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한국에서 열린 제7회 북한자유주간 행사는 증언하는 탈북자들과 이를 듣는 청중들 모두의 눈물로부터 시작됐다.

바로 옆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천안함 46용사들의 합동분향소 헌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26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는 북한자유주간 2010 서울대회 선포식과 북한 정치범수용소 실태 및 구금시설 고문피해자 기자회견, 김정일 심판 100만명 서명 발표 등의 행사가 개최됐다.

국민의례와 호국 영령 및 천안함 46용사들을 위한 묵념으로 시작된 선포식에는 행사 대회장인 수잔 솔티 대표(북한자유연대)를 비롯, 북한인권법을 발의한 4선의 황우여 국회의원과 제성호 인권대사, 내외신 기자 등이 참석했다.

솔티 대표 “65년간 북한에선 홀로코스트 계속돼”

수잔 솔티 대표는 “이번 대회의 목적은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김정일 정권의 잔악한 행위를 종결하며 북한 주민들의 존엄성이 회복되는 것”이라며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다시는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 같은 비극이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지척에서 65년 동안 이같은 일은 계속되고 있다”고 북한 정권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솔티 대표는 “‘위대한 수령’, ‘친애하는 장군님’일지라도 하나님게서 주신 인권을 침해할 권리는 없다”며 “1948년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유엔 세계인권선언이 선포된 역사적인 해이지만, 북한에서는 위와 같은 권리를 누릴 수 없음을 확인한 김일성이 집권한 해일 뿐”이라고 고발했다. 그는 “북한 주민들은 세계인권선언의 어느 한 항목도 누리고 있지 못하다”며 “휴전선 너머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인권이 짓밟히고 박해받아서는 안 된다”고 소리높였다. 그는 “오늘의 증언을 귀담아 듣고 대한민국 국민들과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인들이 함께 일해야 한다”고 격려사를 마무리했다.

황우여 의원은 “몇 년 전 UNHCR(유엔난민고등판무관사무소) 사무총장의 한국 방문 때 북한인권 문제에 관심을 촉구하자, ‘구체적인 증거가 있느냐’고 물어서 당황했던 적이 있었는데, 한편으로는 실제 구체적인 증거를 모으는 일에는 부족함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그래서 오늘의 이러한 증언은 의미가 있고, 우리는 북한인권법안 통과에 사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다른 나라의 인권을 놓고 왈가왈부할 수 있느냐, 자기 나라에 맡겨야 하지 않느냐고 하는 말이 있다”며 “이런 말은 듣기에 그럴듯하지만, 유엔 세계인권선언의 정신에는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권이라는 고귀한 가치는 국가 이전에 존재하는 것이고, 어떤 국가도 인권선언을 벗어나 함부로 인권을 규정할 수 없다”며 “북한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인권이 열악한 국가로, 특히 우리는 동족의 문제를 앞장서서 이야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의 증언을 국회에 잘 전달하겠다”며 “여러분들께서 북한인권법안이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되도록 압력을 행사해 달라”고 부탁했다.

제성호 인권대사는 “지난 10년간 우리 정부는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남북관계의 특수성만을 지나치게 감안한 나머지 침묵을 지켜왔지만, 이명박 정부는 북한인권도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 문제의 일부’로 보고 대북정책에서 이를 함께 풀어가는 원칙을 견지해 왔다”며 “이것이 바로 균형잡힌 대북정책이라 생각하고, 이제는 NGO들을 중심으로 이를 인권의 문제가 아닌 반인도 국제범죄로 보고 제소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고 밝혔다.

제성호 대사는 “우리 정부가 무관심할 때 국제사회에서 북한인권에 관심을 보여왔고, 대표적인 인물이 오늘 참석하신 수잔 솔티 대표”라며 “저는 인권문제란 ‘거론할 때 개선되고, 침묵할 때 진전 없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듯, 북한인권을 위해 흘리는 NGO 여러분들의 땀방울은 열매가 돼 나타날 것”이라며 “정부는 이같은 활동들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잔악성을 폭로하고 있는 탈북자들. 남아있는 친지들에 대한 걱정으로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선포식에 이어 탈북자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행사를 진행한 이지혜 변호사(북한민주화운동본부)에 따르면 탈북자들의 36%, 즉 10만여명이 넘는 이들이 원치 않게 강제북송돼 고초를 겪었다고 한다. 이같은 사실은 북한민주화운동본부가 이날 발표한 북한 탈북자 실태 보고서에도 나타나 있다.

처음으로 증언에 나선 신혜숙 씨(이하 가명)는 “10년간 5번이나 강제 북송됐는데, 그때마다 보위부원들이 항문과 자궁에 손가락을 넣어 숨겨둔 돈을 찾는 등 말로 할 수 없는 고통을 당했다”며 “배가 고파서 소가 먹었다가 소화시키지 못한 옥수수를 소똥에서 주워먹기도 했고, 한 여성이 중국에서 임신해 왔다고 애를 낳자마자 죽여버리는 모습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기독교인들과 접촉했다는 이유로 잔악한 고문을 당한 사실도 연이어 폭로됐다. 이옥화 씨는 “중국 이모집에 들러서 교회에 들르게 됐고 한 달간 교육을 받았는데, 북한으로 돌아가 이웃에게 이를 이야기하다 보위부에 체포됐다”며 “하루에 열두 번도 더 고문을 당했지만 밥은 한 줌도 제대로 먹지 못한 날들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김혜숙 씨는 “13살 때 관리소(정치범수용소)에 들어갔는데, 종교를 가졌다고 목을 매달아 사형을 시키고 강냉이 30알을 훔쳤다고 하루종일 동네에서 이를 들고 서 있게 했다 다음날 총살시키는 경우도 봤다”며 “그곳에서는 시체를 하도 많이 봐서 놀라지도 않고, 병들어 죽은 아들을 삶아 살코기를 뜯어먹는 충격적인 모습도 봤다”고 전했다.

김광일 씨는 “중국에 가서 어떤 목사님을 만나 사진을 찍었는데 나중에 이 사실이 알려져 체포됐고 요덕수용소 혁명화구역으로 끌려갔다”며 “하루종일 농사를 짓도록 시키는데 밥은 전혀 먹지 못했고, 온 몸을 피가 통하지 않게 묶고 때리는 통에 (하지 않았지만) 간첩질을 했다고 자백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날 본격 시작된 북한자유주간 행사는 27일 납북·납치문제 컨퍼런스와 솔티 대표의 세종대 특강, 28일 서울역 광장 국민집회, 29일 탈북자 인권세미나와 국군포로·납북자 이름부르기 캠페인, 30일 북한인권법안 국제컨퍼런스와 중국대사관 앞 항의시위 등이 계속되며, 30일 오후 8시 신일교회(담임 이광선 목사)에서 열리는 북한자유주간 기도집회로 마무리된다. 1일 오후에는 임진각에서 대북전단과 라디오 보내기 행사가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