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사회에는 기독교를 중심으로 하는 종교 갈등 상황이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다. 찬양사역을 훈련 받던 학생들이 봉은사 절 마당에서 찾아가서 찍은 동영상이 문제가 되어, 책임 교역자가 봉은사에 찾아가 주지스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빈 뒤 훈계의 말씀을 듣는 장면이 보도되기도 하였고, 교회 지도자들의 개인적인 비리나 사건 사고 뿐 아니라, 한기총 대표회장의 금권선거 양심고백으로 인하여 개신교 지도자 전체에 대한 신뢰와 존경심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는 상황이 되었다. 대통령이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무릎 꿇고 기도하신 것이 논란거리가 되었는데, 기독교인들은 환영하고, 타종교인들이나 기독교에 대하여 반감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비판거리를 제공하여 사회적 갈등이나 국론 분열에 종교가 일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계기가 되었다. 일본에 대지진과 해일피해로 불행한 소식이 들려올 때에, 역사적 경험으로 일본에 대하여 호감을 갖지 않고 있던 사람들조차 큰 재난을 당한 이웃을 도우며, 격려하자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마당에, 일부 기독교 지도자들 중에서, 우상숭배에 빠져서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던 일본의 재난은 마땅히 당해야 하나님의 심판이라는 식의 발언이 다시 한번 논란의 재료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한국사회에 극렬한 반기독교 정서가 몰아닥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기독교 내부의 책임을 분류해 보자면, 배타적인 구원론, 공격적인 선교, 독선적인 자세가 주 원인이 될 뿐 아니라, 교회지도자들과 교인들의 개인적인 비리와 구조적인 후진성이 비난과 조롱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기독교인들을 향한 반감이 주님의 제자로써 마땅히 받아야 할 세상의 미움과 핍박이라 여기면서, 기꺼이 온갖 박해를 감내할 각오가 되어 있지만, 우리의 죄악과 무지로 인하여 전도의 문이 막히게 된 것이라면, 이제 교회와 성도, 특히 교회 지도자들이 정신을 차리고 반기독교 정서를 누그러뜨리며, 반전시킬 전기를 마련해야 하지 않겠는가 싶은 것이다.

우선 왜곡된 역사정신에 오염된 기독교인들과 지도자들에게 권고하고 싶은 주제는, 우상숭배와 하나님의 심판에 관한 잘못된 개념이다. 과연 우리 민족의 5천년 역사는 우상숭배로 점철되었고, 헛된 신을 섬겼던 역사였기 때문에 저주와 불행으로 이어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어리석은 논리를 빨리 벗어나게 되기를 촉구한다. 하나님은 분명히 우상숭배를 금하시고, 이방의 헛된 신에게 절하는 것을 질투하실 만큼 미워하시지만, 그것은 여호와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해당하는 사실이다. 믿음의 조상이라고 하는 아브라함은 갈대아 우르에서 살 때에 우상을 만들어서 팔던 생업을 가지고 살았었다. 하나님께서는 그러한 아브라함의 과거를 묻지 않으시고, 그를 부르시고 선택하신 후에 믿음으로 순종하는 것에 기뻐하시고, 축복하셨을 뿐이다. 우리 민족도 비록 복음의 빛이 들어오기 전에는 불교, 유교를 숭상하고, 조상신을 섬기며, 여러 가지 우상을 섬기던 민족이었을지라도, 이제는 새롭게 하나님의 백성된 자들이 자기 믿음을 바르게 지켜 살 때에, 하나님의 택함 받은 백성다운 축복을 누리게 될 것을 선포하는 것이 올바른 역사인식이 아니겠는가?

일본이나, 동남아시아, 혹은 중동, 아프리카 지역의 나라들이 여호와 하나님을 섬기지 않기 때문에 지진과 해일과 여러 가지 재난을 당한다는 논리도 얼마나 어리석은 판단인지 제발 하루 속히 깨달아 주시기를 부탁하고 싶다. 선하고 의로우신 하나님께서, 단지 기독교를 받아들이지 않고, 기독교 국가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엄청난 재난과 자연재해로 심판하신다는 논리를 주장한다면, 이것은 스스로 선교를 포기하고, 전도의 문을 막는 자충수일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을 애굽에서 구원해 내신 이후에야 유일신을 섬기는 거룩한 성민이 되기를 요청하셨다. 구원 받은 백성들에게 요청되는 높은 수준의 신앙적 정결성이라는 것이다. 한 가족 공동체에 불과했던, 야곱의 자손들이 이집트에서 400년을 살면서, 알게 모르게 애굽의 여러 신들을 섬겼고, 이방의 종교에 노출되었을 것이다. 출애굽 이후에도 그 습성을 쉽게 버리지 못하여 애굽을 뒤돌아보고, 황금 송아지 우상을 만든 것을 보아서 충분히 짐작해 볼 수 있다. 또한 역사 자료에 의하면 여러 부류의 이방인 잡족들까지 섞여서 출애굽하여 히브리 민족을 형성하게 되었는데, 하나님께서는 그 이전의 혼합주의와 우상숭배에 대하여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으시고, 일단 구원 받은 백성, 홍해를 건너고, 약속의 땅을 향하여 전진해 가는 이스라엘 민족 공동체에게 새로운 수준의 신앙적 삶을 요청하셨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점이다.

복음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국가와 민족들의 불신앙은 안타까운 일이요, 불쌍히 여겨야 할 현실일 뿐, 그것이 당장에 하나님의 진노와 심판의 이유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다만, 하나님의 소유된 이스라엘 백성들을 괴롭히고, 공격하며, 잔인하게 학대했던 아말렉 족속과 같은 가나안의 일곱 족속들은 철저하게 응징하셨으나, 그 외에 온건하고 건전한 가나안 족속들은 진멸의 대상이 아니라, 자기 땅에 평화롭게 생존하도록, 오히려 이스라엘 민족들이 저들의 땅을 침범하거나 해치지 말도록 명령하시기도 했던 사실을 모세가 기록한 역사를 통하여 교훈으로 얻어야 할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 외에는 구원 받을 다른 이름을 주신 일이 없다는 정통 구원의 교리를 전파하는 것은 분명 옳은 일이나, 전도를 받는 심령들의 마음이 상처 받고, 닫혀져서 다시는 복음의 문이 쉽게 열려지지 않도록 만드는 주원인이, 오히려 기독교인들의 고압적이고, 독선적인 자세 때문이라는 점은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지 않겠는가?

뱀처럼 지혜롭게, 비둘기 같이 순전하게 전도자의 사명을 감당하라고 명령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하면서, 전도의 문을 막는 기독교인이 아니요, 상처 받은 백성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짐으로, 참된 구원의 길로 인도하는 전도자가 되기를 다짐하고 권고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