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밤 폭우를 동반한 강풍이 불어닥친 후 버지니아, 메릴랜드 등 동부 일대가 정전 사태를 겪은 가운데, 한인교회에도 피해가 속출했다. 정전이 된 지 하루만인 토요일에 예정됐던 교회 행사들은 줄줄이 취소됐으며, 10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 예배당에서의 주일 예배를 걱정한 한인교회들도 많았다.
토요일 저녁 장애인을 위한 모금 콘서트를 계획했던 거북이교육센터 샘 강 원장은 “혹시나 해서 행사가 치러질 서울장로교회에 가봤는데, 전기도 끊기고, 에어컨도 나오지 않아 더워서 행사 진행을 할 수 없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다행히 주일에는 '대다수 한인교회 건물 및 공공 장소'에 전기가 복구되면서 예배는 차질없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와싱톤중앙장로교회는 토요일 하루 종일 교회 전화가 불통되는 어려움을 겪었으며, 전기가 없어 주일예배 식사를 준비하지 못한 한인교회들도 다수였다.
하지만 많은 목회자 및 교인들은 자연재해로 인한 불편을 창조주 하나님을 기억하는 자기 성찰의 계기로 삼기도 했다. 샬롯츠빌의 한 목회자는 “자연의 강력 앞에 우린 이렇게 미약한 존재들인데 오늘도 우린 여전히 하나님인체 교만의 극치를 떨 때가 많다”며 “예전에는 전기가 없어도 살던 때가 있었는데 점점 인간이 만든 문명의 이기 앞에 길들여져 이같은 공황에 무기력해질 수 밖에 없는 우리 인생들이 좀 더 겸손해 졌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연방정부 당국에 따르면 지난 금요일 밤, 시속 80마일에 달하는 강풍으로 집 주변 나무들이 쓰러지는 등 수도권과 뉴저지, 켄터키, 오하이오 등에서 모두 17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으며 동북부 총 300여만 가구가 정전 상태로 고통을 겪은 가운데 지역별로는 한인들이 밀집된 맥클린, 폴스처치, 애난데일 등 북부 버지니아가 15만2천여 가구 정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찌는 듯한 날씨 속에 에어컨 냉장고 등 가전제품이 불통되면서 주민들은 폭염을 피해 인근 호텔로, 친척집으로, 혹은 대형마트, 체육관 등으로 피신하기도 했다.
한편, 독립기념일인 4일을 전후해 또다시 폭풍이 몰아닥칠 가능성이 예보되면서 주민들은 또 다시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이번주 수도권 내 간헐적 폭풍이 예상되며 오는 4일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허리케인급 폭풍 가능성도 예보되고 있다. 이번주에도 90도 후반대를 웃도는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