가능성과 의지"라며 "전지(全知)라는 개념을 단순명제화시켜 '모든 것을 점쟁이처럼 알아맞히는 것'으로 생각하면 이 '가능성'의 영역이 빠져버린다"고 했다. 다르게 설명하면 하나님께서는 전지전능하시지만, 예수님이 종의 형체를 가져 이 땅에 내려오셨듯 스스로를 낮추셔서 불완전한 인간이 선택할 미래의 일들을 결정론에서 풀어 무한한 가능성 속에 흩어 버리신 것이라 할 수도 있다.

마지막 문제에 대해서는 "인간은 악을 안다 해도 이를 완벽하게 통제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선악을 알게 된 것은 인간에게 선악을 구분하는 능력이 생겼다기보다 선만 존재하던 세상에 악이 들어왔다는 의미"라며 "통제할 능력 없이 악의 세계를 수용하게 된 인간의 결론은 아담과 하와의 이후 행동에서 보듯 결국 '부끄러움' 뿐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외에 1부에서는 '아벨의 더 나은 제사', '야곱의 나이와 나그네 길' 등을, 2부에서는 '쌍둥이 엄마 리브가', '가나안에 못 들어간 모세', '원통한 한나' 등을 들여다 본다. 앞서 나온 <신약에 더 있다>에서는 1부에서 '그리스도는 다윗의 자손이 아니다', '성령으로 난 사람', '니고데모와 아리마대 사람 요셉' 등을, 2부에서는 '시니컬한 도마의 변화', '물 위를 걸으신 기적', '에티오피아 내시' 등을 각각 다루고 있다.

오경준 목사는 한국기독교출판협회(회장 김승태 장로) 출판소식 8월호에 실린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집필활동의 뿌리인 '다시 성경으로(ReBible)' 운동에 대한 소회를 피력하기도 했다. 오 목사는 "많은 사람들이 교회 질병의 원인을 다양하게 진단하지만, 핵심을 요약하면 '교회가 성경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라 말할 수 있다"며 "성경은 교회의 중요한 한 요소가 아니라 '모든 것'이고, 신앙의 시작과 과정, 결론이 모두 성경에서 나오기 때문에, 교회 회복은 오직 '성경으로 돌아가는 것'으로만 가능하다"고 전했다.

사실 대부분이 이러한 주장에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다른 곳에 있다고도 했다. 우리는 성경의 가르침과 내 생각이 일치하는 부분에는 마음을 열고 고개를 끄덕이고, 심지어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말씀을 얻고자 구절을 선별하거나 왜곡된 해석까지 하지만, 말씀이 내 삶과 생각을 바꾸려 하면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그는 "'성경으로 돌아감'의 진짜 의미는 바로 이 갈등 지점에서 시작된다"며 "나의 사견이 배제된 성경 자체의 순수한 의미를 찾고, 그 가르침이 나를 변화시키려 할 때 자아를 꺾고 굴복하는 것이 진정 '성경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성서 인물 통한 역사(歷史), 우리 삶을 통해 역사(役事)


성서 인물에게서 듣다- 신약
이상명 | 홍성사 | 464쪽 | 17,000원

성서 인물에게서 듣다- 구약
이상명 | 홍성사 | 464쪽 | 17,000원

이상명 목사는 <성서 인물에게서 듣다> 시리즈 두 권에서 각각 구약 77명, 신약 50명의 주요 성경 인물들을 다루고 있는데, 두 권은 모두 같은 페이지(464쪽)에서 끝난다는 특징이 있다. 미주중앙일보에 '성경 인물 열전'으로 2년간 연재하던 칼럼을 다듬은 내용이다.

구약 편은 시대별로 아담에서 노아까지가 1부, 족장 시대, 출애굽-가나안 정착, 사사 시대, 통일 왕국, 분열 왕국, 포로 시대 등 7부로 나눠 인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에 비해 신약 편은 유형별로 '복음의 시작-새 시대가 열리다', '순종-제자의 길을 가다', '믿음-속박으로부터 해방되다', '도전-미답의 땅을 복음으로 개척하다', '섬김-세속적 가치를 뒤엎다', '거짓-배교의 길로 가다', '탐욕-진리를 백안시하다', '용기-불의한 세상에 저항하다' 등 8부로 구성돼 있다.

저자는 "그들의 드러나는 앞모습보다는 삶의 기쁨과 애환을 진하게 드리운 뒷모습을 살짝 들춰 보는 것이 그들의 실상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가리라 생각했다"며 "아울러 그들을 빛바랜 사진 속 인물로만 소개하는 것도, 그들의 이야기를 시시콜콜 나열하는 것도 피해 가급적 각 인물의 생애에서 하늘의 큰 울림이 있던 때를 포착하여 그 순간을 벽면의 부조처럼 처리하고 그때 그 울림의 의미를 살려내기 위해 역사와 신화, 문화와 시사, 철학과 신학 및 종교, 영화와 문학 등 여러 분야의 지식에 기대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구약 편의 첫 인물, 인류 최초의 인간 '아담'을 소개하면서는 최민순의 시 '두메꽃'이 먼저 등장하고, 논란의 인물 '하와'에 대해서는 일제강점기 여성잡지인 '신여성' 속 문구를 통해 여성의 위대함을 선포하며, 잘못된 예배로 말미암은 인류 최초의 살인자 가인을 생각하면서 오늘날 예배 현장에도 예배의 대상이 어떤 분이신지도 모르고서 예배드리는 '가인 콤플렉스'가 존재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구약 편의 마지막 인물은 성전을 재건한 '느헤미야'인데, 저자는 여기서 어쩌면 자신의 처지와 같은 '디아스포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고 있다.


신약 편에서는 '애제자'라는 이름 아래 '베일에 싸인 이름 없는 제자'에 대해서도 탐구하고 있다. 그는 '예수께서 사랑하시는 제자'라 불리면서 중요한 순간마다 등장하는 이로, 일반적으로는 '사도 요한'으로 알려져 있지만 저자는 그를 특정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교회 안에서 "예수님을 향해 비추이는 스포트라이트를 돌려 자신에게로 향하게 하는 이들"에 대한 경계를 드러낸다.

"애제자는 누구보다 예수님과 친밀했고, 예수님에 대한 인식의 깊이가 남달랐다. 그는 제자들 가운데 리더 격인 베드로보다 탁월했으며, 예수께서 승천하신 후 요한 교회를 이끌고 갈 지도자로 부상한 인물이다. 그의 정체를 감추고 있는 두터운 베일에도 불구하고, 그의 존재감은 감출 수 없을 만큼 탁월했다. 예수님의 존재감을 한껏 드러내면서도 요한복음의 증인인 애제자의 존재감은 오목새김으로 깊이 파서 감춘 듯하다. 이것이 깊은 통찰력과 신비로움을 간직한 요한복음의 묘미가 아닌가 생각한다."

저자는 "성서는 성서 인물들의 삶으로 기록된 하나님의 언어이기에, 과거를 살다 간 성서 인물들을 끊임없이 현재로 불러내어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성스러운 신앙 행위"라며 "인간의 이성이나 감각으로 포착되지 않는 초월적인 하나님을 신앙의 눈으로 만나고 온몸으로 경험했던 성서 인물들의 이야기는 인간 뿐 아니라 하나님을 이해하기 위한 생생한 기호이자 단서"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