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10월 러시아 선교 100주년을 기념하여 러장총 설립총회가 열렸지만, 2년간의 준비를 마무리하는 2주를 남겨두고서 갑작스런 반대가 일어나 급기야 무산되어버린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있었다. 그 이후 1년 반이 지난 오늘에 이르러 다시금 2차 총회 설립준비를 위한 모임을 갖게 되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1차 모임은 기초를 다지는 시간으로 진행해 왔다. 준비되지 못한 부분이 많이 있었지만, 100주년을 기념한다는 의미에서 출발하여 부족한 것은 보충하여 나가기로 하였는데, 반대하였던 두어 명이 “아직은 현지인을 리더로 세울 수 없다”는 주장을 해 판이 깨어져 버린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이번 모임은 반대하는 이들이 스스로 연합을 포기하거나 혹은 현지 사역에서 떠남으로 분란의 소지는 제거되었다. 그러나 반쪽 러장총회가 되는 결과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비록 적은 모임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지만, 모두가 별다른 이의 없이 기쁨으로 다음 모임에 러장총을 창립하기로 만장일치 가결하였다.

또한 총회 조직을 구성하는 일은 러시아인이 주도하기로 기본 틀을 마련한 것인데, 이것은 매우 바람직하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필자가 속한 모스크바의 어떤 노회는 이미 현지인들에게 지도력을 이양하고 선교사들은 뒤에서 조력하는 관계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다행스럽게 이번에 러장총 선교사들이 뒤로 물러서 조력하겠다고 한 것은 큰 성과이면서 참으로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회의에 참석하면서 몇 가지 깊이 생각할 일이 있어 함께 나누고자 한다. 한국 선교의 성숙한 모습을 배워나가야 할 것을 생각하면서…….

첫째, 한국의 모 교단은 선교사들에게 러장총 컨퍼런스에 모두 참석하라고 공문을 발송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 다음날 모두 참석하지 말라는 공문을 다시 보내, 그 교단 선교사들이 정신을 우왕좌왕하다가 모두가 참석하지 않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유를 들어보니 “여성 안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참석하지 말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아직 회의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무슨 말인지?

그 교단 선교부의 태도는 현지에서 아주 큰 조롱거리가 되었다. 2009년 1차 모임에서도 우왕좌왕하면서 리더십을 상실하더니, 이번에도 결정적인 실수를 한 것이다. 한국 선교본부가 현지 교단을 설립하는 문제까지 조정하려고 하는, 주제 넘은 태도를 보인 것이다. 첫번째 러장 총회시에는 한국 선교부가 큰 역할을 했고, 중요한 동기 유발을 하였다. 그러나 두번째 모임은 전혀 다른 상황이다. 시대를 흐름을 분별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나타내 보인 것이다.

또한 모 기관은 러장총이 자기들 밑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제안을 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재정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 추태를 벌인 것이다. 그래서 결국은 재정 지원도 하지 않고, 강사 지원도 하지 않는 형국이 되어 준비위원회를 당황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들리는 소식에는 정보를 처음 전달하였던 자가 잘못하여 그렇게 되었다고 하지만, 확실한 것은 모두가 대면하기 전에는 확인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모두들 다른 이유를 대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라고 하는 것은 모두를 바르게 세우고 바르게 나가도록 하는 것이 아닌가? 자기들의 명예와 목표를 위하여 사람들을 조정하고, 움직이고, 술수를 부리면서 예수 없는 정치를 하니 정치꾼들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닌가? 이번 모 교단 선교부의 일로 인하여, 러시아 현지 목회자들에게, 한국교회는 아주 이상한 존재로 인식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할 것이며, 모두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둘째는 아직도 편법이 살아 있는 것을 보았다. 이번 모임에는 러장총 설립을 위하여 많은 지역에서 부족하지만 노회를 구성하여 대표자들이 참석하였다. 그런데 모스크바의 경우 모 교단은 노회가 없어, 그 대신 거대 선교단체의 멤버를 특별히 참석하도록 하였는데, 이것은 누가 보아도 합당한 일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사정은 이렇다. 모 노회는 모스크바 노회(구 공의회측)와 연합하기로 하여 공동예배를 하고, 노회 임원들을 선출하였다. 그러나 그 이후 속회도 열지 못하고 어찌된 일인지 서로 각자의 길을 가기로 하였다 한다. 서로 상대방의 탓으로 돌리면서 출산한지 한 달 만에 신생아는 죽고 말았다.

