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욱 교수
(Photo : ) 신성욱 교수

[1] 성경과 영성, 교회사, 기독교 고전을 망라하는 글을 쓰고, 강연과 세미나로 열심히 사람들을 섬기는 대표적인 복음주의 사역자인 게리 토마스(Gary Thomas)가 쓴 책을 한 권 읽었다. 바로 『하나님을 향한 목마름』 (CUP, 2011)이란 책이다. 27페이지를 읽고 있는데, 너무도 반가운 문장이 하나 씌어 있었다.
“기독교의 영성은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받는 것’이다.”라는 내용이다.

[2] 책을 읽다가 이 문장을 발견하고선 그 의미에 매료가 되어 멈춰서서 깊이 묵상하고 또 묵상해보는 이가 몇이나 될까? 기독교나 성경 내의 복음을 설명함에 있어서 이 구절보다 더 소중한 내용이 얼마나 될까? 이 문장은 복음에 관한 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내용이다.
대부분의 성도들은 기독교를 ‘섬김과 헌신과 순종의 종교’로 알고 있다. 그게 맞다면 기독교는 타종교와 전혀 차별화되지 않는 종교라 할 수 있다.

[3] 다른 종교에서도 가장 많이 강조하는 점이 ‘성취하라’는 내용이다. 묵상과 고행을 통해서 죄를 멀리하면서 멋지게 잘 살고 도를 성취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타종교의 특징이다. 우리의 복음 진수가 그것이라면 기독교나 타종교는 똑같다고 할 수 있다.
오늘 설교자들의 설교를 들어보라. ‘받으라’라는 설교보다 ‘성취하라’는 내용의 설교가 얼마나 많은지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4] 이는 복음의 핵심이 제대로 정리가 안 되어 발생하는 비극 중 비극이다. 매 주일 여러 번의 설교를 듣고 오랜 세월 신앙생활을 하지만, 이전과 나중의 모습에 현저한 변화를 보이는 이는 심히 드물다. 그 근본적인 원인은 설교자들이 자주 전하는 ‘율법적인 설교의 내용’에 있다. 아무리 많은 설교를 듣고 예배를 드려도, 현저한 변화와 차이를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기독교를 보고 세상 사람들은 ‘개독교’라고 조롱하고 있다.

[5] 그렇다. 율법으로는 성숙되고 변화된, 열매 있는 삶을 온전히 살 수 없음에 유의하자. 그게 율법의 한계이기 때문이다. 율법이 악한 것은 아니나 율법이 우리의 죄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몸에 문제가 있어서 병원에 갔다. 의사가 청진기로 환자의 몸을 진단한다. 진단 결과 폐 쪽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한다. 의사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환자에게 알려주면서 그에 맞는 처방전을 제시한다.

[6] 이럴 때 청진기는 악한 도구가 아니다. 지극히 선하고 유익한 도구이다. 의사가 청진기를 갖다 대고 진단하지 않았다면 자기 몸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진기의 역할은 딱 거기까지이다. 병에 걸렸음을 알려준 의사가 환자에게 제시해야 할 마지막 절차는 처방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환자가 의사가 알려준 약을 사서 복용하지 않고, 청진기를 삶아서 그 물을 마신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7] 율법이 바로 청진기와 같은 역할을 하는 도구이다. 율법을 통해서 우리가 윈죄를 갖고 태어난 죄인임을 알게 되고, 어떤 자범죄를 짓고 있는지도 깨닫게 된다. 그런 점에서 율법 역시 우리에게 선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율법으로 우리의 죄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점이다. 율법을 통해 깨닫게 된 우리의 죄 문제는 그에 맞는 처방전이 필요하다. 그 처방전에 해당하는 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대속이요, 성령님의 도우심이다.

[8] 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을 성취하고 율법을 행하고자 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이다. 우리의 문제는 오직 위에서부터 ‘받음'에서 해결이 가능함을 기억하자. 하나님의 은혜를 받아야 한단 말이다. 이것이 '율법과 복음의 차이'이다. 그렇다.
기독교는 내가 하나님을 섬기고 선한 일을 이루는 종교가 아니다. 그건 타종교도 똑같이 한다. 기독교의 차이점은 먼저 ‘위로부터 채움 받는 것’이다. 그게 복음이다.

[9] 내 의지와 능력으로는 어떤 성취나 이룸이 불가하다. 위로부터 오는 은혜와 복음을 ‘채움 받음’으로라야 가능함을 꼭 새겨두자. 모든 설교자들은 자신의 설교 속에 ‘하나님을 섬기고 선을 이루고 행하라’는 내용이 더 많은지, 아니면 ‘위로부터 ‘채움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더 많은지 점검해봐야 한다. 위로부터 충만히 받은 자에게서 자동적으로 성취되는 행함이나 순종은 절대적으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고, 교회에 덕이 되는 선한 열매가 됨을 놓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