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 마하라슈트라주에서 개종을 규제하는 새로운 법률이 발효되면서 기독교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독교 지도자들은 강제·사기 등에 의한 개종을 막는다는 법 취지와 달리, 그에 포함된 광범위한 '유인'과 '세뇌' 등의 개념이 교리 교육과 복음 전파, 기도 모임, 자선활동까지 경찰 조사의 대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하라슈트라 주정부가 추진한 '종교자유법'(Freedom of Religion)은 주 의회를 통과한 뒤 인도 대통령 드라우파디 무르무의 승인을 받아 시행됐다. 이로써 마하라슈트라주는 인도에서 개종을 규제하는 법률을 시행하는 주 가운데 하나가 됐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이 법은 강제, 사기, 협박, 부당한 영향력, 또는 유인 등에 의한 개종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7년의 징역형과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기독교 지도자들은 법의 실제 적용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인도가톨릭연합 대변인 존 데이알 박사는 이 법이 시민의 양심과 신앙에 관한 결정을 국가가 통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강제 개종은 이미 인도에서 범죄로 규정돼 있지만, 새로운 법은 교리교육과 자선활동, 복음 전파 등을 경찰이 의심할 수 있는 행위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복음주의협의회(Evangelical Fellowship of India, 이하 EFI) 사무총장 비자예시 랄 목사도 "특정 조항 하나보다 강력한 여러 규정이 한꺼번에 결합된 점이 문제"라며 "특히 개종을 계획하는 사람에게 사전에 행정당국에 통보하도록 하고, 해당 내용을 공개해 제3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와 경찰 조사 권한 등이 개인의 종교적 결정을 공개적인 행정 절차로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독교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 가운데 하나는 법에서 규정한 '유인'의 범위다. 이 법은 단순한 금전적 대가뿐 아니라 선물이나 취업, 무료 교육, 결혼 약속, 더 나은 생활 방식 등을 폭넓게 포함하고 있으며, 신앙의 치유를 증언하거나 자신의 종교를 다른 종교와 비교해 긍정적으로 설명하는 행위까지 문제 삼을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랄 목사는 이 같은 규정이 적용될 경우 평범한 기독교인의 증언과 기도, 봉사활동까지 의심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개종 과정에서 경찰의 개입이 가능하다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가족이나 친족 등이 개종과 관련해 신고할 수 있고, 경찰이 직권으로 조사에 나설 수 있도록 한 조항 때문이다.
뭄바이 가톨릭 대교구는 성명을 통해 "강제나 사기, 강요 또는 부당한 유인에 의한 개종을 결코 지지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면서도 "다른 주에서 유사한 법률이 종교적 소수자를 위협하는 수단으로 활용된 사례가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대교구는 특히 법률의 모호하고 광범위한 표현과 경찰의 직권 조사 권한이 기독교인이 운영하는 기도 모임과 학교, 병원, 사회복지기관 등에 대한 과도한 감시로 이어질 가능성을 지적했다.
지난 3월 법안이 논의될 당시에도 서부지역 가톨릭 주교들은 종교교육 과정이 형사소추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톨릭교회에 입교하려는 비가톨릭 신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RCIA 과정의 경우, 본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결정인지 확인하는 절차가 포함돼 있지만, 가족이 이에 반대할 경우 교회 관계자들이 강압이나 '세뇌' 혐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마하라슈트라주 정부는 이러한 우려에 대해 법의 목적은 자발적인 개종을 막는 것이 아니라 강제와 사기, 부당한 유인에 의한 개종을 차단하는 데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데벤드라 파드나비스 주지사는 법이 특정 종교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모든 종교에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현지 보도 역시 법의 핵심 목적을 강제·사기·유인에 의한 개종 방지로 설명하고 있다.
이 법을 둘러싼 논쟁은 마하라슈트라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도에서는 이미 여러 주가 유사한 개종금지법을 시행하고 있으며, 기독교계는 이러한 법률이 자발적인 종교 선택까지 행정기관과 경찰의 통제 아래 두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로 인도교회협의회(National Council of Churches in India, NCCI)는 올해 2월 오디샤, 차티스가르, 마디아프라데시, 아루나찰프라데시, 구자라트, 히마찰프라데시, 자르칸드, 우타라칸드, 우타르프라데시, 카르나타카, 하리아나, 라자스탄 등 12개 주의 개종금지법에 대해 인도 대법원에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중앙정부와 해당 주 정부들에 답변을 요구하고 사건을 3인 재판부에서 심리하도록 했다.
핵심 쟁점은 인도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와 종교를 고백하고 실천하며 전파할 권리가 어디까지 보호되는지 여부다. 대법원은 1977년 '레브 스태니슬라우스 대 마디아프라데시주' 사건에서 종교를 전파할 권리가 타인을 개종시킬 권리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 현재 제기된 소송에서는 이 판례를 토대로 만들어진 각 주의 개종금지법이 개인의 양심과 종교 선택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지 여부가 다시 쟁점이 되고 있다.
마하라슈트라주의 새 법은 이 헌법적 논쟁에 새로운 변수가 될 전망이다. 기존 12개 주의 법률에 대한 대법원 심리가 진행되는 가운데 새로운 법이 추가되면서, 인도에서 개종을 둘러싼 국가의 규제 권한과 개인의 신앙 선택권 사이의 경계가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기독교계는 법 시행 이후 실제 경찰 신고와 수사, 교회 및 선교기관에 대한 적용 사례를 주시하고 있다. EFI 측은 "아직 새 법에 따른 구체적인 자경단 활동이나 유죄 판결의 패턴을 판단하기에는 이르지만, 공개적인 이의제기 절차와 경찰의 의무적 개입, 모호한 범죄 규정만으로도 교회와 신자들에게 위축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도 현지에서는 마하라슈트라주뿐 아니라 차티스가르주에서도 올해 새로운 개종금지법이 마련되는 등 관련 규제가 확대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차티스가르주의 새 법 역시 강제·사기·유인 등에 의한 개종을 비보석 범죄로 규정하고, 개종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신고 및 행정 절차를 요구해 기독교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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