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살 나이에 부모를 잃고 거리를 떠돌며 힘겨운 어린 시절을 보내다 미국에 입양되어 이제는 자랑스러운 한국 입양아로서 한국 입양문화 개선에 앞장서며 고아사역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뛰고 있는 스티브 모리슨 씨를 만났다. 그의 한국 이름은 최석춘, 강원도 묵호가 고향이다.
그는 14살의 나이에 미국으로 입양된다. 파란 눈의 양부모는 친자녀가 1남 2녀나 있고, 이미 한 아이를 입양해 키우고 있으면서 또 스티브 모리슨을 입양한 것이다. 그는 양부모의 따뜻한 사랑 속에 훌륭하게 자랐고, 지금은 미국 우주항공연구소의 수석 연구원이 됐다.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 굴다리 밑에서 걸식하면서 고아원에서 지내길 8년, 여느 아이들처럼 내게도 따뜻한 부모님과 가족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죠. 14세 되던 어느날 모리슨 가정에서 저를 입양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도 이제 가족이 생기는구나’ 하고 엄청 기뻤어요. 그렇게 입양이 되었고, 미국에 건너가 양아버지, 어머니를 만났는데 두 분의 헌신적이고도 따뜻한 사랑을 받고 자랐습니다. 특히 아버지께서는 저의 롤모델이 되어 주셨습니다. 저는 이분들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을 받았습니다.”
입양인으로 양부모 밑에서 반듯하게 자라나 성공과 행복을 거머쥔 스티브 모리슨 씨. 이제는 개인의 행복만이 아닌, 한국 사회에 버림받는 아이가 단 한명도 없는 것이 인생 최대의 바람이라고, 그는 당당히 말한다. 그는 지난 1999년 입양을 개인적 일이 아닌 사회적 관심사로 끌어 올리기 위해 한국입양홍보회(엠팩·MPAK)를 설립한 이래 크고 작은 활동을 계속해 오고 있다. MPAK은 현재 미주 5개 지역과 한국 내 28개 지역에 지부를 두고 공개 입양을 알림으로써 한국 입양문화를 긍정적으로 바꾸어 가고 있다.
오는 5월 1일엔 새들백교회에서 한인목회자와 평신도 리더를 대상으로 ‘글로벌 고아사역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한 컨퍼런스도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컨퍼런스는 ‘고아들을 위한 소망’(Hope for Orphans, 회장 폴 페닝턴)이 주관하고 MPAK이 후원하는 고아들을 위한 행사다.
-그동안 10여년이 넘게 고아사역을 해 오신 것으로 압니다만, 특별히 내달 초 컨퍼런스를 마련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한국교회는 지난 1백여년에 걸쳐 부흥과 발전을 거듭하면서 큰 진보를 이뤘고,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선교사를 파송하는 국가가 되었습니다. 한국 기독교가 이만큼 성장했지만,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신 고아와 과부를 돌보는 사역에는 그동안 무관심했던 것이 사실이지요.
야고보서 1장 27절엔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정결하고 더러움이 없는 경건은 곧 고아와 과부를 그 환난 중에 돌보고 또 자기를 지켜 세속에 물들지 아니하는 그것이니라”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예수의 이 가르침을 제대로 지키고 실천해 왔는지 자문하고 되돌아 봐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전 세계에 수많은 고아들이 있습니다. 단지 ‘우리’ 교회만 크게 짓고 ‘우리끼리만’ 잘 먹고 잘 사는 게 아니라, 진정한 교회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심하면서 고아사역에 비전을 두고 힘을 모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번 컨퍼런스 개최를 위해, 먼저 미국 고아사역에 큰 기여를 해 온 폴 페닝턴 대표와 텍사스주에서 만나 의견을 교환했고, 그후 서울 온누리교회 EM을 담당하고 있는 에디 변 목사 등이 가세하면서 전 세계의 고아들을 도울 수 있는 실제적인 방안을 놓고 본격적으로 나서야겠다고 결심하게 됐지요.
특히 폴 페닝턴 목사님과 대화하면서 느낀 것은, 한국교회에도 고아 사역에 관심을 두고 비전을 펼쳐 나갈 교회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미주에서 이같은 대회를 열게 됐는데, 앞으로 한국에서도 이어서 열어 나갈 계획입니다.
-이 사역을 하면서 힘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순수혈통주의를 고집하는 한국의 고유 문화와 뿌리 박힌 유교사상 때문에 한국 정부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해외 입양을 꺼리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무엇보다 입양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것이 시급합니다. 이를 위해 인식개선과 입양교육 및 홍보를 꾸준히 해 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한국에서 해마다 버려지는 아이들이 1만명 정도 됩니다. 이 가운데 1천2백명은 해외로 입양되고 1천명이 국내에서 입양되는데, 나머지 7천5백여명은 보육원과 고아원 등에 보내지고 있는 형편입니다. 이 아이들을 이런 시설에 보내는 것보다 해외라도 보내서 따뜻한 부모 밑에서 자라게 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에선 수년전부터 정책적으로 ‘국외 입양쿼터제’를 도입해 갈수록 해외입양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영아수출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시행한 쿼터제이지만 국내입양이 늘지 않으면서 오히려 부모 없이 자라는 아이들만 양산하고 있는 실정이지요. 물론 한국이 OECD 가입국이 되고 선진국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면서 국가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요. 하지만 이보다도 아이 한 명이라도 가정을 찾아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입양을 적극 홍보하시는데, 부정적인 면도 염두에 두어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해외건 국내건 입양돼 실패한 경우도 있습니다. 실패한 입양인들이 불평과 불만을 퍼뜨리면서 입양에 대한 나쁜 인상을 주곤 합니다만, 성공한 입양인들이 훨씬 많이 있습니다. 입양됐다고 해서 반드시 실패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한 아이가 태어나 자기가 속한 사회에서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의 관건은, 타고난 성격과 주위환경, 교육 수준 등의 다양한 요인에 기인합니다. 단순히 입양에만 그 원인이 있다고 말할 수 없다는 얘기죠.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은.
컨퍼런스를 통해 한국교회에 고아사역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예수를 믿고 그리스도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교적인 사상에 아이덴티티를 두고 있어 고아 사역에 무관심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부디 한국교회가 고아사역에 보다 관심과 정성을 쏟아 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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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입양홍보회 스티브 모리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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