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내게는 설교하기 무척 부담스러운 교회가 하나 있다. 어떤 교회에서도 설교에 부담을 갖지 않지만, 그 교회에서 설교하려고 하면 꽤 부담이 된다. 바로 내 모교회인 ‘대구 범어교회’ 얘기다.
범어교회에서 설교할 때면 나는 늘 긴장하게 된다. 국어 교사이신 아버지가 그 자리에 앉아계시기 때문이다. 설교를 마치고 나면 항상 종이쪽지에 적어놓은 걸 보시면서 “고쳐야 할 주의 사항”을 말씀하셨다.
[2] 여태껏 아버지로부터 “설교 좋았다”라는 칭찬의 말씀을 들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언제나 “얘야, 이런 이런 점은 국어학적으로 맞지 않는다. 다음엔 고치거라!”라고 하셨다. 당시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서 대꾸도 하고 변명도 했었는데, 지내놓고 보니 다 맞는 말씀이었다.
한 번은 범어교회에서 설교를 마친 후 아버지 댁으로 갔다.
그날 또 듣기 싫은 잔소리를 들었다.
[3] 내 설교 속에 “~던 것입니다”란 표현이 서너 개 있었나 보다. 그걸 “~입니다”로 바꿔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다른 하나는 “공동운명체”라는 단어를 몇 차례 사용했는데, 그걸 “운명공동체”로 수정하라는 조언이었다. 아무런 칭찬도 없이 단점만 지적하시는 아버지가 좀 얄밉기도 했지만, 집으로 가는 중에 생각해 보니 다 맞는 말씀이었다. 이후에 제자 설교자들의 설교 속에 “~던 것입니다”라는 표현이 참 많이 나오는 걸 보았다.
[4] 그럴 땐 어김없이 수정하라고 지적한다.
어젯밤 범어교회 금요철야예배에서 아주 오랜만에 설교했다. 그런데 처음으로 부담이 되질 않아서 너무 좋았다. 이유는 늘 부담 주시던 아버지가 그 자리에 안 계셨기 때문이다.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 수년 전에 천국으로 이사하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설교하긴 했지만, 그래도 부모님 두 분이 계시지 않은 섭섭함 또한 컸다.
[5] 내가 아내와 대학부를 다닐 때만 해도 범어교회는 대구의 중급 사이즈의 교회였다. 이후 장영일 목사님이 부임하시고 나서 십수 년 동안 모교회는 대구의 ‘빅3 교회’로 부흥하고 성장했다. 장 목사님 은퇴 후에는 신실하게 준비된 이지훈 목사님이 부임해서 안정되게 목회를 잘하고 있다. 교회의 리더십 교체 이후에 문제가 생기는 교회들이 적지 않은데, 범어교회는 그런 점에서 참 복된 교회라 생각한다.
[6] 범어교회도 어느덧 1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교회로 우뚝 섰다. 금번에 ‘교회설립 120주년을 기념해서 ’범어교회 출신 목회자’를 매달 한 명씩 초청해서 금요철야예배 시에 설교를 듣고 있다. 범어교회도 지금까지 많은 목회자를 배출했다. 늘 모교회에서 은혜받던 추억이 남아 있는데, 이처럼 초청해서 말씀을 전하게 하니 출신 목회자의 한 사람으로서 반갑고 고마운 마음 금할 수 없다.
[7] 그러잖아도 한 달 전에 기억이 잘 나지 않는 한 사람이 전화를 해서 범어교회 대학부 후배인데 설교하러 오신다고 하니 그날 저녁 식사를 같이 하면 좋겠다고 했다. 당시는 기억나지 않던 후배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오늘 기차를 타고 동대구역에 도착했는데, 그 후배 동기 세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의 차를 타고 인터불고 호텔에 가서 식사를 하면서 한 시간 반 정도 옛날 추억을 더듬으면서 이야기 꽃을 피우게 되었다.
[8] 셋 다 얼굴과 이름이 또렷이 기억나서 너무도 반가웠다. 그중 한 명은 대학부 시절, 구미금오산 정상에 등반을 가서 찍은 사진 두 장을 갖고 와서 보여주었다. 그동안 완전히 잊어버린 옛 추억을 30년 만에 떠올리게 했다. 그때는 모두 처녀 총각이었는데, 어느새 60이 넘은 나이가 되고 말았다.
식사 후 교회로 가서 담임 목사님과 처음으로 길게 대화하며 교제하는 시간을 가졌다.
[9] 교인들로부터 절대적으로 사랑과 인정을 받는 모습이 참 좋았다. 나를 아끼고 사랑해 주시던 부모님 또래의 어르신들은 대부분이 다 본향으로 떠나셨고, 새로운 인물들이 대부분이었다. 예배 후에 내 이종사촌인 남자 동기와 여자 동기 한 사람과 반갑게 만났다. 범어교회에서 열심히 봉사하고 있는 두 처남댁이 오랜만에 방문했으니 얘기 나누고 교제하다가 하룻밤 자고 가라고 해서 지금 숙소에 들어와서 글을 쓴다.
[10] 내일 점심 때는 아내의 남자와 여자 동기들과의 식사 모임이 예정되어 있다. 대학부 내 2년 후배들이다. 고향을 떠나 살고 있으니 고향 생각에다 모교회와 친구들과 지인들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오늘 짧은 만남들이었지만, 그동안 밀려 있던 큰 과제 하나를 속 시원히 푼 느낌을 갖게 되어 너무 기쁘다. 만남과 추억과 대화와 교제는 사람만이 가지는 행복한 특권임을 절감한다. 그것도 천국 백성들과의 부대낌은 더없이 기쁜 행복이어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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