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집권 이후 여학생의 중등교육과 여성의 대학 진학이 금지된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녀와 젊은 여성들이 온라인 수업과 사설 강좌, 소규모 스터디 등을 통해 배움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리스천 데일리 인터내셔널(Christian Daily International)이 8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세계 문해의 날’을 맞아 공개된 조사에서 아프간 소녀들은 정규 학교에 갈 수 없는 상황에서도 가능한 방법을 찾아 학습을 지속하고 있었다.

독일에 기반을 둔 아나르 아카데미(Anar Academy)가 아프가니스탄 30개 주에서 2,6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학생들은 어학 강좌와 재봉·기술교육, 온라인 수업, 친구들과 만든 소규모 학습모임 등에 참여하고 있었다. 자신의 기기가 없는 경우 휴대전화를 빌려 수업을 듣는 사례도 있었다.

조사 결과는 아나르 아카데미 대표 베나지르 포야(Benazir Poya)가 국제인권협회(ISHR) 주최 온라인 행사에서 발표했다. 행사에는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와 유니세프(UNICEF) 관계자들을 비롯해 불안정한 인터넷 환경 속에서 아프가니스탄 현지 학생들도 참여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현재 6학년 이상 여학생의 등교와 여성의 대학 진학이 금지돼 있다. 탈레반은 미군 철수가 완료된 2021년 8월 정권을 장악한 뒤 여학생들의 중등학교 복귀를 막았고, 이듬해 12월에는 여성의 대학 진학도 금지했다.

당시 탈레반 교육부 장관 니다 무함마드 나딤(Nida Mohammad Nadim)은 여성들의 복장 규정 위반과 일부 전공이 아프간 전통에 맞지 않는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이후 교육 재개는 이뤄지지 않았다.

학교 문이 닫히자 소녀들은 사설 강좌와 휴대전화 등을 활용해 공부를 이어갔다. 조사에 참여한 상당수는 휴대전화나 노트북을 가지고 있었지만 안정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학생은 훨씬 적었다.

포야 대표는 온라인 학습이 교사와 접촉하고 정해진 과목을 공부하며 다른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해주지만, 정규교육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수업을 들어도 공식 졸업장을 받을 수 없고 대학 진학으로 이어지는 길도 막혀 있기 때문이다. 집 안에서조차 조용히 공부할 장소를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았으며, 학생들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좁아진 사회적 관계, 지속적인 심리적 압박을 호소했다.

포야 대표는 비공식 학습이 “희망을 지킬 수는 있지만” 교육받을 권리 자체를 되돌려주는 것은 아니라며, 소녀들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공부를 계속한다는 사실을 현재 상황이 견딜 만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회복력은 교육이 충분하다는 증거가 아니라 주체성의 증거”라며 여성 중등학교와 대학의 무조건적인 재개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국 연구원 페레슈타 아바시(Fereshta Abbasi)도 탈레반의 여성 교육 제한이 보다 광범위한 여성 권리 박탈의 일부라고 지적했다. 아바시는 아프가니스탄이 아동권리협약과 여성차별철폐협약 가입국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사실상의 통치 세력인 탈레반 역시 이 같은 국제적 의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밝혔다.

휴먼라이츠워치는 2023년 보고서에서 아프간 여성과 소녀들을 대상으로 한 일련의 조치를 ‘성별에 근거한 박해’에 해당하는 반인도적 범죄로 규정한 바 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도 지난해 성별 박해 혐의로 탈레반 지도자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아바시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지는 일은 아프가니스탄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라며 한 국가에서 여성의 권리가 후퇴하는 상황을 방치할 경우 전 세계 여성의 권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교육 기회의 박탈은 아프가니스탄의 전반적인 학습 위기와도 맞물려 있다. 유니세프 교육 담당 선임 자문위원 도모코 시부야(Tomoko Shibuya)는 2024년 기준 아프가니스탄의 7~18세 여아 가운데 380만 명이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260만 명 이상이 청소년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해 실시된 평가에서는 아프간 아동의 93%가 초등교육을 마칠 시점에도 나이에 맞는 간단한 문장을 읽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부야는 아프가니스탄이 “인권 위기와 학습 위기를 동시에”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소녀들이 자신의 교육에 따르는 위험과 책임을 홀로 떠맡아서는 안 된다”며 지역사회 기반 학습공간과 유아·초등교육에 대한 투자, 인터넷 환경이 열악한 지역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학습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교육협력기구(Global Partnership for Education)의 마르코 만토바넬리(Marco Mantovanelli)는 교육 분야에 투입되는 인도적 지원이 전체의 2~4%에 불과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기구는 탈레반 행정부가 아닌 현지 협력기관을 통해 지역사회 기반 교육과 보충수업을 지원하고 있다.

포야 대표는 아프간 소녀들이 ‘잃어버린 세대’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이들의 배움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레반의 교육 제한 이전 석사 학위를 마친 뒤 현재 독일에서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그는 자신이 교육받을 수 있었던 경험을 이제 교육 기회를 박탈당한 소녀들에 대한 책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의 학생들이 “아무도 우리 편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갖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