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숨가쁘게 달려온 것 같습니다. 제 비지니스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 일 때문에 말입니다."

미주 기아대책 사무총장으로서, 세종 장학재단 이사장으로서, 메릴랜드 한인회 이사장으로서 제3세계의 어린이들과 미주지역 한인의 미래라 할 수 있는 1.5세, 2세들, 메릴랜드지역 한인들을 섬기는 이세희 장로(벧엘교회).

지난 4월에는 기아대책기구가 건축중인 "낙랑인민 섬김 병원"의 건축현황을 보기 위해 북한에 다녀왔고 6월에는 연변대와 연변과기대에 장학금을 주기 위해 중국 연변을, 8월에는 미얀마를 방문해 구호성금을 전달했다. 9월에는 기아대책기구에서 미국 5개 도시를 순회하는 대형 자선모금 음악회를 개최했으며 11월에는 45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시상식을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고 한다.

한인 사회뿐 아니라 주류 사회에도 진출해 성공한 기업인으로서, 제3세계 아이들을 섬기고 미주 한인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봉사자로서의 그의 삶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군대 제대 후 도미, 유학생활을 거쳐 미 주류사회로 진출하다

"제가 대학을 다닐 때는 늘 데모가 끊이지 않는 어려운 시절이었습니다. 학보사 기자로 있으면서 잡혀가기도 했구요. 공부를 할 수도, 미래에 대해 그림을 그릴 수도 없는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었습니다."

결국 이 장로는 1학년(한국외대)을 마치고 군에 입대하게 되었다. 그러나 제대하고 돌아왔어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결국 미국에서 목회를 하고 계셨던 친척분의 조언으로 미국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다. 동네 초등학교 1년 후배이면서 간호사로서 미국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던 지금의 아내(이순혜 권사)와 결혼을 한 다음 Towson 주립대학에서 회계학을 공부했다.

1980년대에 운영했던 회계사 사무소와 부동산 회사는 날이 갈수록 번창했다. 지역에서 가장 큰 한인 부동산 회사로 커져 한 때는 직원만 30여명 이상을 둘 정도로 잘 되었다고 한다.

한인들이 꾸준히 유입되는 때에 한인으로서 주류사회에 다리를 놓는 이로서 섬기기도 했다. 90년에는 미 상,하원 자문위원 및 하버 뱅크 이사로서, 92년에는 카핀 주립대 동양인 최초의 이사로서 섬겼으며 93년에는 옥스퍼드 출판사에서 해마다 발간하는 Who's Who(명인록)에 등재되기도 했었다.

어려움을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다

정신 없이 달려가는 중 몸에 적신호가 켜지기 시작했다. 당뇨병 초기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 때는 몸무게가 170파운드까지 나갔었어요. 이전에 간호사였던 아내가 철저하게 다이어트를 시켜 몸무게가 120파운드까지 내려갔어요. 다이어트에는 성공했지만 너무나 달라진 외모에 이상한 소문도 났고 그 때문에 대인기피증까지 생길 정도였습니다. 대인기피증도 하나의 병과 같습니다."

어느 이발소에 갔더니 이발사가 하는 말이 "사람들이 말하기를 이 사장님이 위암에 걸렸다고도, 간암에 걸렸다고도 하는데 어디가 아픈겁니까?"라고 하더란다. 기가막혀 "아픈 데 없다"고 했지만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하니 사람들을 피하게 되었다. 그 전까지 주류사회에 진출해 활발한 활동을 했던 그가 대인기피증이 생길 정도였다.

그러던 그를 하나님께서 다시 끄집어 내셨다. 2002년 12월에는 벧엘교회 장로로 세워주셨고, 기아대책 사무총장으로 섬기게 해 주셨다. 활발히 기아대책 일을 하면 할 수록 일의 특성상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미주지역에 기아대책이 세워진 이후에 바로 쓰나미 사건이 터졌다. 한인사회의 엄청난 후원이 이어졌다.

반다 아체에서 두 천사를 만나다

쓰나미 후원금을 전달하기 위해 간 인도네시아 반다 아체. 인도네시아 정부마저 반군의 땅이라 버린 그 곳에는 이미 젊은 캐나다인 부부가 와 있었다. 살림도 없이 야전 침대 두 개만 자리잡은 천막이 그들의 신혼 보금자리였다. 아무도 오지 않고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 그 곳에 좋은 환경에서 편안함을 누렸을 젊은 부부가 와서 헌신하는 모습을 본 이 장로는 큰 충격을 받았다.

