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바나리서치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 기독교인의 64%가 18세 이전에 복음을 영접했다. 18세에서 24세 사이에는 13%가, 24세 이후에는 고작 23%가 복음을 영접했다. 이 통계에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어릴 때 복음을 더 잘 영접한다는 점이다. 현재 기독교인 10명 중 8명이 24세 이전에 회심을 경험한 셈이다. 이 설문을 진행한 조지 바나 씨는 “가정과 교회, 선교단체들이 예수의 죽음과 부활의 복음을 전하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대상은 10대 초반의 청소년이란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통계에 따르면 기독교인의 85%가 4세에 14세 사이에 예수를 구세주로 영접하며 목회자나 선교사의 80% 이상이 어릴 때 예수를 영접한다. 어린이사역자들 사이에서는 “성인 20명을 전도하면 1명이 돌아오지만 어린이 20명을 전도하면 19명이 돌아온다”는 말도 있다.
▲이옥희 전도사, 크리스 윤 목사, 김숙영 전도사, 함윤경 전도사가 토론하고 있다.
미주지역 한인교회 어린이사역의 현 주소는 어디인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어디를 향해 가야 하는가? 본지는 가정의 달을 맞이해 <한인교회 실버사역의 현재와 미래를 말한다>는 특별대담에 이어 이번에는 어린이사역에 관해 토론해 본다. 이 대담에는 크리스 윤 목사, 김숙영 전도사, 이옥희 전도사, 함윤경 전도사가 참여했다. 크리스 윤 목사는 교육심리학 박사로 캘스테이트대, 아주사퍼시픽대에서 교수를 역임했으며 초등학교 교사 경험도 갖고 있다. 한인교회에서 23년간 어린이사역만을 전문적으로 해 왔다. 김숙영 전도사는 현재 LA사랑의교회 교육부 디렉터를 맡고 있으며 어린이사역 현장에서 20여년에 가까운 경험과 노하우를 자랑하는 베테랑이다. 어린이전도협회(CEF) 간사로 섬기고 있는 이옥희 전도사는 LA 지역 어린이 사역의 대명사라 할 만큼 전문성과 헌신을 인정받으며 CEF를 통해 각 교회 어린이사역을 네트워크하고 있다. 함윤경 전도사는 현재 월드미션대학교에서 M.Div. 과정을 밟고 있으며 LA사랑의교회에서 유아유치부 사역을 하고 있다. 이론과 현장, 네트워크와 사역,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말하는 LA 어린이사역을 진단, 점검해 본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싶습니다. LA의 어린이사역은 잘 되고 있습니까?
윤: ‘과거에 비해서’라는 전제가 붙는다면, “좋아졌다” 혹은 “잘 되고 있다”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왜냐면 전문사역자들도 많아졌고 교회에서 갖는 관심도 과거에 비해서는 상당히 높아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한인교회 안에서 어린이사역에 대한 인식은 성인사역의 들러리, 혹은 데이케어 수준인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단적인 예를 들면, 규모가 있는 교회에서 부흥회를 하면 교사들까지 부흥회에 참여하면서 당장 어린이사역의 일손이 부족해집니다. 그래서 부모와 함께 부흥회에 온 어린이 50명을 2명의 교사가 돌봐야 합니다. 어른 부흥회에 맞추어 어린이 부흥회를 연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어른들이 은혜받는 동안 어린이들은 간신히 케어를 받는 수준에 그치고 맙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볼까요? 교육부서 모임보다 언제나 성인들의 모임이 우선시됩니다. 목장이나 교구 모임과 교육부 모임이 겹치면 대부분 교육부 모임을 포기합니다. 성인들에게만 집중된 교회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고 어린이사역의 부흥을 경험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담임목사의 어린이사역에 대한 인식 개선이 절실해 보입니다.