그래서 공중 산화된 모 노회 대신, 선교단체를 특별하게 배려하여 러장총 설립 총대로 참석토록 한 것이다. 준비위원회는 이것을 배려라고 한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이것이 기본 질서를 깨는 행위요, 편법이라고 본다. 다른 사람들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하고, 힘으로 몰아붙이는 결과로 비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노회도 아닌 단체가 들어와서 총회구성을 논의하니 이상한 꼴이 된 것이다.

셋째, 아쉬운 것은 아직도 현지인들로의 지도력 이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여기저기에 나타난다. 추후에 하여야 할 일을 미리 챙겨주려는 태도나 그러한 일로 많은 시간과 논란을 가져오게 하는 일은 준비하는 자들의 미숙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현지인들에게 맡겼으면 그들이 차근차근 하도록 배려하여야 한다. 이렇게도 할 수 있고 저렇게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도한다는 명목하에 간섭하고 지시하는 태도나 염려가 되어서라는 이유로 코치를 하려는 태도는 합당치 않다고 본다. 언제까지 움켜쥐고 온실 속에서 젖을 먹일 것인가?

이번에 어떤 현지 목회자는 외쳤다. “우리는 한국 선교사들에게 배움으로 인하여 현지 다른 교단으로부터 배신자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런데 한국 선교사들은 지금까지 20여년 동안 우리를 어린아이 취급하고 우리에게 리더십을 이양하지 않고 있으니 우리는 어디에 서야 하는가?”

넷째, 이번 준비과정을 통하여 1년 반 동안, 준비위원회는 비밀 아닌 비밀리에 모든 일들을 진행하여 왔다. 준비위원장이 바뀌었어도 한 마디의 사정을 보고하는 일이 없었고, 진행되는 과정을 보고하지도 않았다. 준비위원도 자기들에게 필요한 사람들을 대거 영입한 사실을 회의 당일날 알게 되었다. 자기들 스스로 준비하고 이해하고 계획하고, 공적 서신은 마지막 회의 3일을 남겨두고서 첫 공문이자 소집 공고문을 보내 참석을 통보한 것이다.

사회는 열린 행정을 추구하며 모두 공개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일을 처리한다고 하여도 모든 상황을 공유하고 의논하는 과정을 가져야 하며, 준비위원회의 모든 진행사항들이 공개되고 자료는 보관되어야 한다. 누구를 위한 준비위원회인가?

이 과정이 없었던 것은 공적인 일들을 처리하는 과정에 있어서 역사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공정성을 상실하였으며, 자료의 보관이나 중요성을 전혀 깨닫지 못하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직 은혜로만 처리하는 전형적인 기독교 전통이 나타난 것이다.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크고 크다는 것을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현재 준비위원회는 선교사 위원장과 총무만 남겨두고 모두 물러가도록 하였으며, 현지인 준비위원회는 그대로 유임하기로 하였다. 이는 현지인 중심으로 일을 처리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선교사 준비위원장의 생각은 이전처럼 자신이 모든 권한을 가지고 일을 진행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서(?) 모두가(현지인들과)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하나님의 일보다 자신의 명예를 버리지 못하는 한국인 선교사들의 고질병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필자의 이 글은 러장총 준비 컨퍼런스에 참관하여, 사실(事實)을 바라보고, 객관적으로 기록하려고 하였으나, 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음을 밝힌다. 함께 세워지고 바르게 나아가는 한국교회와 선교가 되기를 원하는 마음으로 역사 기록을 남기는 것임을 기억해 주시기 바란다.)

Sergei(모스크바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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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크리스천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