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금품 살포 논란'에 휩싸인 조계종 부산 범어사의 주지 선거가 무기한 연기됐다. 조계종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범여 스님)는 30일 오후 긴급회의를 열고 내달 27일 열릴 예정인 범어사 주지 선출을 위한 산중총회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하고 범어사 교구선관위에 이를 통보했다.


조계종 중앙선관위는 '천재지변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각급 선거를 실시할 수 없거나 실시하지 못한 때는 중앙선관위원장은 선거 연기를 결정할 수 있다'고 명시된 선거관리위원회법 17조 3항을 적용했다. 조계종 관할 사찰 주지 선거 관련 일정이 금품 수수 사건 논란으로 인해 연기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범어사는 다음 달 27일 산중총회를 열어 신임 주지를 뽑을 예정이었으며 아직 정식 선거 공고는 내지 않은 상태다. 총무원은 중앙선관위가 교구선관위의 고유권한인 주지 선출을 위한 산중총회의 연기를 결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중앙선관위가 교구선관위를 관리 감독할 수 있으며 각종 선거에 대한 최종 결정 권한을 갖고 있어서 종법상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27일 범어사를 찾아 논란에 휘말린 후보들에게 "참회와 자숙을 하고 기도하며 정진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조계종은 해인사, 통도사, 송광사, 수덕사, 백양사 등 5개 총림(叢林)의 경우 큰스님인 방장 스님이 주지 후보를 추천하기 때문에 선거를 하지 않는다.


또 교구 본사일지라도 교구 내에서 합의가 이뤄지면 선거를 치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범어사도 선거 없이 사찰 구성원들의 회의인 대중공사(大衆公事)를 통해 신임 주지를 뽑을 수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불교계 시민 사회단체들로 구성된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는 이날 성명을 내고 "총무원은 후보자 및 매수 행위에 적극 가담한 자를 엄벌하라"고 요구하면서 금품을 수수한 선거인단 스님들을 대상으로 '자발적 환수 창구'를 개설해 모인 돈을 전액 가난한 이웃에게 전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