김: 저는 이런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에 담임목사의 비전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됩니다. 제가 섬기는 교회의 경우는 담임인 김기섭 목사님이 어린이사역, 크리스천학교 사역에 큰 관심과 지원을 해 주시기에 성인 회중들도 그 비전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교회 건물에 교육부가 모일 공간이 모자라자 성가대가 부엌으로 나가겠다 자청하기도 했습니다. 교회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성가대가 부엌에서 연습을 하게 된 것입니다. 교육부가 그만큼 중시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담임목사가 어린이사역에 비전을 가져야 하고 그 비전을 성인 회중들과 충분히 나눌 때 어린이 사역이 꽃필 수 있습니다.
-이민교회에서 어린이사역의 중요성에 공감하는 목회자가 적지 않을텐데요. 현실 목회에서는 그 중요성을 많이 놓치고 있지 않습니까?
윤: 대부분 목회자들이 교육목사를 거쳐 부목사, 담임목사가 되는데, 교육목사일 때와 담임목사가 되었을 때 보게 되는 교회의 전체적인 그림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생각합니다. 교육목사일 때는 교육부 하나만 맡으면 되지만 담임이 되면 교육부의 중요성을 알더라도 전체적인 그림에서 그 중요성만큼 지원해 주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밖에요. 특히 이민교회는 설령 대형교회라 해도 늘 생존모드로 목회할 수 밖에 없기에 담임목사가 어린이 사역에 특별한 관심을 쏟기가 쉽지 않습니다.
-성인사역 중심의 생존모드 한인교회에서 어린이사역이 과연 중요하긴 한가요?
김: 미래가 없으면 끝 아닙니까? 현재 이민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한인교회 구성원의 다수를 우리 자녀들이 차지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자녀들이 교회를 떠나면 한인교회는 결국 사라지게 됩니다. 과거에 이민이 줄어들 때 과감하게 차세대에 투자한 교회는 현재도 부흥하고 있지만 1세 위주의 목회를 고집한 교회는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한인교회의 생존이 어린이들에게 달려 있는데 이 미래에 투자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 긴박함을 담임목사, 교육목사, 교육부 담당자, 교사가 모두 깨닫고 성도들과 비전을 나누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린이사역에 있어서 부모들의 관심이나 담임목사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 사역을 실제로 담당하는 사역자들의 소명감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윤: 초등학교에서 성적 평가가 낮게 나왔을 때, 교과서를 바꾸자는 학교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건물을 더 짓자고 하는 학교도 없습니다. 교사를 다그치거나, 교장을 해임하거나, 모두 사람에게 책임을 묻습니다. 어린이사역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교재를 바꾸거나 건물을 확장하기보다 그 사역자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섬기는 주님의영광교회는 1년에 수차례에 걸쳐 교사 컨퍼런스를 갖고 교육과 훈련을 합니다. 교사와 함께 어린이 사역의 주체라 할 수 있는 부모들을 위한 세미나도 10회 정도 엽니다. 계속 사역자들을 훈련하면서 어린이사역이 교회와 가정에서 동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합니다.
-사역자들이 알아야 할 현장의 가장 중요한 목회 포인트는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함: 하나님은 인간을 영혼육으로 창조하셨습니다. 혼이나 육은 어린이가 성인보다 그 수준이 낮을지 몰라도 우리의 구원과 관련된 영에 있어서만은 동일하다고 저는 믿습니다. 인지력이 다소 성인에 비해 떨어질 수는 있지만 하나님의 사랑과 말씀을 깨닫는 데에는 결코 성인 못지 않습니다. 교회에 가고 싶어 하는 열정과 찬양하는 기쁨, 설교를 묵상하고 삶에 적용하는 능력은 매우 뛰어납니다. 동일한 영을 갖고 있기에 복음의 역사는 동일하게 나타납니다.
