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중국 영토 내에서 탈북 시도자 및 체제 이탈 우려 인물들을 대상으로 납치, 살해, 비밀감옥 구금 등의 초국가적 인권탄압(TNR)을 자행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표적에는 IT 기밀을 다루던 해커와 대북 선교 활동을 벌인 기독교 인사 등이 포함된다. 9월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해외 파견 인원의 망명이나 이탈 조짐이 포착될 경우 가짜 핑계로 베이징으로 유인한 뒤 주중대사관 내 비밀감옥에 구금해 왔다.  

복수의 진술인과 매체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 차오양구에 위치한 주중 북한대사관(대사 리룡남) 영사부 건물 지하에 대규모 감금 시설이 존재한다. 2017년 숙소 신축 보도 및 2024년 MBN의 보도 등을 통해 북한이 송환 대상 외교관과 이탈자들을 구금하기 위해 해당 시설을 조성·운영해 온 정황이 포착된 바 있다. 

여권과 휴대전화가 압수된 채 이곳으로 압송된 인물들은 영사부 지하 감옥에 갇혀 북한 형사절차상 예심 성격의 강도 높은 초기 취조를 받으며, 평양 상부의 지시에 따라 전신 깁스 등으로 저항 불능 상태를 만들어 고려항공편으로 강제 북송된다. 

1988년 11월 11일 평양에서 태어난 30대 초반의 북한 해커 배용주의 사례가 있다. 그는 김일성종합대학 학생으로 위장해 평양과학기술대학(PUST)에서 영어를 익힌 뒤 중국으로 파견됐다. 그는 중국에서 암호화폐를 탈취하고 한국 정부기관과 중국 군사기관을 해킹하는 임무를 맡았으나, 이후 한국으로의 망명을 결심했다. 

배용주는 2023년 중국 내몽골에서 국경을 넘어 몽골로 탈출하려다 중국 경찰에 체포됐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북한의 즉각적인 신병 인계 요구에도 불구하고 내몽골 후흐허트에서 6개월간 가혹하게 취조하며 북한 해커 조직의 실태를 파악했다. 이후 선양의 북한 총영사관을 거쳐 베이징 북한대사관 영사부 건물 지하의 비밀감옥으로 옮겨져 약 1년간 추가 구금과 고통스러운 조사를 받았다. 

그해 8월, 코로나 팬데믹 이후 3년 7개월 만에 평양-베이징 항공 노선이 재개된 시점에 맞춰 북한은 이송 작전을 감행했다. 공항 이용객의 눈을 속이기 위해 배용주를 전신 깁스 상태로 휠체어에 태워 환자로 위장시킨 뒤, 베이징발 평양행 고려항공편으로 강제로 북송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북송된 배용주는 결국 북한에서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 정권은 체제 위협 요소인 기독교 선교 활동을 차단하기 위해 중국 국경 일대에서 성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테러와 납치를 서슴지 않았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2011년 8월,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에서 대북 선교 활동을 하던 한국인 김창환 목사가 북한 공작원들에게 살해됐다. 그는 과거 김정일 정권을 비판하는 문건을 북한으로 들여보낸 전력이 있었다. 사건 몇 달 전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우리 인민은 우리의 존엄과 체제를 건드리는 자들에 대해서는 단호히 징벌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으며, 공작원들은 실제 북한의 독극물인 '브롬화네오스티그민'을 사용해 치밀하게 목숨을 빼앗았다. 

2016년 4월, 중국 지린성 창바이조선족자치현 장백교회의 한충렬 담임목사가 북한 요원들에 의해 살해된 채 야산에서 발견됐다. 중국 국적인 조선족 목회자가 영토 내에서 참혹하게 살해당했음에도 중국 당국은 수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고, 이 사건 이후 북·중 국경의 대북 선교 활동은 급격히 위축됐다. 

1995년 3월, 한국인 안승운 목사가 중국 지린성 등지에서 북한 공작원에 의해 강제로 납치되어 평양으로 끌려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주범인 북한 요원 이경춘은 중국 법원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는 데 그친 뒤 만기 출소하여 북한으로 추방되었으나, 안승운 목사는 지금까지도 송환되지 못했다. 또한 2014년 북한 감옥에 수감되었던 조선족 장문석 집사는 무려 만 11년이 지난 2025년 11월에야 겨우 중국으로 귀환할 수 있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관계자는 "특히 중국 당국이 북한의 초국가적 인권탄압(TNR)과 비밀감옥 운영을 알면서도 묵인해 온 것은 국제법과 사법주권을 스스로 저버린 행태"라며 "국제사회는 중국이 북한의 불법 구금과 인권유린 방치를 즉각 중단하도록 엄중히 압박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