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성경이 암암리에 유통되고 평양 내부엔 지하교회 성도들 수백명이 존재한다는 증언이 나왔다. 

사단법인 북한인권민간단체협의회와 HRF(Human Right Foundation)의 공동 주최로 '2025 서울 북한인권세계대회'가 22일부터 24일까지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리고 있다. 대회 첫날 김강 전 주러시아 북한 대사관 부대표, 한국 주재 전 가디언지 기자 마이클 브린 씨, 탈북민 유튜버 김유미 씨,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 등이 연사로 참여했다. 

메인강연에서 김강 씨는 "저는 오랜 시간 김정은에게 충성하며 북한 외교관으로 활동했다. 삼촌 어머니는 성경을 소지해 보급했다는 이유로 10년 형을 받았고, 연좌제로 북한에서 불이익을 받으면서 탈북을 결심했다. 러시아에서 11살짜리 아들이 다리가 부러졌는데도, 북한 측은 돌아오라는 지시를 어겼다고 저를 강하게 질책했다. 그때 이동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남한 사회로의 입국을 결심했다"고 했다. 

그는 "최근 북한 건설노동자 2명은 러시아에서 잠시 대열을 이탈했다는 이유로 북한 정치범수용소행을 피할 수 없었다. 북한 어린 청년들은 러·우 전쟁에서 무참히 희생됐다. 북한 김정은은 자기 향락을 위해서 돈을 쏟아부으면서도 주민의 참혹한 일상에 대해선 무관심한다"고 했다. 

이어 "북한은 현대판 노예 국가이자 거대한 감옥이다. 북한 주민 2,500만 명은 자유와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는데 그들의 목소리는 억제되고 있다. 한국과 세계사회가 힘을 합쳐 북한의 폭압 정책을 막고 세계 소식을 내부에 전해줘 북한 주민이 스스로 저항할 힘을 길러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 주민의 폭압과 인권유린을 외면하지 말아달라. 북한 민주화를 위해 여러분들이 적극 동참해달라. 한민족으로서 해야 할 도리이며 북한 주민들이 이를 적극 원할 것"이라고 했다. 

오후 순서엔 김진 채널A 기자 사회로 김강 전 주러시아 북한 대사관 부대표·언론인 마이클 브린 씨가 참여한 패널토론이 있었다. '북한의 신앙의 자유와 지하교회의 존재'에 대해 김강 전 북한 외교관은 "신앙의 자유는 전혀 없다. 제 삼촌 어머니가 성경책을 보급했다는 자체가 저도 모르는 북한 지하교회가 존재했다는 방증"이라며 "평양 내부를 국한한다면 300여 명의 지하교인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하교인의 숫자가 김정은 정권에게 의미하는 바'로 김강 씨는 "평양에는 성당 2곳이 있고 주민들은 십자가를 본다. 마음속으로 믿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성경책이 어디에서 들어왔고 어떤 방법으로 전달됐는지'에 대해 그는 "중국에서 북한으로 밀수로 들어간 책"이라며 "북한 전역에 암암리에 유통되고 있다"고 했다. 

김강 씨는 "지금 한국교회를 다니면서 북한 인권에 대해 침묵해선 안 된다고 말한 장로들의 요청으로 북한 인권 향상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결심했다"며 "북한은 현대판 노예국가다. 북한 내에선 이동의 자유가 제한됐다. 이런 문제를 공론화할 때 시급히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마이클 브린 씨는 "'순교자의소리' 관계자와 최근 얘기를 나눴는데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북한 지하교회 성도를 집계할 방법은 없지만, 대략 직계 부모로부터 이어받은 자녀들의 행동 패턴이 판단 기준이 된다고 한다"고 했다. 

그는 "1992년 당시 북한 김일성 주석의 초대로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방북했고 저도 때마침 평양의 봉수교회에 방문했다. 함께 방북했던 지인이 봉수교회 몇몇 교인들에게 기독교 관련 질문을 던졌는데 아무도 답을 못 했다고 한다. 진짜 기독교인이 아니라는 결론이다. 그저 김일성을 지지했던 크리스천의 후손이지만 적극적 신앙인이 아니라는 추정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마이클 브린 씨는 "통일이 대한민국 정부의 최우선적 목표가 돼선 안 된다. 오히려 (북한이) 더 완전한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로 변화되는 것이 최우선 목표가 돼야 하고, 이 과정에서 북한 인권은 최우선 과제로 수반될 수밖에 없다"며 "북한의 한 청년이 프랑스에 가고 싶다는 말로 구금됐다고 한다. 일반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꿈꿀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주재 독일 대사와의 최근 대화에서 독일 분단은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죄 때문이었다고 말했다"며 "그는 이어 한반도 분단은 당시 정치적 술수가 부족했기 때문으로, 이를 보완한다면 한국 통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전했다"고 했다. 마이클 브린은 그러면서 북한이 스스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변화하도록 유도하는 게 우선순위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 주민 스스로 쟁취하는 민주화 가능성'에 대해 김강 씨는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북한 주민들 가운데 체제에 저항하는 이들도 일부 있고, 북한 주민의 저항 사건이 벌어진 적도 있다. 이로 인해 현재 북한 보안서에 이를 진압하는 타격 이동대가 생겼을 정도다. 북한 주민이 저항하는 사건이 생기면 당사자 가족 전체가 몰살당하기에 쉽지는 않다"고 했다. 

뒤이어 간증한 탈북민 유튜버 김유미 씨는 "남한에서 보낸 대북 전단이 발견되고 대북 방송 송출 신호가 잡히는 북한 지역에서 살았던 저는 다른 북한 주민에 비해 북한 체제의 부당함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제 남편은 자식들이 자유를 풍족히 누릴 수 있어야 한다며 탈북을 주장했고 우리 가족 9명은 배를 통해 해상 탈북을 시도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해상으로 탈출하려면 접경 지역 해안가의 지뢰밭을 통과했어야 했다. 어머니의 안내로 무사히 지뢰밭을 통과했고 배를 타고 달리는 도중 북한 경비정의 추격을 받았다"며 "남편은 배에 실렸던 짐을 모두 버리라고 했고, 최고 속력으로 배는 탈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나님의 도움으로 우리가 버렸던 어망이 북한 경비정의 프로펠러를 덮쳐 무사히 그들을 따돌릴 수 있었다"며 "꿈에도 그리던 자유대한민국에서 자유를 누리게 됐다. 하지만 남편은 몇개월 전 뜻밖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이 자리를 빌어 하늘에 있는 남편에게 정말 고마웠고 당신 덕분에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김유미 씨는 "지금도 북한 체제 하에서 주민들은 이동과 표현의 자유를 박탈당한 채 거대한 감옥에서 살고 있다"며 "시민단체 다수가 주도한 북한 정보 유입의 지속적 노력으로 북한 주민들의 생각은 지금도 깨어나고 있다. 이분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저도 북한에서 생각과 사상의 노예로 평생을 살았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행사장에선 북한 지하성도들의 필사본과 북한 주민의 자유를 외치는 예술작품 등이 전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