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콥트 기독교인과 정부군의 충돌로 24명이 숨진 유혈 사태 배경에는 무슬림들의 소수 기독교인에 대한 압박과 이에 따른 두려움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집트 일간 '데일리 뉴스 이집트'는 10일(현지시간) 기독교인들의 정서를 이같이 전하며 15살 소녀 페리얼 하비브의 사연을 소개했다.
기독교인인 하비브는 카이로 남부 셰이크 파들 지역 고등학교에 등교하는 첫날 이슬람 전통 스카프인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교 정문에서 교사의 제지를 받았다. 히잡을 착용하지 않으면 올해 등교할 수 없다는 교사의 조언을 들었지만, 하비브는 이를 거절했다. 하비비는 히잡을 쓰지 않은 채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갔다가 매일 교사의 저지에 막혀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하루는 마이크에서 나오는 구호를 따라 학생들이 "우리는 하비브가 여기에 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외침을 듣기도 했다. 하비브는 지난주 히잡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을 학교로부터 받았지만 아직도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 그는 "원하던 대로 이뤄져 기쁘면서도 교사들이 일반적으로 저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며 "교사들이 학기말 시험 때 제게 낮은 점수를 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집트 시민 단체는 하비브가 당한 차별이 매우 드문 사례라고 밝혔지만, 소수파 기독교인들은 다수파 이슬람교도들의 압박에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집트에서는 이슬람교도 수가 전체 인구 약 8천만 명 중 약 90%를 차지하며, 나머지 10%는 콥트 기독교인들이다. 그러나 지난 2월 시민혁명 후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퇴진한 이집트 사회에서는 종교 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무바라크 퇴진 후 최대 규모의 유혈 사태로 기록된 전날 기독교 시위대와 정부군 간 충돌도 기독교인과 이슬람교도 간 갈등에서 비롯됐다.
지난달 30일 카이로 남부의 아스완의 한 마을에서 이슬람교도 군중이 "기독교인들이 불법으로 교회를 짓는다"며 교회를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교회 측은 낡은 교회 건물을 대신해 같은 부지에 새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허가 서류를 보여주며 이를 반박했다.
그러나 무스타파 알 사예드 아스완 주지사는 기독교인 수가 적은 이 마을에 이미 교회가 있고, 숙박업소가 들어설 장소에 교회가 지어지는 만큼 '불법'이라고 밝히며 기독교인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이에 기독교인들이 알 사예드 아스완 주지사의 경질과 교회 재건축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전날 카이로 중심에서 벌이다 정부군과 충돌했다.
다수 이슬람교도와 소수 콥트 교인 간의 유혈 사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카이로에서는 지난 3월 이슬람교도와 콥트 기독교인 간 충돌로 10여 명이 숨지고 140여 명이 다쳤다. 지난 1월 1일에는 제2의 도시 알렉산드리아의 한 교회에서 폭탄이 터져 새해맞이 예배를 마치고 귀가하던 기독교 신도 21명이 숨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