이: 어린이들이 성인에 비해 한 주제에 집중하는 시간이 짧긴 합니다. 그래서 어린이사역자들은 다양한 기술과 시청각 교재를 사용해 복음을 전합니다. 이것들은 말씀을 쉽게 이해하도록 돕기 위한 도구일 뿐입니다. 어린이들이 복음을 이해하도록 하는 접근법이 성인들이 볼 때에는 불만족스러울 수 있지만 그렇게 해서 복음을 깨달은 어린이들이 부모를 위해, 교회를 위해, 친구의 구원과 전도를 위해 기도하는 것을 보십시오. 결코 어린이예배가 표면적으로 보이듯 재미나 즐거움에만 집중된 것이 아닙니다.
-사역이 중요하다, 사역자가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사역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가 이뤄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중요한 사역에 여전히 전문사역자가 부재한 현실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윤: 저도 아마 대학교수라는 풀타임 직업이 없었다면 어린이사역을 23년이나 꾸준히 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미국교회와 한인교회의 극명한 차이는 바로 사역자에 대한 대우가 아닌가 합니다. 미국교회는 어느 분야든 전문가, 스페셜리스트가 있어서 그 사역을 전문적으로 발전시켜 가는데 한인교회는 담임목사와 부목사, 교육목사의 사례나 대우에 있어서 차이가 큽니다. 신학생 시절 교육목사를 열정적으로 하더라도 이 사역자가 30대, 40대가 되면 교육목사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해집니다. 제 주변에서 어린이사역을 전문적으로 하던 동료 목회자들도 40대 후반이 되면 담임목사 자리를 찾아 자리를 이동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전문사역을 하는 목회자가 없다면 교사나 평신도 사역자라도 잘 자리잡으면 되지 않습니까?
윤: 좋은 지적입니다. 그래서 저는 어린이사역에 자원봉사를 하는 평신도가 있는데 그의 소명감과 비전이 분명하다면 신학교에 진학해 파트타임으로 수업을 들으면서 어린이사역자가 되도록 합니다. 그들은 자신의 직업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어린이사역을 하는 전문사역자로 성장해 갑니다. 이럴 경우,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사역이 가능합니다. 또 그 교회에 내의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기에 목회 비전이나 사역 비전을 따로 맞추지 않고도 가장 효과적으로 동역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김: 대부분 교회가 작다 보니 이 사역에 비전있는 평신도를 찾기도 어렵습니다. 미자립교회들은 영어를 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교육부 교사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목회자 자녀나 장로 자녀가 교사가 되어 교회를 섬기는 이 경우에는, 타주로 떠나지 않는 한 이 사역을 그만 둘 방법도 없습니다. 그래서 교사 사역을 그만 두기 위해 타주로 유학을 가거나 직장을 구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집니다. 문제는 한인교회 내에서 전반적으로 어린이사역이 홀대되면서 평신도 사역자들의 헌신도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점입니다.
-남성 목회자들이 교육목사, 부목사, 담임목사라는 순으로 이동할 수 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여성 사역자들은 상대적으로 더 장기간 어린이사역에 헌신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그러나 어린이사역이 홀대되는 것처럼 헌신적인 여성 사역자들도 홀대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김: “우리 교회 교육부를 담당하는 리더가 여자”라는 사실에 많은 분들이 놀라는 것을 저는 경험합니다. 저는 그동안 어린이사역을 하며 무시도 많이 당해 봤고 ‘여자는 안된다’는 선입견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주신 비전이 너무도 분명했기에 최선을 다할 수 있었고 성도들의 신임을 얻어 가기 시작했습니다.
함: 저 역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겠지만 누군가 이 사역을 하겠다고 한다면 100% 이상 추천을 해 주고 싶습니다. 왜냐면 어린이사역을 하면서 느끼게 되는 기쁨은 무어라 말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어린이사역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남성, 여성이 아닙니다. 바로 어린이를 향한 사랑입니다. 교사에게 구원의 확신이 분명하고 이 확신을 전하고자 하는 의지가 분명하다면 영어를 잘하거나 못하거나, 경험이 있거나 없거나, 어머니이거나 아니거나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무조건 어린이를 사랑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기 때문에 어린이전도협회에서 하는 것처럼 세미나도 필요하고 컨퍼런스도 필요한 것이죠. 내가 베이비시터가 아니라 한 영혼을 인도하는 사람이라는 자아 정체성을 가져야 합니다. 이런 비전과 뜻을 가진 사역자들이라면 이 사역을 충분히 잘 감당하리라 믿습니다. 여성들이 홀대받는 이 상황은 우리의 소명감과 믿음으로 헤쳐나가면 됩니다.
