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신학자'로 알려진 장공 김재준 박사를 '개혁신학적 입장'에서 평가한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개혁신학회(회장 권호덕 박사)는 11일 오전 서울 수유동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장공 김재준의 신학과 개혁신학'을 주제로 제34회 정기학술심포지움을 개최했다.
이날 기조강연은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장, 숭실대 명예교수)가 '장공 김재준 신학의 특징: 복음적 사회참여신학'을 제목으로 전했다. 김 박사는 장공 김재준 박사의 신학을 비판적으로 고찰했다.
김 박사는 "장공 김재준 박사의 신학을 보수교회에서는 자유주의라고 하나, 그의 신학은 자유주의 신학이 아닌 신정통주의 신학에 가깝다"며 "그는 전통적 교리에 얽매이는 정통신학에 혐오증을 느꼈으나, 성경의 지침에서 벗어나고자 하지는 않았다. 장공은 성경적인 신학을 추구하면서도 사회참여를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그의 신학을 복음적 사회참여신학으로 규정짓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의 신학은 복음적인 것이 분명한데 그것은 그에게 확실한 구원의 체험이 있으며, 성경의 역사적·과학적·도덕적 오류는 인정했으나 그리스도에 근거해 성경의 영감과 절대권위를 인정했기 때문"이라며 "그는 개인구원과 함께 사회구원을 외친 전인적 구원관을 주장했다"고 덧붙였다.
김 박사는 또 장공 김재준 박사가 한국이 선보인 대표적 진보신학 중 하나인 '민중신학'을 비판했다고 말했다. 그는 "장공은 구원론을 개인구원과 사회구원을 포괄하는 전체적인 것으로 보았고 칼빈과 바르트의 사상을 균형잡는 신학을 추구했다. 그래서 그는 개인구원을 등한시하고 성경에 기초를 두지 않은 채 사회적 전거에 기초를 두는 민중신학을 비판했다"며 "장공은 예수를 유대민족의 이상적 인간상으로, 그리고 역사의 시금석으로 규정하면서도 예수를 단지 민중의 지도자로 규정하지 않고 그의 초월성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박사는 장공이야말로 신학의 자유와 비판적 양심을 실천적으로 보여준 선구자라고 평가했다. 그는 "장공은 보수주의가 지배하는 한국교회 안에서, 성경에 대한 비판을 전혀 허용하지 않는 폐쇄주의적 분위기 속에서, 신학의 자유와 이에 대한 양심의 비판이 설 수 있는 여지를 만들기 위해 박해를 받았다"며 "장공은 구약학을 전공했고 그가 미국에서 배운 구약에 대한 역사비판학을 정직하게 소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장공에게도 한계가 있다고 김 박사는 말했다. 그는 "우리는 성경의 무오를 자연과학적 내지 역사과학적, 혹은 법정적 진리의 차원에서 이해해서는 안 된다"며 "성경이 하나님의 영감으로 기록됐기 때문에 역사의 시작과 목적, 우주의 창조와 종말, 재물의 의미와 목적, 정치의 근본과 목적에 대해 언급하는 성경의 진술에는 오류가 없다. 장공은 성경진리의 구체성을 파괴하는 현대과학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과학에 동참했다. 때문에 만남으로서의 진리를 강조, 성경의 더 많은 진리 내용을 놓치고 있으며 성경의 전체적 진리를 만남이라는 사건으로 축소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장공은 기독교 복음을 사회복음으로만 축소시킬 위험성을 안고 있었으며 예수를 대속의 주님보다는 유대민족의 이상적 인간상, 민족과 세계에 봉사하는 예언적 인물로 격하시키는 경향을 보였다는 게 김 박사의 비판이다.
끝으로 김영한 박사는 "장공은 복음적 신앙을 가진 분으로, 당시 보수주의 신학자들에게 상대적으로 결여됐던 역사의식과 예언자 정신이 투철한 신학자였다"며 "그러나 그가 정통주의를 지나치게 비판하지 않고 그것을 품고 역사적 현실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갔더라면 오늘날 한국교회는 분열되지 않고 큰 다양성 속에서 발젼하고 서로 화음을 내며 함께 갈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움에선 김영한 박사 외에 김윤규 교수(한신대), 소기천 교수(장신대), 김홍만 교수(국제신대), 최윤배 교수(장신대), 정승훈 교수(미네소타 루터신대원) 등이 발제자와 논찬자로 참여, 장공 김재준 박사의 신앙과 신학을 개혁주의 신학적 시각에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