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새벽에 집을 나서면 여름이 조금씩 물러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침마다 어제보다 조금 더 일찍 밝아오는 듯했습니다.
길어진 햇살을 보며 '이제 시애틀의 좋은 계절이 오는구나' 기대했는데, 어느새 8월도 끝을 향하고 있습니다.
해는 조금씩 짧아지고 새벽 공기에는 서늘함이 묻어 있습니다. 초여름에는 아직 오지 않은 여름을 기다리며 설레었는데, 지금은 지나가는 여름을 바라보며 아쉬워합니다.
며칠 전 새벽, 서늘해진 바람을 맞으며 우리의 신앙도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구약의 성도들은 아직 오시지 않은 그리스도를 기다렸습니다.
우리는 이미 오셔서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기억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우리의 신앙 역시 기다림의 신앙입니다. 우리는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립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의 삶은 기억과 소망 사이에 서 있는 삶입니다. 뒤를 돌아보면 이미 이루신 은혜가 있고, 앞을 바라보면 아직 이루어질 영광이 있습니다.
시애틀의 여름이 지나가는 것은 아쉽지만 우리는 다시 여름이 올 것을 압니다.
비가 길어지고 하늘이 흐려져도 한 번 그 찬란한 여름을 맛보았기에 다시 돌아올 계절을 기다립니다. 그리스도인의 소망도 그렇습니다.
저 역시 어느덧 인생의 중년을 지나며 앞만 바라보던 때와 달리 지나온 날들을 자주 돌아보게 됩니다.
해가 조금씩 짧아지는 것을 보며 우리의 인생도 이와 같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믿음은 짧아지는 햇살만 바라보지 않습니다.
우리의 몸은 쇠하지만 주님께서 다시 오시는 날 우리는 썩지 아니할 부활의 몸을 입고 주님 앞에 설 것입니다.
그러므로 세월이 흐른다는 것은 소망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기다리는 그날이 더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짧아지는 여름의 새벽 바람을 맞으며 그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한 번 맛본 여름을 기억하기에 다시 올 여름을 기다리듯, 한 번 우리 가운데 오신 주님을 알기에 우리는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립니다.
해가 짧아져도 우리의 소망까지 짧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기다리는 영원한 아침은 오히려 더욱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아멘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계 2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