"당시 몸이 너무 좋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봉사를 하면서도 속으로 불평하면서 힘들어했었던 제가 그 두 천사들의 모습을 보고 회개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비지니스를 통해 얻은 물질과 활발한 사회활동을 통해 얻은 사회적 지위, 미 최고의 명문대생으로 장성한 두 아들, 행복한 가정을 꾸려 온 현모양처인 아내 이권사. 한인 이민자로서 얻을 수 있고 가질 수 있는 것을 다 가졌던 던 그에게 하나님께서는 그 모든 것이 부질없다는 것을 깨닫게 하셨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 다른 이들에게 내가 더 많이 갖고 있는 것을 나누는 일이 더욱 소중하고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셨다.

이 장로는 만 6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때 받은 그 감동으로 한결같이 기아대책에서 아이들을 구제하고 섬기는 사역을 하게 되었다. 세종 장학재단의 회장으로, 한인회에서 이사장으로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한인들을 섬기는 일도 하게 되었다. 이렇게 지역사회를 위해 열심히 헌신하는 그에게 지난 5월 미 주류사회에서는 아메리칸 석세스 어워드(American Success Award)를 수여하기도 했다.

나는 하나님 일하고 하나님은 내 일 하시고

지난 6년간 비지니스는 거의 손을 놓다시피 했지만 오히려 하나님께서는 그 이전보다 더 많은 축복을 주셨다. 물론 내외적으로 도움을 주는 아내 이순혜 권사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지만 말이다.

"언젠가 어느 목사님께서 내가 하나님의 일을 하면 하나님이 내 일을 하신다고 하신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 때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았었는데, 이렇게 제가 몸소 체험하게 되었네요."

인도네시아 반다 아체에서 미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Q.T.를 할 때 마태복음 6장 33절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가 눈에 들어왔다. 이 말씀이 마음 깊이 다가왔다. 지난 6년간 이 말씀을 마음에 품고 정말 모든 것을 맡기고 하나님의 일을 하니 모든 것을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것을 체험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하나님 일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는 삶 살고파

내년에는 기아대책 활동을 통해 약 2,000여명 정도의 아이들을 후원하고 세종 장학재단을 통해서는 60여명 정도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줄 예정이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나님께서 주실 지 모르겠지만 봉사하며 남을 돕고 살겠다는 원칙은 변치 않을 것이다.

"예전에 몸이 아플 때 들었던 생각이 '사람이 죽는 건 한 순간 이로구나.'였습니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이나 부자나 많이 배운 사람이나 못 배운 사람이나 다 사람 사는 것은 별반 차이가 나지 않더라구요. 다만 우리의 인생이 하나님의 귀한 일을 위해 쓰임을 받느냐 안 받느냐에 차이가 나는 것이죠.

기아대책 사무총장을 맡고 나서부터 시작한 제2의 인생, 하나님께서 주신 새로운 사명적 인생을 살아가면서 먼저는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는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취재를 마치며

비지니스로 커리어를 쌓아왔고 명실공히 성공한 기업인으로 인정받는 이세희 장로에게 지금의 불경기를 어떻게 하면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를 물었다.

뭔가 특별한 답을 줄 것 같았는데, 대답은 '신앙으로 헤쳐가자'라는 원론적 대답.

"제가 경험한 바로는 이 경제 침체의 터널은 언젠가 끝이 나게 되어 있습니다. 다만 그 동안 터널이 언제 올 것인가에 대해 사람들이 불안해 했던 것이죠. 그러나 이럴 때 일 수록 위축되지 말고 더욱 하나님을 바라보고 신앙으로 뚫어가야 할 것입니다."

불경기라 사업은 슬로우해지고 어떤 이는 일손을 놓고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 장로는 그 동안 일 때문에 소홀했던 것들, 예를 들어 부부간의 관계, 자녀와의 관계, 지인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자신의 인생을 한 박자 쉬면서 돌아볼 때가 이 때라고 한다.

"자연 재해나 전쟁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3세계의 사람들을 보면 우리가 당하는 어려움은 비교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얼마나 우리가 미국에서 많은 축복을 받았었는지 생각하고 오히려 감사하며 슬기롭게 이 때를 전환의 기회로 삼길 바랍니다."

이세희 장로 프로필

인천중, 제물포고교 졸업
한국 외국어대학 재학 중 도미
Towson University 졸업(1979년)
볼티모어지역 총학생회 회장(1978년)
미 국회 자문위원(1990년)
Harbor Bank 이사(1992년)
Coppin 주립대학교 이사(1992년)
Oxford의 'Who's Who'(명인록)에 등재(1993년)
American Success Award 상 수상(2008년)
미주기아대책 사무총장(현)
미주세종장학재단 회장(현)
메릴랜드 한인회 이사장(현)
벧엘교회 장로(현)
와싱턴지구 외대 동문회장(현)
저서:미국, 성공의 벽을 뚫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