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때마다 빠지지 않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나물 고사리(Bracken)는 번식력이 강한 양치류로 세계 각지에 분포하는데 주로 해가 잘 드는 초지나 산에서 자란다. 자란 고사리의 키는 무려 1미터에 달한다. 하지만 고사리는 봄에 나는 어린잎이나 주먹을 쥔 듯 잎이 펴지지 않았을 때의 어린 싹만을 식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중국의 전통의학서《본초강목》에 “오장의 부족한 것을 보충해주고 독기를 풀어준다”고 기록돼 있는 고사리는 비타민A, B2, 인(P), 철분(Fe), 단백질, 당분 등 영양가가 풍부하며 섬유질이 많은 식품이다. 또한 피를 맑게 해주며 마음을 안정시키는 칼슘(Ca)과 칼륨(K) 등이 풍부해 절에서 도를 닦는 스님들의 식재료로 널리 쓰이며, 자양강장제나 해열제 등의 한약제로도 사용되고 있다. 말린 고사리 뿌리를 가루 내어 복용하면 불면증에도 효과적이라 한다.

이런 약효가 아니더라도 양치류 중 가장 맛이 좋은 고사리는 사찰음식, 제사음식, 잔칫상 등에 늘 올라오는 친숙한 산나물로 사랑을 받고 있다. 고사리는 주로 나물로 많이 해먹지만 경상남도 지역에서는 미나리와 함께 다양한 재료를 넣어 찜으로 요리해 먹기도 한다.

예부터 고사리가 정력을 약화시킨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한방에서는 음기가 강한 음식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는 고사리에 함유되어 있는 비타민 B1을 분해하는 효소 ‘아네우리나제’ 때문이다. 이것은 다른 효소와는 달리 내열성이 강한 비타민 B1의 분해 작용을 한다. 그래서 고사리를 과잉 섭취했을 경우 비타민 B1이 결핍되어 춘곤증과 같은 나른하고 피로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런 현상으로 양기를 떨어뜨린다는 말이 퍼지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가 반찬으로 먹는 양으로는 몸에 별다른 영양을 미치지 않는다.

고사리의 수확 시기는 보통 4~5월경인데, 봄비가 내린 후 새순이 돋을 때 채취한 고사리는 ‘산에서 나는 쇠고기’라고 불릴 만큼 단백질이 풍부하며, 고사리에 함유된 기능성 다당류가 세포를 활성화시켜 면역기능을 높여주기 때문에 성장기 어린아이들에게 특히 좋은 식품이라 할 수 있다. 단, 고사리는 반드시 익혀먹어야 하는 채소다. 미량이기는 하지만 식품연구가에 의해 발암성 성분이 고사리에 함유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린 고사리를 삶거나 볶으면 이들 성분이 모두 제거되기 때문에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이은애 교수.
◇상식

-고사리 손질법: 질긴 고사리를 연하게 먹고 싶을 때에는 하룻밤 정도 따뜻한 물에 담갔다가 쌀뜨물에 넣고 삶는다. 그러면 고사리 특유의 군내도 없어지고 부드러운 식감을 느낄 수 있다.

-고사리의 식재료 궁합: 율무는 고사리처럼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효과가 뛰어난 채소로 율무를 넣은 밥과 함께 고사리나물을 찬으로 먹으면 면역력이 배가된다.

-외국 산과 한국산 고사리 구별법: 한국산 고사리의 특징은 줄기가 짧고 굵기가 가늘며 연한 갈색을 띠고 있다. 반면 외국 산은 줄기가 길고 굵으며 짙은 갈색을 띠고 있다.

-고사리 보관법: 바로 먹을 고사리는 젖은 종이에 싸 두거나 데쳐서 물에 담가 냉장 보관한다. 오래 두고 먹을 양이면 소금을 살짝 뿌려 절여놓거나, 데쳐서 햇볕에 말려두었다가 사용한다.

▷문의: autumn37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