-사역자의 부재, 혹은 그만한 대우가 따라 주지 않는 현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윤: 인간적 관점에서 “해결점이 없다”는 답 밖에 없습니다. 특히 작은 교회의 경우, 사역자가 부족하고 큰 교회도 생존 모드 속에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명감 혹은 영어만으로 할 수 있는 사역이 아닙니다. 그리고 교사나 사역자에 투자를 오늘부터 한다고 해도 당장 그 열매를 거둘 수 있는 사역이 아니기도 합니다. 그래도 재정적으로 여유로운 큰 교회들이 중심이 되어서 작은 교회 어린이사역을 돕기 위한 운동을 벌인 적도 있지만 그것이 지속적으로 되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미국교회는 성도가 200명만 되어도 크리스천학교를 운영하는데 한인교회는 5천, 1만명이 되어도 크리스천 교육에 대한 비전을 갖지 못하고 숫자 자랑만 합니다.
방법론적으로 보면 도무지 길이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러나 영적인 관점에서 보면 하나님은 하실 수 있습니다. 개척교회 어린이들은 축복받지 못하고 대형교회 어린이들은 축복받는다? 아닙니다. 누가 깨어 있고 누가 기도하고 누가 일하느냐에 따라서 오히려 작은 교회에 하나님의 놀라운 역사가 일어나고 그 중에서 미국과 세계를 변화시킬 미래의 지도자가 태어나리라 믿습니다. 하나님께 매달리고 기도하고 의지하면 하나님은 그 은혜를 교회 사이즈와 상관없이, 오히려 작은 교회에 더 충만하게 부어 주실 것입니다.
김: 저는 이 상황 속에서 어린이사역 연합운동을 제안해 봅니다. 일전에 한 40개 정도 교회의 어린이가 모여서 연합부흥회를 한 적이 있습니다. CEF에서도 1년에 한번씩 여름 연합 캠프를 하기도 합니다. 전에 제가 집회를 마친 후, 타 교회 여집사님이 자신이 섬기는 교회에 어린이가 20명도 채 되지 않지만 부흥회를 하고 싶다고 문의해 왔습니다. 저는 “집사님에게 비전이 있다면 숫자는 문제 되지 않는다”라며 그 부흥회를 도왔습니다. 행사 당일 무려 80명의 어린이가 그 집회에 참여했고 어린이들이 놀랍게 변화되는 역사가 일어났습니다. 어린이사역에 돈이나 사람 수는 결코 제한요소가 되지 못한다고 봅니다.
함: 저는 오히려 많은 목사님들이 교육목사를 거쳐, 부목사, 담임목사가 되는 이 현실 속에서 희망을 보고 싶습니다. 교육목회를 경험하지 않고 바로 담임이 되신 분들보다 교육목사를 거쳐 담임이 되신 분들이 아무래도 어린이사역의 중요성과 현장의 어려움을 잘 알지 않을까요? 우리 눈에는 단점일 수도 있지만 하나님께서 더욱 좋은 미래를 위해 사용하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이: 어린이사역은 바로 우리의 자녀들이 대면하고 있는, 우리의 미래와 같은 사역입니다. 이민교회가 목회의 현장에서 겪는 문제가 늘 적지 않지만 어린이 복음화 사역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사역입니다. 담임목사님들에게 비전을, 교육목사님들에게 소명을, 교사들에게 헌신을 요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어린이 복음화라는 대사명 아래, 연합하고 기도하고 교류하는 역사가 일어나길 기도합니다.
-네. 오늘 귀한 의견들을 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