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경에는 장엄한 창조의 이야기부터 새 하늘과 새 땅의 약속까지 수많은 말씀이 담겨 있다. 그런데 성경에서 가장 짧은 장은 놀랍게도 단 두 절뿐이다. 바로 시편 117편이다.
“너희 모든 나라들아 여호와를 찬양하며 너희 모든 백성들아 그를 찬송할지어다 우리에게 향하신 여호와의 인자하심이 크시고 여호와의 진실하심이 영원함이로다 할렐루야”(시 117:1-2)
두 절밖에 되지 않지만 그 안에는 찬양의 대상, 찬양하는 사람, 찬양의 이유, 그리고 찬양의 결론까지 모두 들어 있다. 작은 그릇 속에 거대한 바다가 담겨 있는 것 같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시편 117편이 우리가 사용하는 성경 66권, 총 1,189장 가운데 정확히 595번째 장이라는 점이다. 앞에도 594장이 있고 뒤에도 594장이 있다. 곧 장의 수를 기준으로 하면 정확히 가운데 장이다. 1,189장의 한가운데 위치한 가장 짧은 장이 “여호와를 찬양하라”고 외치고 있다는 사실은 묵상할수록 아름답고 의미심장하다. 마치 성경 전체의 중심에서 한 가지 음성이 크게 울리는 것 같다.
여호와를 찬양하라. 가장 짧지만 가장 넓은 시편
시편 117편의 놀라움은 길이와 범위가 정반대라는 데 있다. 성경에서 가장 짧은 장이지만 그 초청 대상은 가장 넓다. “너희 모든 나라들아.” 그리고 다시 말한다. “너희 모든 백성들아.” 이스라엘만 찬양하라고 하지 않는다. 모든 나라, 모든 민족, 모든 백성을 예배로 초대한다. 시인은 사실상 온 인류를 향하여 외치고 있다.
이 때문에 바울은 로마서 15장 11절에서 시편 117편 1절을 그대로 인용한다.
“또 모든 열방들아 주를 찬양하며 모든 백성들아 그를 찬송하라.”
바울은 이 말씀을 이방인들도 하나님의 구원에 참여하여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을 찬양하게 되는 복음의 성취와 연결한다. 그러므로 시편 117편은 짧은 찬송시인 동시에 세계 선교의 시편이다. 구약의 한복판에서 이미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을 넘어 모든 민족의 찬양을 바라보고 계셨다. 그리고 그 비전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통하여 온 세상으로 확장된다.
“찬양하라”와 “찬송하라”는 같은 말인가?
우리말로 보면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히브리어 원문에서는 서로 다른 두 동사가 사용된다. 찬양하라는 할랄이다. “칭찬하다, 높이다, 자랑하다”라는 뜻을 가진다. 여기에서 우리가 익숙한 할렐루야가 나왔다. “야훼를 찬양하라”는 뜻이다.
반면, 찬송하라는 샤바흐이다. “칭송하다, 찬사를 보내다, 크게 높이다”라는 의미를 가진다. 두 단어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나눌 필요는 없다. 히브리 시의 특징인 평행법에 따라 비슷한 의미를 반복하며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조점은 조금 다르게 느낄 수 있다.
할랄은 하나님을 높이고 자랑하는 찬양이고, 샤바흐는 그 위대하심을 힘 있게 칭송하고 선포하는 찬송이다. 넓은 의미에서 찬양은 하나님을 높이는 모든 행위를 포괄한다. 찬송은 그 찬양을 노래와 입술의 고백으로 구체화하는 중요한 방식이다. 그러므로 찬양을 큰 우산이라고 한다면 찬송은 그 안에 들어 있는 한 표현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왜 하나님을 찬양해야 하는가
성경은 이유 없이 찬양하라고 명령하지 않는다. 2절에서 그 이유를 분명히 밝힌다. “우리에게 향하신 여호와의 인자하심이 크시고 여호와의 진실하심이 영원함이로다.”
두 단어가 핵심이다. 첫째는 헤세드, 곧 인자하심이다. 헤세드는 언약을 끝까지 지키시는 하나님의 신실한 사랑, 변하지 않는 자비, 포기하지 않는 사랑을 의미한다.
둘째는 에메트, 곧 진실하심이다. 진실, 신실함, 확고함을 뜻한다. 사람의 마음은 변하지만 하나님은 변하지 않으신다. 사람의 약속은 흔들리지만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히 서 있다.
하나님의 헤세드는 크고, 하나님의 에메트는 영원하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웃을 일이 많아도 찬양하고, 눈물이 있어도 찬양한다. 형편은 변해도 하나님은 변하지 않으시기 때문이다.
요한계시록 7장 9-10절에는 “각 나라와 족속과 백성과 방언에서” 나온 셀 수 없는 큰 무리가 보좌와 어린양 앞에 서서 구원을 찬양하는 장면이 나온다. 시편 117편의 초청이 마침내 성취되는 것이다.
“모든 나라들아 찬양하라”는 부름이, “모든 나라가 찬양하는” 광경으로 완성된다.
그러므로 시편 117편은 단순히 성경에서 가장 짧은 장이 아니다. 그것은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님의 뜻을 압축해 보여 준다. 모든 민족이 하나님을 알고, 모든 백성이 하나님의 구원을 맛보며, 모든 입술이 여호와를 찬양하는 것.
성경 1,189장의 한가운데에서 가장 짧은 장이 우리에게 외친다.
할랄 — 하나님을 높이라.
샤바흐 — 그분의 위대하심을 선포하라.
그리고 마지막 한마디로 모든 것을 마친다. “할렐루야.”
인생의 마지막 말도 이와 같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한평생 하나님의 헤세드와 에메트를 경험하고 마지막에 이렇게 고백하는 것이다. “할렐루야! 여호와를 찬양하라.”
성경에서 가장 짧은 장이지만, 어쩌면 우리의 평생을 걸고 배워야 할 가장 긴 교훈이 바로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