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부부간에도 강간죄가 성립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부부간 강간죄' 성립 여부를 둘러싸고 지난 1970대 대법원 확정 이후 43년간 유지돼온 판례를 뒤집은 사건으로, 부부간에도 강간죄가 성립된다는 판결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16일 대법원은 지난 2011년 아내를 부엌칼로 위협해 강제로 성관계를 가진 혐의(특수강간 등)로 기소된 강모(45) 씨에 대해 징역 3년 6개월과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지금까지 '부부 강간죄'의 핵심 쟁점은 정상적인 혼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부부 사이의 강제적인 성관계를 법으로 처리할 수 있느냐였다. 지난 2009년 대법원은 "부부 사이의 강간죄는 더이상 실질적인 부부관계가 인정될 수 없어 이혼에 합의한 경우에만 해당된다"고 판결 내린 바 있다.
강씨는 피해자인 아내와 한 집에서 부부로 살아왔고, 2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범행이 있기 전에는 부부 싸움을 해왔지만 각방을 쓰는 정도였지, 이혼에 합의하거나 별거하지는 않았었다.
강씨는 2011년 아내를 흉기로 위협하고 폭행해 3차례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1·2심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법률상 아내는 강간죄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항소했다. 정상적인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부부간 강간이 법정 공방까지 벌인 것은 전례가 없었던 터라 남편 강모 씨 측 변호인은 이 점을 집중 변론했다.
참고인으로 나온 윤용규 교수(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는 과거 부산지법에서 부부 사이의 강간을 죄로 인정한 판결을 예로 들며 "당시 유죄판결을 받은 남편은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며 "부부 문제에 대해 반드시 형벌로 규제하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법률상 부인도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의 개념에 포함된다"며 "부부 사이라면 민법상 배우자와 성생활을 함께 할 의무가 있지만 폭행·협박에 의해 강요된 성관계는 강제적인 간음(강간)으로 보고 처벌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양성평등의 부부관계의 변화상을 반영했다는 의견이다. 형법 297조에 따르면 강간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를 강간할 때 성립한다. 강간죄가 들어 있는 형법 32장의 죄목은 1953년 제정 당시 '정조에 관한 죄'였다가 95년 '강간과 추행의 죄'로 변경됐다. 지난해 12월 개정(6월 19일 시행) 때는 '부녀'가 '사람'으로 변경됐다.
이번 판결에서 대법관들 사이에서도 "강간죄의 객체에 부인이 포함될 수 없다. 강간죄가 아닌 폭행·협박죄로도 처벌이 가능하다"며 "굳이 판례를 변경할 정도의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한국 내에서 부부간의 강간을 죄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미국을 비롯한 영국, 독일 등지에서는 이미 이를 범죄로 규정해 처벌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