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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신칼뱅주의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 전통을 일종의 문화와 사회 참여 운동으로 여기며 이 운동에서 신학은 부차적인 역할을 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신학자들은 신칼뱅주의 운동의 창시자인 아브라함 카이퍼와 헤르만 바빙크 모두 탁월한 신학자였음을 잘 알고 있다. 언뜻 보기에,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신칼뱅주의의 여러 개념은 신학과 무관하게 여겨질 수 있다. '영역 주권', '민주주의', '다원주의', '일반 은총', '기독교 세계관' 등이 그 예다. 그러나 이 모든 개념은 기본적으로 그 전통의 신학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다. 물론 그 바탕에 놓인 신학적 지식이 없이도 그 개념들을 가져다 사용할 수 있지만, 그 개념들의 다양한 성격과 본래의 지향점을 정확히 헤아리려면 그 뿌리들을 한 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본 도서의 저자들은 지난 두 세기 동안 활동했던 가장 중요한 칼뱅주의 사상가들, 곧 아브라함 카이퍼와 헤르만 바빙크의 신칼뱅주의 신학 사조에 대한 필수 입문서인 이 책을 집필했으며 이제껏 기독교 세계관 등 신칼뱅주의 문화적 사회적 비전에 비해 비교적 깊이 다루어지지 않았던 신칼뱅주의 신학 사상을 잘 정리해서 담고 있다. 

저자는 책 속에서 "칼뱅주의의 신앙고백들은 그 신앙을 받아들인 각 나라와 문화들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형성되었다. 이는 그 사상 안에 하나님의 풍성한 진리들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본질적으로 신학적 다양성을 추구하는 성향이 있음을 보여 준다. 바빙크는 이렇게 언급한다. '칼뱅주의는 진보가 중단되기를 바라지 않으며, 다양한 형태의 발전을 장려한다.' 이 사상에서는 여러 교파와 단체들이 저마다 고유한 은사와 부르심을 지니고 있음을 인식하며, 따라서 '네덜란드에서 나타난 발전이 미국과 영국에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기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바빙크는 미국의 신학자들이 굳이 독일 등의 타국에서 수학할 필요가 없다고 믿었다. 오히려 '[그들] 자신의 성향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개혁교회'를 세워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하나님을 알아가는 모든 인지적 행위의 토대에 놓인 것은 바로 이 계시적인 압력이다. '따라서 선천적인 신 지식은 후천적으로 습득한 신 지식과 서로 대립하지 않는다. 넓은 의미에서는 전자 역시 '습득된' 것으로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하나님의 계시가 이 둘 모두보다 앞서 온다. 하나님은 스스로를 증거하시지 않은 채로 이 세상을 내버려 두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이 계시는 우리 마음속에서 인상과 직관을 만들어내며, 이는 위에서 인간 영혼을 분석하면서 '느낌'에 관해 언급한 내용과 일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우리는 정신의 의식적인 작용을 통해 이런 인상들을 구체적으로 인식하며 분류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카이퍼와 바빙크는 창조와 구원의 목적이 서로 이어진다는 이 교리를 하나의 낯선 개념으로 여기지 않는다. 카이퍼는 자신이 '선배 신학자들'의 가르침을 좇아, 성령님이 세상의 재창조를 위해 인류 역사 전체에 걸쳐 하나의 통일된 사역을 행하신다는 진리를 재진술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아우구스티누스와 칼뱅의 글들에 근거해서, 하나님이 특별 은혜를 통해 창조 세계를 원래의 목적지로 인도하려고 행하시는 일들의 통일성을 옹호한다. 그들은 이 칼뱅주의 신학의 원리를 현대 세계에 적용하면서, 하나님의 은혜가 그저 '영적인'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시사한다. 곧 그분의 은혜는 (자아의) 거듭남과 (문화의) 갱신, (온 세상의) 재창조를 통해 폭넓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고 했다. 

끝으로 저자는 "카이퍼와 바빙크의 관점에서, '일반 은총'은 죄에 빠진 세상의 질서를 여전히 유지해 가시는 하나님의 전반적인 호의를 지칭했다. 이 은총은 특별 은총과 뚜렷이 구분되는 성격을 띠었다. '특별 은총'은 이 세상의 질서를 새롭게 회복하고 갱신하며 재창조하셔서 그분의 나라를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의 사역을 가리킨다. 카이퍼와 바빙크에 따르면, 일반 은총은 이 특별 은총의 도래를 예비하며 그 사역을 받들고 섬기는 역할을 했다. 신학 전반의 지형도 가운데서 일반 은총이 지니는 여러 성격 중 어느 것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그 은총을 다양한 방식으로 정의할 수 있다. 여기서는 일반 은총의 자세한 정의를 이렇게 제시하려 한다. '일반 은총은 곧 인간의 반역으로 온 우주가 타락하고 오염된 현 상황 속에서도 이 세상과 인류를 구속의 길로 인도하기 위해 그들을 끝까지 돌보고 보존하시는 그분의 깊은 사랑을 가리킨다"고 했다.