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꼭 필요한 말만 할 수 있다면
그렇게 인생을 살다가 갈 수 있다면
알뜰한 지혜가 구비 구비 산자락
엄숙한 만큼 설켜 있다면

악법도 법은 법이니
나에게 내려지는 독배라면
한 목음으로 바가지 안, 시커먼 물을 삼키면서
우물 밑 웅덩이 같은 철창 그 아래
조용하게 누어서라도
그 지혜를
프라톤. 아리스토테레스의 지혜로
무성한 나무 싱그럽게 뒤 틀 리운 가지만큼
이야기 다듬어
높다란 돌탑으로
도둠어 올려놓아야 하는 것 아닐까

아테네의 지혜여
줄줄이 그러다가
유유히 그 탑 아래를 돌아 흘러내려 와
바다를 덮는
지혜의 번져 나가는 물방울들이여


그날 내 발걸음은 먼지바닥에 붙박인 듯, 한 동안 그 자리에 멈추어지고 말았습니다.
어렸던 젊은 시절에 대학 강의실에서 주먹에 땀이 베이도록 소크라테스 열강을 듣던 그 교실이 여기 느닷없는 낯선, 돌아선 골목 모퉁이에서 막딱드렸다니 말입니다.
아테네에 와 서면, 이리도 가까운 거리에서 지금도 그분의 숨소리를 마음 깊이에 담아 갈 수 있다는 행운은, 가 엷은 창호지에 흔들려오는 찬 바람 문풍지소리 같은 나 혼 자만으로의 돌아앉는 소리, 내 귀를 흔드는 소리 같았습니다. 우리들 안에도 그 인간 따뜻하고 또 아픈 지혜의 한 물방울쯤 아직도 흘러내려가고 있는 것 아닐까요. 사람 누구나 큰 사람이건 보잘 것 없는 작은 사람이건, 이 물 한방울 같은 지혜는 신으로부터 받은 진리의 반짝이는 보석 같은 귀중한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