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이민생활을 선택하는 많은 부모들이 “자녀의 행복”을 그 이유로 꼽으며 또 “자녀의 성공”에서 자신의 희생을 보상을 받기도 한다. 자녀 교육의 성공에 관한 세미나가 이민사회에서 인기를 끌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최근 뉴라이프교회(장춘원 목사)에서는 심리학 박사이며 13년째 상담사역을 하고 있는 최선주 목사(종려나무교회)를 초청해 “불행한 자녀를 만드는 요소”에 관해 강의를 들었다.

최 목사는 “이 강의는 여러분들의 자녀를 위한 강의이면서 동시에 누군가의 자녀인 여러분을 위한 강의이기도 하다”며 “어떻게 하면 우리가 불행한지 알면 반대로 행복해지는 법도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자녀에게 너무 기대하지 마라

자녀들이 불행을 느끼는 첫번째 원인은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기대에 대한 부담감”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남과 비교하게 된다. 엄친아, 엄친딸 등의 말도 이런 맥락이다. 누구나 자신을 남과 비교해 그에 도달하지 못할 때 좌절감을 느낀다. 부모가 자녀 앞에서 부모 자신을 자랑하거나 남의 자녀를 자랑하는 일은 자녀를 불행하게 만들고 그런 좌절감의 거울로 자신을 보게 만든다. 무조건 열심히 하면 누구나 아이비리그에 간다는 말이나 그런 류의 비교는 자녀의 행복과는 무관할 뿐 아니라 오히려 불행하게 만든다. 부모가 말하지 않아도 자녀 스스로 그런 자격지심을 느끼는 법이다. 자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있는 그대로 보게 해 주는 것은 자녀의 행복을 바라는 부모가 꼭 명심해야 할 사항이다. 자녀가 어렸을 때 가장 신뢰하는 사람은 영웅이나 뛰어난 학자가 아니라 바로 Caretaker다. 집에서는 부모, 학교에서는 선생님, 교회에서는 교회학교 교사다. 이들의 평가가 자녀들에겐 자신을 보는 거울이 되기 때문에 Caretaker들은 “유리그릇 같은 아이들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운 사람이어야 한다.

최 목사는 “10대는 호르몬 때문에 무조건 화내고 반항한다”, “이 아이의 성격은 유전이다”라는 오해를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10대가 되면 세상 사는 것에 대한 철학적 고민이 생기고 자기 일로 너무 분주하니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그전처럼 친절하지 않은 것이지 무조건 모든 10대가 반항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유전적 요소로 인한 성격 형성은 10%도 안된다. 자녀의 성격은 대부분 가정과 학교 등 환경에서 형성된다. 자녀가 사춘기가 되어 성격적, 감정적 변화를 겪을 때 이런 감정을 함께 느끼고 보살펴 주는 것도 부모의 중요한 책임이다. 감정 표현을 못하게 하면 화병에 걸리거나 마약, 술, 담배, 도박 등으로 그 감정을 죽이려 할 수 밖에 없다. 감정 표현을 못하는 사람은 화만 안낼 뿐 아니라 사랑도 하지 못하게 된다.

자기 인생의 짐을 자녀에게 지우지 마라

또 부모의 인생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는 아이들은 불행하다. “네가 나의 보험이야. 네가 내 노후대책이야. 돈 벌면 이거 해 줘. 너 때문에 미국 왔다. 너 때문에 이혼 못 하고 산다.” 이런 문제를 겪는 자녀들을 상담해 보면 자녀들은 부모의 힘든 상황과 희생을 잘 알고 있어 오히려 부모를 변호한다. 단 한 명도 부모를 탓하거나 원망하는 자녀는 없었다고 한다. 자녀들은 부모가 주는 이런 압박을 힘들어 하면서도 오히려 계속 부모를 변호하다 보니 정신분열에 이른다. 자녀들은 “우리 부모님은 날 위해서 미국에 오셨고 한국의 좋은 직장을 버리고 여기서 힘든 직장에서 일하신다”고 변호하더라도 우리는 “부모가 널 위해서 일하긴 하지만 너 때문에 일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자녀들은 부모가 부담을 주지 않아도 책임을 느낀다.

자녀를 친구로 착각하지 마라

이민생활의 외로움을 털어 버리려 자기 삶의 어려움을 자녀에게 모두 말하는 것은 큰 실수다. 부부 간의 문제, 경제적 문제를 너무 솔직하게 자세히 다 말해 버리면 자녀들은 불안해서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 부모의 문제는 부모의 문제로 끝내야 한다. 부부 간의 사이가 안 좋을 시 그것을 자녀에게 말하는 이유는 상대방을 깎아 내리고 자녀를 자기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자녀들이 성장하면 자기 아버지를 적나라하게 비판하던 어머니를 존경하지 않거나 고통을 겪는 부모에게 짐을 주지 않기 위해 자기 홀로 모든 시행착오를 겪으며 인생의 결정을 내리게 된다.

지나친 간섭과 통제는 자녀의 행복을 빼앗는다

부모의 지나친 간섭과 통제를 받는 자녀는 결코 행복할 수 없다. 지나친 통제 속에서 산 자녀들은 입으로는 “자유하고 싶다”고 외치지만 스스로 무엇을 하는 습관이 없기에 혼자 아무런 일도 못하는 사람이 된다. 대학생이 되어 부모와 떨어지게 되면 부모의 통제가 미칠 수 없고 그런 자녀들은 그 자유를 감당하지조차 못한다.

부모는 부모처럼, 자녀는 자녀처럼 살아야 한다

이민가정은 많은 경우, 역할혼란을 겪는다. 자녀는 자녀처럼, 부모는 부모처럼 살아야 하는데 이민와서 살다 보니 부모가 자녀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 부모들이 영어가 되지 않아 자녀의 도움을 받곤 하지만 이런 도움도 정도껏 받아야 한다. 자녀는 영어를 부탁하는 부모상과 자신에게 명령하는 부모상 사이에서 부모에 대한 혼란을 일으킨다. 모든 면에서 인격적으로 자녀를 대우하며 “네 말이 맞아, 내가 이런 건 배워야겠구나”라고 하는 부모가 아니라면 자녀에게 무엇을 부탁하지 말고 스스로 해결하는 게 좋다. 자녀들은 부모가 강압적으로 명령하고 간섭하면서 또 정반대로 자신에게 각종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을 보면 혼란을 일으킨다.

세미나를 마치며 최 목사는 “가장 좋은 부모는 자녀를 평화롭게 해 주는 부모다”라며 “부모는 너무나 연약해 보살핌이 필요한 자녀를 하나님이 잠깐 맡겨둔 청지기”라며 “아이들이 장성해 홀로 설 수 있을 때까지 안전하게 보호해 주고 평화롭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