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욱 교수(아신대학교)
(Photo : ) 신성욱 교수(아신대학교)

[1] 내일은 공휴일이자 결혼기념일 하루 전날이다. 결혼기념일인 화요일엔 수업하러 학교에 가야 해서 내일 아내랑 뭔가를 하긴 해야 할 거 같다. 하지만 뭘 해야 할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 둘째 딸이 “내일 뭐 할 거야?”라고 연신 묻는다. 저도 휴일이니 부모님 뜻깊은 날에 함께하면 좋으련만, 친구와 약속이 있단다.
설교문을 작성하면서 심심풀이로 ‘생활의 달인’을 시청하고 있다.

[2] 내가 좋아하는 ‘호떡의 달인’도 소개하고 ‘칼국수의 달인’도 소개하는데, 군침이 절로 돈다. 아쉽게도 밀가루 음식은 삼가야 하니 그림의 떡이다. 여름이 되면 내가 좋아하는 수박과 옥수수가 제 철이다. 하지만 당 때문에 절대 금지 과일이라 너무 속상하다.
‘생활의 달인’에서 ‘김밥의 달인’을 소개하고 있다. 전국 6대 김밥이란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여주에 있는 ‘나루터 김밥’이었다. 우리 집에서 딱 40분 거리였다.

[3] 내일 아내랑 방문해야 할 장소가 정해졌다. 메뉴를 보니 ‘매운 우엉 김밥’이 제일 유명했다. 얼마나 맛있기에 전국 6대 김밥으로 선정되었는지, 그 비법을 지켜보다가 많이 놀랐다. 별것 아닌 김밥 하나 만드는데 들어가는 정성과 수고가 상상을 초월했다. 역시 그냥 명성을 얻는 것이 아님을 절감했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단 말이다.
숱한 실패와 절망을 경험한 후 얻어지는 결과이다.

[4] 김밥 한 줄에 5,500원으로 다른 가게 김밥에 비해 가격이 꽤 비싸긴 해도 주인아주머니가 노력하고 애쓴 수고에 비하면 결코 비싸다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양질의 설교 한 편 만드느라 며칠째 묵상하고 고심하고 숙고하면서 머리를 짜고 또 짜고 있다. 설교 본문이 정해지면 여러 차례 읽고 묵상하면서 전후 문맥과 배경, 원어의 의미 등을 파헤치고, 의문 가는 내용이 있으면 반드시 질문을 던진다.

[5] 적어도 이삼일 정도 본문에 푹 빠져서 골똘하게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저자가 의도한 핵심 메시지를 정확하고 완전하게 파악하고 나면 설교 작성을 위한 준비 작업이 끝이 난다.
물론 그것으로 설교문 작성이 매듭지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때부터 원고 작성을 위한 고된 사고와 작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하나의 핵심 메시지로 끝까지 드라마틱하게 전개되는 프레임을 구상해야 한다.

[6] 설교의 프레임이 정해지면 그 흐름 하나하나를 메우는 콘텐츠와 이해를 쉽게 하거나 큰 감동을 주는 현실의 예화와 인용문 활용이 필수적이다.
최고의 음식으로 소문나기까지 힘든 과정이 필요하듯 최고의 설교로 알려지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 수반된다.
그러고 보면 사람들은 결과만 쉽게 소비한다.

[7] 맛집에 가서는 “맛있다” 한마디 하고 지나가지만, 그 한 줄의 김밥 뒤에 얼마나 많은 새벽과 실패와 눈물이 숨어있는지는 잘 보지 못한다. 설교도 마찬가지다. 성도들은 한 시간 남짓 설교를 듣지만, 그 짧은 시간 속에는 말씀과 씨름하며 보낸 며칠의 고독과 고민이 담겨 있다. 한 문장을 위해 수십 번 표현을 바꾸고, 하나의 핵심 메시지를 붙들기 위해 밤늦도록 성경을 붙들고 씨름한다.

[8] 그러나 바로 그 과정이 설교를 설교 되게 만든다. 값싼 설교는 순간적인 감탄은 줄 수 있어도 영혼을 흔들지는 못한다. 깊은 묵상 없이 만들어진 메시지는 귀를 스칠 뿐 가슴에 박히지 않는다. 반면 말씀 앞에서 오래 울고 오래 고민한 설교는 사람의 심령 깊은 곳을 찌른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대충 빚어진 메시지보다, 말씀 앞에서 깨어진 설교자를 통해 역사하시기를 즐겨하시기 때문이다.

[9] 생각해 보면 하나님께서도 사람을 그렇게 빚으신다. 위대한 믿음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브라함도 수많은 실패 끝에 믿음의 사람이 되었고, 다윗도 광야의 긴 시간을 지나 왕이 되었다. 요셉도 감옥이라는 연단 없이 애굽의 총리가 될 수 없었다. 하나님은 반드시 기다림과 연단이라는 과정을 통과하게 하신다. 왜냐하면 깊이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너무 쉽게 결과만 원한다.

[10] ‘빠른 성공’, ‘빠른 열매’, ‘빠른 인정’에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오래 사랑받는 음식에 깊은 손맛이 숨어있듯이, 오래 기억되는 설교에도 깊은 묵상과 눈물이 배어 있다. 결국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은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진심 어린 수고와 진실한 깊이이다.
김밥 한 줄에 담긴 정성을 알아보는 사람은 그 가격이 결코 비싸다고 느끼지 않는다. 설교 한 편에 담긴 묵상과 기도와 고뇌의 무게를 아는 성도 역시 마찬가지다.

[11] 진짜 달인은 한 번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나루터 김밥 주인아주머니가 수없이 많은 김밥을 말고 또 말면서 재료 하나하나의 비율을 조정하고, 실패를 거울삼아 조금씩 완성도를 높여온 것처럼, 설교자 역시 수년, 수십 년의 반복과 실패와 수정의 과정을 통해 비로소 청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게 된다. 생활의 달인이 되는 비결과 설교의 달인이 되는 비결에 차이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