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 어느 목사님의 은퇴예배에 참석했습니다. 목사님의 사역을 축하하는 말들이 오갔고, 목사님의 답사도 이어졌습니다. 축하와 감사가 있었지만 모든 사람들 마음 속에는 아쉬움이 흘렀습니다. 목사님을 통해서도 비슷한 감정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그런 마음을 갖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생애를 다시 선교지(페루)에서 복음의 열정을 불태우시겠다는 목사님의 모습이 얼마나 대단하고 아름다웠는지 모릅니다. 은퇴는 하나님 나라의 심판을 비쳐주는 예비심판처럼 보여졌습니다. 얼마 후에 저 자리에 서 있을 내 모습은 어떨까 잠시 생각했습니다. 그 중에서 특별히 몇 가지를 정리해 봤습니다.

첫째로 열정을 생각했습니다. 열매는 상황에 따라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열정은 내가 책임져야 합니다. 열정 없는 인생은 허무합니다. 열정이 없으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습니다. 무엇이든 억지로 하는 것은 불행한 일입니다. 열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나님을 알아갈수록 하나님께서 얼마나 열정이 많으셨던 분이신지 느낍니다.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 그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이 땅에 보내시는 것이 얼마나 큰 열정입니까?

두 번째는 영혼에 대한 사랑입니다. 아직도 마음으로 뜨겁게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물론 미워하지도 않습니다. 싫은 내색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느 지점에선가 멈춰 서 있습니다. 더 다가가지 못합니다. 물론 더 물러서지도 않습니다. 종교적인 삶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이런 자기 관리에 익숙합니다. 바리새인의 모습입니다. 종교적으로는 매우 그럴듯하게 서 있지만 그 안에는 사랑이 빠진 화석화된 믿음뿐입니다. 사랑 없는 종교적 행위가 얼마나 위험한 것일까요? 지금은 감출 수 있는 것 같지만 하나님의 예비심판(은퇴) 때 나 자신의 모습이 더 적나라하게 드러나지 않을까요? 더 사랑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세 번째는 방향입니다. 방향은 정말 중요합니다. 은퇴할 때가 되어 뒤돌아 보니 잘못 왔다고 느껴지면 그거야 말로 정말 낭패가 아니겠습니가? 어느 편에 설 건가? 어느 길로 갈 것인가? 어떤 자세로 주를 섬길 것인가?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것 같은데, 갈수록 그 길이 복잡하고 어려운 여러 갈래 길처럼 보입니다.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가고 보니 자신의 이기심과 아집, 자기 편의주의적인 생각으로 살아 왔다면 얼마나 후회스러울까요?? 이런 일들은 어느 정도의 불편을 통해 옵니다. 그 날이 되었을 때 승리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 불편을 즐겨보지 않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